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88 - 차나무 본문

중국 남서부 지방이 원산지인 차나무는 신라 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차 마시기는 스님들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차츰 일반에게 널리 퍼졌다.
일상적으로 흔한 일이란 뜻의 '다반사茶飯事', 간략한 제사를 말하는 차례茶禮와 같은 말은 차와 관련된 우리말이다.
우리나라의 따뜻한 남부지방과 제주도에서 주로 심어 기르거나 야생 상태로 자라기도 하며 인도, 일본,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온대 지방에서 심어 키운다.
차나무과 동백나무속에 속하며, 본래 3~4미터 크기로 자라는 늘푸른 넓은잎 작은키나무이지만(15미터까지도 자라는 대엽종도 있다) 가지치기를 하고 잎을 하도 많이 따다 보니 차밭에서 자라는 종은 1~2미터 남짓한 크기의 떨기나무가 대부분이다.
학명은 카멜리아 시넨시스 Camellia sinensis, 영어는 tea camellia 또는 tea tree(차나무), 한자는 차(다)茶로 쓴다.
○차나무의 특성과 유래
차나무는 경남·전남 등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늘푸른나무로, 옛날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 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차나무는 신라 선덕여왕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한편 흥덕왕 3년(828) 당나라에 간 김대렴金大廉이 차나무 열매를 가져왔고, 흥덕왕이 이것을 지리산 남쪽에 심게 하였는데 지금의 화개동花開洞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정약용의 서술에도 나타나고 있다.
전남 구례에 있는 화엄사 부근에 처음 심어졌으리라는 견해도 있지만, 화개동이 그 시발점이라는 정약용의 주장이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나무는 한자로 '차茶' 또는 '다茶'로 쓰는데, 필자 나름대로 이 글자의 구성을 살펴보면, '茶'는 풀 초草, 사람 인人, 그리고 나무 목木자가 합쳐서 만들어진 것으로, 풀과 사람과 나무가 한 덩이가 되어서 차나무를 뜻하며, 이는 이 나무의 진가가 매우 뛰어남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풀 초草'자는 풀, 다시 말해서 나무의 잎을 뜻할 수 있으며, 이렇게 생각을 펼쳐나가 보면 사람이 나무 위에 올라가서, 또는 나무 곁에 서서 그 나무의 잎을 따 모으는 상형문자가 되고 만다.
'나무 목木'자를 넣어 만들어진 한자는 무척 많지만, 나무 위에 사람을 올려놓은 글자는 '차茶'뿐이다.
필자는 그래서 이 글자를 매우 좋아하며 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차나무는 키가 크지 않으며 아래부터 가지가 많이 난다.
일본, 중국, 스리랑카가 차의 산지로서 유명하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 북부에서 차가 음료로 이용된 것은 약 2,500년 전의 일이고, 그때는 일부 사람들만 이것을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당나라 때에는 음료로서 넓게 이용 및 보급되었다고 한다.
일본에는 불교 승려(불승佛僧)인 최징崔澄이 805년에 차나무 열매를 가져가 재배하기 시작했고, 그 규모가 커진 것은 역시 불승인 영서榮西가 1191년에 중국에서 가져간 이후부터라고 한다.
현재 일본의 차는 일반 대중의 일상의 음료가 되어 있다.
○차나무 품종
차나무는 중국 쓰촨성(사천성四川省)과 티베트 Tibet 경계에 해당하는 고지대가 원산이라고 한다.
차나무에도 종류가 많으며 이것을 크게 네 가지 종류(즉 네 가지 변종)로 묶어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보헤아 var. bohea는 중국 소엽종小葉種이라고도 하며 녹차 생산의 기본이 되며 중국·일본에서 재배되고 있다.
둘째, 마크로필라 var. marcrophylla는 중국 대엽종大葉種으로 중국의 쓰촨, 윈난(운남雲南) 등지에 재배된다.
셋째, 아사미카 var. assamica는 인도 India 대엽종으로 인도·스리랑카 Sri Lanka·인도네시아 Indonesia와 같은 나라에서 재배되며 홍차 제조의 원료가 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 계통의 차나무는 녹차 생산용으로, 또 인도 계통의 차나무는 홍차 제조용으로 쓰이고 있다.
○산차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는 산차山茶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산차는 남쪽 지방에 자라는 아름다운 나무이다. ≪유양잡조酉陽雜俎≫에는 '산차는 높이가 6자에 이르고, 꽃의 크기는 한 치나 되며, 꽃색은 붉고 12월에 핀다"라고 되어 있다. ≪본초本草≫에는 '산차는 남쪽에 나며, 잎은 차나무와 닮아서 두텁고, 한겨울에 꽃이 핀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소식蘇軾의 시에 '불꽃 같이 붉은 꽃이 눈 속에서 핀다(난홍여화설중개 爛紅如火雪中開)'라는 것이 있다.
봄에 피는 것을 '춘백春柏'이라 하며 대둔사에 이 꽃이 많다. 진씨陳氏의 화경花鏡에 일명 만다화曼茶花(만타화曼陀花)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틀림없이 동백을 말하는 것이다. 한청寒淸의 책에는 이것을 '강오岡梧'라고 하고 있다."
정약용이 유배된 강진의 산중에는 많은 산차가 있었다고 한다.
그 꽃은 크지는 않지만 잎은 겨울에도 푸르고 꽃도 겨울에 피었다.
그 열매에서 기름을 얻어 머리에 칠하곤 하여 부인들이 좋아했으며, 산차를 그들은 '동백冬栢'이라 불렀다.
산차는 한자로 '만다라曼茶羅'라고 쓰지만, 오늘날 우리가 동백으로 부르는 남쪽 지방에 많은 상록수를 말한다.
중국 문헌 ≪군방보群芳譜≫에는 "산차는 별명이 만다라이고 ··· 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으며 ··· 꽃은 10월에 피고 꽃색은 피처럼 붉고 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라고 쓰여 있다.
차나무와 동백나무는 같은 동백나무속에 해당하는 것으로 학술적으로는 모두 카멜리아 Camellia이다.
○작설차

봄이 되어 찻잎이 돋아나기 시작할 때 그 모양이 새의 혓바닥처럼 생겼기에 이때 딴 찻잎으로 만든 차를 '작설차雀舌茶'라 부르고 있다.
이 차는 가장 상품上品에 속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작설차에 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어, 차는 사람에게 매우 이로운 것으로 되어 있다.
"'작설차'라 해서 성질이 약간 차고 냉하며, 맛은 달고 쓰며, 독이 없고 기氣를 내리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며, 소갈증(당뇨)을 없애고 잠을 적게 자도록 한다.
나무는 작고 겨울에도 잎이 달려 있다. 봄 일찍이 단 잎을 차茶라 하고, 늦은 시절에 딴 것을 명茗이라 한다. 그 이름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차茶, 가檟, 설蔎, 명茗, 천荈이 그것이다. 어린잎을 따서 만든 차를 작설雀舌이라 하며 납차臘茶가 이것이다. 어린잎을 따서 절구에 넣고 찧어 떡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을 불에 구워서 음료수로 만들어 마시며, 명茗 또는 천荈으로 부르는 것이 이것이다. 즉 성숙한 잎을 재료로 한 것이다(본초本草)."
우리나라의 차는 원래 '사찰차寺刹茶'로서 절, 승려들과 관계가 깊다.
불교 특히 선禪과 떨어져서는 차를 생각할 수 없고, 지금도 남쪽 지방에서 발견되는 자생차自生差는 거의 사찰 부근에 있다.
이에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절간의 중들은 원래 살생을 하지 않는 법이므로 작설차를 마시기 꺼려했다는 것이다.
차의 어린잎이 아직은 피어나지 못하고 새의 혀 모양일 때 따서 마련하였기에 얻은 이름 '작설'은 '새의 혀'를 뜻하는 것이고 보면, 작설차를 마신다는 것은 곧 고깃국물을 마신다는 것인데, 살생을 금하는 승려들로서는 이 이름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도
필자는 녹차綠茶 green tea(푸른빛이 그대로 나도록 말린 부드러운 찻잎을 우린 물)를 즐기는 편이다.
큰 잔으로 한 잔 마시는 것보다는 작은 잔으로 두 잔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차를 마실 때 필자는 분위기에 퍽 신경을 쓴다.
무엇보다도 고요함이 요구된다.
찻물의 빛을 감상하기 위해서 필자는 흰색의 찻종을 더 쓴다.
찻잎 속에 숨어 있는 푸른 태양의 파장이 물속에 녹아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채색을 볼 수 있다.
그 색깔이 벌써 필자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고 선禪의 상태로 이끌어간다.
선이란 마음의 수양을 말하는 것으로, 행동하고 거차하고 앉고 서고 눕고 걸어가고 말하고 입을 다물고 움직이고 고요하게 하는 것들과 같은 모든 인간의 상황을 침착하고 고요한 가운데 두자는 것이다.
사물을 이처럼 정관靜觀(무상한 현상계 속에 있는 불변의 본체적·이념적인 것을 심안心眼에 비추어 바라보는 것)할 수 있다는 필자의 기氣를 키우는 것이고, 이것이 다도茶道에서 얻고자 하는 소득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모금의 찻물을 입에 넣어 입안이라는 작은 우주속에 그 희한한 맛을 돌릴 때, 필자 자신이 우주 바깥 공간으로 나가보는 호연浩然(넓고 큼)을 느끼며, 마시기 이전 찻물 색깔에서는 우주의 무한한 공간을 내다보는 힘을 찾는다.
필자는 찻종, 차관, 탕관 따위를 올려놓는 찻상茶床(또는 차대茶臺)을 하나 가지고 있다.
울릉도에 갔을 때 산 것으로 향나무 상이다.
상의 높이는 한 자 정도, 상판의 두께는 2센티미터를 넘지 않지만, 갈라지는 일도 없고 튀어지지도 않고 삐뚫어지는 일도 없다.
만들기 전에 나무판자를 워낙 잘 건조시킨 모양이다.
우주를 투시할 수 있는 찻물의 은은한 빛깔에 어울리는 색을 이 향나무 찻상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찻상 표면에 자연스럽게 구멍이 몇 개 뚫려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필자에게 더한 아취雅趣(고아한 정취)를 주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차를 마실 때 몸 안에 남아 있는 마음의 때와 쓰레기를 씻어버리는 그러한 심경이 되어본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새벽에 차를 잘 마신다.
아직 바깥은 칠흑의 어두움이요 모든 것이 휴식의 상태에 있을 때, 필자는 차를 준비하며 일종의 희열을 느끼게 된다.
찻물을 탕관에 끓일 때나 찻종을 씻고 행주질할 때나, 필자는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필자의 손으로 시작하고 필자의 일로 끝내는 것이다.
○차의 종류, 녹차와 홍차
녹차綠茶는 전차煎茶라고도 하며, 차의 생잎을 찐 뒤 손이나 기계로 비벼가면서 건조기 안에서 건조시킨 것으로, 건조 과정이 급하므로 엽록소가 그대로 남아 녹색을 띠게 된다.
녹차의 다른 종류로 번차番茶와 옥로玉露가 있다.
번차는 단단한 가는 줄기의 일부분도 섞어 얼핏 보기에 조잡하게 보이고 색깔도 노란색을 띠며 맛이 담백하다.
옥로는 봄 새싹이 트기 약 2주 전에 해가림 시설을 하고 질소 비료를 더 주어 새잎을 더 연약하게 만들고 잎의 색깔도 더 짙은 녹색으로 만든 것으로 고급 차에 속한다.
한편 연차碾茶는 해가림해서 딴 생잎을 비비지 않고 편 그대로 건조시킨 고급 차로, 이것을 맷돌로 갈아 가루로 만든 것이 말차抹茶인데 거품을 내어 마신다.
연차라 하면 이 말차를 뜻하며, 일본과 중국에서는 흔히 이 말차를 마신다.
홍차紅茶 black tea는 차를 제조할 때 열기를 주지 않고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찻물이 색깔이 붉은빛을 띠게 된다.
세계적으로 볼 때 녹차보다 그 소비량이 더 많다.
찻잎에는 카페인 caffeine, 타닌 tannin, 비타민 vitamin, 효소 그리고 질소 화합물이 들어 있다.
카페인은 어린잎일수록 많이 들어 있고 그 함유량은 2~5퍼센트 정도이다.
타닌은 15퍼센트 또는 그 이상이 함유되어 있고 차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이다.
녹차의 경우 질소 화합물이 많을수록 품질이 좋고, 홍차의 경우는 그 반대라고 한다.
녹차에는 비타민 C가 들어 있으나, 홍차는 제조 과정에서 파괴되고 옥로와 같은 고급 차에는 그 함유량이 낮다.
옛 책에 사람의 오장은 서로 다른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맛이 다른, 즉 오미五味를 고루 섭취해야 건강에 이롭다고 했다.
폐는 더운 맛을 좋아하고, 간장은 신맛을 좋아하며, 비장은 단맛을, 신장은 짠맛을, 그리고 심장은 쓴맛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심장의 건강에 필요한 쓴맛을 싫어한다.
그래서 차의 쓴맛을 즐기는 것이 몸에 이롭다는 것이다.
이것은 음식을 취할 때 편식하지 말고 고루 먹고 마시라는 말과 같은 이치이다.
사실 우리는 녹차의 씁쓸한 그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시는 것이다.
○다성茶聖

우리나라에서 다성茶聖이라 하면 초의선사草衣禪師를 들 수 있다.
초의선사는 19세기 초 전남 해남 두륜산頭輪山 대흥사大興寺의 차승茶僧(다도茶道를 아는 승려)으로 차선일체茶禪一體 또는 차시일체茶時一體를 몸소 실행한 분이라 한다.
그는 ≪다신전茶神傳≫에서 채차採茶(찻잎 따기), 조차造茶(차 만들기), 변차辯茶(차의 식별), 장차藏茶(차의 보관), 포법泡法(차 끓이는 법), 투차投茶(차를 넣는 법), 음차飮茶(차를 마시는 법), 색色(색깔), 미味(맛), 품천品泉(물의 품평), 저수貯水(물의 보관), 차구茶具(차 끓이는 그릇) 따위에 관해서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찻잎을 따는 채차에서는 어느 때 찻잎을 따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찻잎을 너무 일찍 따면 향기가 온전하지 못하고 신묘神妙한(신통하고 묘한) 맛이 없어진다고 한다.
곡우穀雨(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 절기로, 봄비가 내려서 온갖 곡식이 윤택하여진다고 하는 양력 4월 20일 무렵) 닷새 앞날에 따는 것이 가장 좋고, 곡우 지나서 닷새가 그 다음이며, 다시 5일이 지나면 그 다음이고, 늦을수록 좋지 못하다고 한다.
보라색이 도는 자엽紫葉이 가장 좋고, 광택이 나는 조엽蓧葉이 가장 나쁘며, 밤새 구름이 끼지 않고 이슬이 내린 때 딴 것이 가장 좋고, 낮에 딴 것은 그 다음이요, 가랑비가 내릴 때 딴 것은 좋지 못하다고 한다.
산골짜기(곡간谷間)에 자라는 차나무에서 잎을 딴 것이 상품이고, 대나무밭에 나는 차나무는 그 다음이고, 돌자갈밭에 나는 것은 그 다음이요, 무른 모래땅에 자라는 차나무잎은 또 그다음이라고 했다.
이처럼 찻잎을 따 모으는 데에도 철과 날씨와 나는 곳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와 같은 우리나라의 차의 명인들은 차도를 많이 연구하고 차를 좋아했다.
차는 군자君子의 성품을 가져서 사邪(요사스러운 것)가 없기 때문에 기품 있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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