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86 - 주목 본문

주목을 일컫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 그대로 오래 살며 죽어서도 금방 썩지 않는 좋은 나무다.
붉은 빛이 나는 목재는 왕들의 나무 관으로 애용되었고, 고급 활을 만들기도 했다.
태백산 국립공원의 깃대종旗대種(어느 지역의 대표가 되는 동식물의 종)으로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 경사지에서 자생하는 아한대성 수종인 주목은 한반도 전역에서 자라며, 러시아 동부, 일본, 중국 동북부 지방에도 분포한다.
주목과 주목속으로 분류되고, 높이 17~20미터, 지름 1.5미터 정도로 자라는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이다.
학명은 탁수스 쿠스피다타 Taxus cuspidata, 영어는 rigid-branch yew(뻣뻣한-가지 주목), 한자는 주목朱木이다.
○특징
주목은 추운 곳에서 잘 자라는 아한대성 수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인간과 가까운 관계를 갖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주목은 일본, 시베리아 Siberia 동부, 우수리강 Usuri River(아무르강 즉 흑룡강의 지류) 근처, 오호츠크 Okhotsk, 사할린 Sakhalin, 만주满洲 Manchuria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평적 분포로는 제주도 한라산(높은 곳, 아한대성 기후인 곳)에서부터 북쪽 국경에 이르고, 울릉도에도 있으며, 특히 강원도에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중부와 북부에서는 해발고도 700미터 이상 되는 곳에서 볼 수 있다.
즉 주목은 온대의 상부에서부터 아한대에 걸쳐 분포한다.
이 나무는 줄기 껍질이 붉은색이며 그 속나무(심재心材)가 유달리 붉어 '붉을 주朱', '나무 목木'자를 써 주목이란 이름을 가졌다.
향나무도 붉은 편이나 주목이 더 붉다.
잎은 개비자나무나 솔송나무와 닮았다고 할까?
좁고 길지만 부드럽다.
색깔은 진한 녹색인데, 나무치고 이 나무의 잎보다 더 진한 녹색을 가진 것은 없을 것 같다.
진한 녹색을 가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나무는 어릴 때 자람이 매우 느리다.
대기만성大器晩成, 바로 그것을 신조로 하는 나무다.
다른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세월없이 커간다.
십 년이고 몇십 년이고 백 년이고, 큰 나무 밑에 억눌려 살아도 만족하는 나무다.
쨍 하고 볕들 날 있다지만, 주목으로 말하면 볕 보기 어렵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잎의 색깔을 진한 녹색으로 했다.
어두운 숲속에서 지내면서 희미하게나마 흘러들어오는 빛을 모조리 잡아보겠다고 진한 녹색의 잎 색을 택한 것이다.
목재의 질이 좋고 잎이 깨끗하고 신선하게 보이며 품위가 있어서 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이치이(일위一位)'(제일이라는 뜻)라고 한다.
나무 가운데서는 최상급이란 말로서, 나무가 연하지만 단단하고 색깔이 좋아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다.
○열매의 생김새


주목은 바늘잎나무에 속하지만 열매가 독특하게 생겨서 엉뚱한 데가 있다.
씨(종자種子)의 구조를 보면 바깥쪽에 살바탕(육질肉質)의 씨옷(종의種衣 또는 가종피假種皮: 씨를 덮고 있는 특별한 껍질)이 두텁게 발달해 있다.
이 씨옷은 밑씨(배주胚珠)가 자라가면서 배자루(배병胚柄)가 이상적으로 발달해 단단한 조직의 씨 껍질(종피種皮) 둘레를 감싸게 된다.
씨옷의 끝 쪽은 열려 있는 빈 공간이므로 익었을 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검은 갈색의 씨 껍질을 볼 수 있다.
씨옷은 가을이 되어 성숙하면 아름다운 분홍색을 띠어서 아름답게 보인다.
앵두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어린 소녀의 입술을 연상시키는 색깔이다.
알맞은 두툼한 살을 갖고 있어 탄력적이며, 손을 대면 금방 터질 듯한 팽만감이 있다.
그 색깔은 인간의 지혜와 능력으로서는 연출해 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살아 있는 색깔이요, 충만해 있는 색깔이요, 떨림이라 할까 미동微動을 하고 있는 색깔이요, 늙음이 없는 어린 색깔이다.
우리가 주목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씨의 모양과 색깔의 화려함에 있다.
주목은 암나무와 수나무가 구별되어 있는 암수딴그루인데, 이 씨옷의 탄력에 찬 색깔과 신이 설계한 씨의 구도를 보려면 암나무를 심어야 한다.
씨옷은 먹을 수 있다.
새들도 이것을 즐겨 먹는다.
먹고 나면 새의 뱃속에서 씨옷은 소화가 되는 반면, 단단한 씨 껍질은 소화가 될 수 없어 배설물로서 몸 밖으로 배출된다.
생물학적으로는 씨옷을 주목의 자손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먹거리를 주고 그 대신 새의 비상력으로 멀리까지 씨를 전파시켜 영토를 넓혀 나간다는 것이다.
주목은 이른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가 성숙한다.
성숙한 열매는 새들이 먹지 않는 한 겨울철에도 그냥 달려 있다.
씨옷은 색깔이 아름답고 보기에도 먹음직스럽지만 배젖과 씨눈(배胚: 어린 눈)에는 유독 성분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주목의 씨를 씹어 먹으면 병원에 갈 사이도 없이 사망하고 만다.
대체로 아름다운 것은 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씨옷만 먹고 그 안에 있는 씨는 먹지 말고 이곳저곳에 뿌려달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
○나무의 용도

주목은 조경수로서의 가치가 높게 인정되고 있다.
그 진한 초록의 변함없는 모습이 우리 눈에 소중하게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나무는 상록의 잎이 빽빽하게 나서 나무 안쪽을 들여다보기 어려운데, 이것이 주목의 조경적 가치를 높게 만들어주고 있다.
주목은 극단의 응달나무(음수陰樹)이기 때문에 광선이 부족한 듯해도 나뭇잎이 살아서 생리작용을 하게 된다.
또한 주목은 가지에서 움돋는 힘(맹아력萌芽力)이 강해서 나뭇가지를 잘라 주었을 때 빨리 움 가지를 내어 빈자리를 금방 보충해준다.
따라서 주목은 각종 동물의 형상 또는 도형적 규격을 만들어 구도의 미美를 창출해 내는데 적격이다.
소위 식물 예술작품(토피어리 topiary)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베르샤유 궁전 Palace of Versailles, France 정원의 기하학적인 미를 창출하는데 이 주목이 사용되고 있다.
주목은 목재로서도 한몫하고 있다.
이 나무는 속나무(심재心材)와 겉나무(변재邊材)의 구별이 선명한데, 겉나무는 흰색이고 속나무는 선명하게 아름다운 홍갈색이다.
그런데 시일이 지나면서 목재의 면이 검은색을 더해간다.
예전에 왕이 입던 곤룡포의 붉은색을 이 주목에서 얻었다고 한다.
주목은 자람이 느린 까닭에 나이테의 폭이 매우 좁고 또 고르다.
춘재春材(봄에서 여름에 걸쳐 형성되는 목질의 부분으로서 나이테의 안쪽 밝은 부분)부터 하재夏材(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형성되는 목질의 부분으로서 나이테의 바깥쪽 어두운 부분)로의 추이가 매우 완만하고 나이테(목리木理)가 곧다.
목재의 구성 요소는 헛물관과 방사조직放射組織(나무줄기의 중심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간 가는 줄)만으로 되어 있어 가장 단순한 편이다.
즉 헛물관이 목재의 97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목재는 탄력성이 있고 재질이 부드러우며 결이 곱고 색깔이 아름다워 공예에서 여러 용도로 쓰이고 있으며, 조각재로도 그만이다.
연필재로는 주목을 능가할 것이 없다.
유럽 Europe과 미국 USA에도 주목이 있으며, 동양산과 비슷하다.
일본의 아이누족과 유럽에서도 주목을 큰 활로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주목으로 만든 큰 활은 길이가 2미터에 이르는 것이 있으며, 주목 활의 출현은 당시 경이적인 것으로 지금으로 말하면 핵무기 발명만큼이나 무서운 것이었다고 한다.
사정거리가 길어서 주목 활을 가진 쪽이 늘 승리를 차지했다고 전해진다.
앞서 말했듯이 일본에서 주목은 첫째가는 귀한 나무라 해서 '이치이(일위一位)'로 불렸고, 또한 옛적부터 이것으로 홀笏을 만들었다.
홀은 합죽선을 접은 것처럼 생겼으며, 신하가 왕을 뵐 때 조복에 갖추어 손에 잡는 판자로, 대로 신사神社에서 신을 모시는 신관神官이 손에 잡는 나무판자도 홀이라 하였다.
여간 좋은 나무가 아니고서는 홀이 될 수 없으며, 일본에서는 오로지 주목으로만 홀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속리산 소나무에 임금이 정이품의 벼슬을 주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주목에 정일위正一位의 위계를 준 바 있다.
○눈주목(갸라)
주목의 변종으로서 눈주목(갸라, 가라伽羅)이라는 것이 있다.
이 나무는 주목과 비슷하나, 줄기가 바로 서지 못하고 옆으로 누우며 곁가지가 넓게 퍼진다.
키는 1~2미커 정도로 주로 정원에 심고 있다.
한자로는 가라목伽羅木으로 쓴다.
1712년 출판된 일본의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를 보면, 주목 설명은 없고 갸라를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크게 번성해서 가지가 잎 안에 숨어 밖에서는 볼 수 없으며, 둥글고 푸른 씨를 맺는다. 가을이 되면 홍색으로 익어 마치 앵두처럼 보인다. 먹으면 맛이 달다. 속칭 가라목이라 한다."
그러나 그림을 보면 줄기가 곧게 서고 있어서 갸라답지 못하고 오히려 주목을 더 닮았다.
우리는 이것을 눈주목('누운 주목'이 줄어서 된 말)이라 부르고 한자로는 역시 가라목으로 쓴다.
해발고도 700미터 이상의 고지에 나고, 수평적으로는 설악산에서도 볼 수 있다.
옆으로 뻗는 곁가지는 뿌리를 내려 옆으로 누워서 퍼져나간다.
정태현 박사는 이것을 독립된 종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주목이 풍충지風衝地(바람맞이 지형)에 적응하면서 유전자의 도태를 받아가며 유전적으로 고정된 집단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 특성은 바람맞이 지형이 아닌 곳에서도 그대로 발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백산의 주목 군락
소백산의 주목 군락은 세계적으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북 단양군 가각면 어의곡리에 있는 이 주목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군락 면적이 148,760제곱미터의 광대한 규모에 이르고 약 천 그루의 주목이 있으며, 나무 나이는 200~500년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어떻게 해서 주목이 순림純林(단순림: 한 종류의 나무로만 이루어진 숲) 모양으로 넓은 숲을 형성했는지 일종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소백산 능선 서쪽의 완만한 비탈에 모여 있고 분포 중앙 지점에서 샘물이 솟아나서 계곡물의 시원지가 되고 있다.
이것으로 본다면 이곳 토양은 수분이 많은 편으로 다습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바람을 많이 맞은 까닭에 나무들의 키는 7미터쯤으로 그리 크지 않으며, 그래서인지 곁가지가 많이 나 있는 편이다.
1992년 8월 초 소백산 식생조사단이 이곳 주목 숲을 답사할 때, 필자도 그 일원으로 참가하여 그곳 주목 군락을 관찰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소백산 주목 숲을 안내하는 푯말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었다.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망봉과 연화봉에 이르는 능선을 따라 3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의 주목은 강한 바람으로 대부준 줄기가 휘어져 그 모습이 기묘한 것이 특징이다."
주목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바람뿐만 아니라 겨울의 눈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두텁게 쌓이는 눈으로 가지는 아래로 휘어지고, 봄 늦게까지 계속되어 줄기는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없어 그러한 모양을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마디가 많고 꼬인 형태를 반굴수형盤屈樹型 gnarled tree form이라 하는데, 소백산 주목은 예외 없이 모두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주목은 원래 원줄기가 계속 자라는 주축主軸 성장을 하는데, 계속 쌓인 눈의 압력에 저항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예는 소백산의 다른 종류의 나무들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물푸레나무 가지는 유연성과 탄력성이 있어 쌓인 눈의 압력으로 가지가 꺾어지지는 않고 처져 있다.
이는 원상을 회복하지 못한 경우인 것이다.
주목 잎은 겨울에도 빽빽하게 달려 있어 더욱 많은 눈이 얹어지고, 그 가지 또한 탄력적이어서 반굴수형이 되고 만다.
물푸레나무는 겨울에 잎어 떨어져 없어지기 때문에 반굴수형이 심하지 않지만, 주목은 빽빽한 잎의 양 때문에 반굴수형 경향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나한백이 눈 때문에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백산의 주목 군락은 과거 도벌꾼들에 의해서 많이 손실되어 그 수가 줄어들었다.
주목이 돈이 된다 해서 사람들이 몰래 들어와 어지간한 크기의 나무는 캐간 것이다.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이 군락은 잘 보호되어야 한다.
주변에 철책을 쳐 놓고는 있지만 더 엄한 단속이 필요하다.
○태백산의 주목 군락

1997년 10월 일본잎갈나무(낙엽송)의 황금빛 단풍이 유난히도 눈부시게 빛나던 때, 필자는 신비의 산 태백산에 올랐다.
무언가 전설과 신화가 가득 찬듯한 예감이 들었는데, 그것을 찾으려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다 보니 신갈나무의 늙은 가지가 나름대로 예술성을 가지고 굴곡과 공간 배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신갈나무는 한랭한 기온을 선호하는 까닭에 주목 출현을 미리 알려주는 전조수종前兆樹種임에 틀림없다.
등산로를 심술궂게 가로막은 신갈나무 곁가지의 빗장을 아무런 저항 없이 허리를 낮추어 지나갔다.
가다 보면 조릿대(산죽山竹)가 융단처럼 깔려 있다.
조릿대는 땅속줄기가 빽빽하게 자라면서 영토를 강점하는 힘이 있다.
어린 찝빵나무가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하늘을 보고자 애쓰고 있다.
꽤 키 큰 분비나무도 여기저기 보인다.
이들은 모두 주목의 동반종同伴種 companion species(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공생 관계인 식물 종)이다.
비로소 우리를 놀라게 하는 주목의 노거목이 길 한가운데에 서서 수문장처럼 내려다보고 있다.
마음속으로 태백산 탐방의 뜻을 전하고 지나간다.
그때부터 여기저기 흩어져 자라는 주목의 노거목들이 보인다.
늙은 나무는 그 끝 쪽이 잔혹한 환경과 수없이 경험한 벼락으로 죽음을 당하고도 용케 살아남은 줄기 껍질을 통해서 측면잔명側面殘命(줄기의 한쪽 면에만 가지가 뻗어 살아 있는 상태)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나무에 따라서는 나무 모양이 한쪽으로 기운 것이 흔하다.
천 년의 수명을 오가는 노령목들로서 무언가 일반성을 초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늘과 땅 사이를 오고가는 신은 하늘에서 이곳 태백산으로 내려올 때 먼저 주목의 노거목에 내려앉아 휴식을 취하며 모양새를 다듬과 때를 맞춰 제천당으로 옮겨갔을 것이다.
태백산 꼭대기에 있는 주목의 노거목들은 신들이 거처하는 거룩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태백산에 자라고 있는 주목들은 노쇠 현상을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줄기 중심부가 썩거나 나무껍질의 부분 부분이 죽어 있고 주축이 고사되는 것 따위로서 늙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아래의 주목의 어린 나무들도 있었겠지만, 집단으로서의 개체 사이의 유대가 약해져서 인공적으로 사이사이에 묘목을 끼워 심고 있었다.
태백산에는 신의 숭앙이라는 분위기가 주목의 줄기에 칭칭 감겨 있는 듯했다.
우리는 해 지는 줄 모르고 서서 산 저쪽 먼 곳을 바라보았다.
태백산의 주목도 높은 곳에 서 있는지라 눈의 힘에 못 이겨 나무 모양이 비뚤어진 것이 있는 소백산 주목과 통하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태백산의 주목은 소백산의 주목보다는 주간성主幹性(원줄기를 유지하는 성질)이 강하고 키도 더 높아 나무로서의 위엄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덕유산의 주목

덕유산 꼭대기 부분에도 주목이 군락을 만들고 있다.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을 알려져 있다.
지난날 기후가 한랭했을 때는 더 아래까지 분포해 있었겠지만, 기후가 따뜻해지자 주목들은 추운 곳을 찾아서 산 위로 올라갔다.
덕유산 꼭대기가 살기 좋아서 그곳에 머문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 그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식물들은 생태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이러한 식생에는 사람의 간섭이 없어야 한다.
약하다 보니 조금만 손을 대어도 허물어질 판이다.
필자는 1995년 2월 23일 덕유산의 주목에 이상이 있단 말이 있어서 일단 무주로 갔다.
그곳에서 새로 스키장을 개설하고 있는 덕유산으로 향했다.
인간의 힘은 대단해서 상전창해桑田滄海(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됨)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덕유산은 그 모양을 바꾸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있던 주목의 노거목이 이리저리로 옮겨 심겨지고 있었는데, 현재 잘 살아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덕유산의 주목은 뚜렷한 주간성主幹性(원줄기를 유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구상나무와 함께 자라고 있었는데, 비슷한 운명을 담고 서로 비슷한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은 이처럼 자연을 파헤쳐야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씁쓸한 상념에 잠기면서 덕유산 주목 군락을 내려다보았다.
참다가 참다가 자연은 홀연 무섭게 인간에게 대들지도 모른다.
지구를 감싼 대기의 온도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는데, 이곳 주목과 구상나무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이제는 더 올라갈 곳이 없다.
○송백松柏과 주목
주목은 소나무(송松)보다 또 측백나무(백柏)보다 더 추위에 잘 견디고, 또 더 추운 곳에 자라는 나무인데도 ≪논어論語≫에 "추운 때를 당한 뒤라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변하지 않는 푸름을 알 수 있다(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也)"라는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주목이 뒤로 처지고 있는 느낌이다.
≪시경詩經≫ <소아小雅>에도 "송백처럼 무성하다(여송백지무如松柏之茂)"란 대목이 있어 송백은 함께 대우를 받고 있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송백은 모든 나무의 어른이다(송백위백목지장松柏爲百木之長)"라고 되어 있어 송백이 모두 귀한 대접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송松은 소나무류로 보면 되지만 백柏은 측백나무, 편백나무, 잣나무, 전나무, 향나무 따위로 해석되고 있어 특히 이 나무라고 정해진 것이 아니다.
다만 늘푸른나무(상록수常綠樹)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그래서 송백이라 하면 늘푸른 바늘잎나무(침엽수針葉樹)종을 총칭하는 것쯤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과학적 근거에 초점을 두지 않는 시 문장에 있어서는 부드럽게 해석해 두는 것이 좋다.
늘푸른 넓은잎나무(활엽수闊葉樹)(백柏에 있어서)로 보지 않는 것은 그 지역에는 눈이 내리는 엄동설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목은 눈서리가 무섭지 않은데도 "소나무와 잣나무의 자태는 서리를 지나면서 오히려 무성해진다(송백지자松柏之姿 경상유무經霜猶茂)"라는데 끼어들지 못하는 억울함이 있다.
그래서 송백은 주목, 향나무, 가문비나무류, 전나무류, 측백나무, 편백나무류 따위와 함께하는 늘푸른 바늘잎나무종으로 묶어 볼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묘지 주변에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심는 묘속墓俗(무덤 풍속)이 있어서 송백이 묶여지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주목의 상징은 죽음, 슬픔, 저세상과 같은 것이여서 묘지 주변에 심었다고 한다.
무언가 통하는 점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 주목이 있다는 것은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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