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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89 - 참나무 본문

동식물 이야기와 사진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89 - 참나무

새샘 2026. 5. 17. 16:44

참나무 나무 모양(출처-출처자료1)

 

참나무는 진짜 '참'의 나무란 뜻이며 한자 이름은 진목眞木이다.

열매인 도토리는 흉년의 대용식으로 이용되고, 목재는 단단하며 잘 썩지 않는 좋은 나무이다.

'참나무'는 나무 종류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참나무속에 속하는 식물을 집합적으로 말할 때 부르는 이름이다.

 

해발고도 100~1,800미터의 산 중턱에서 30미터까지 높이까지 자라고,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갈잎 넓은잎 큰키나무인 참나무는 한반도 전역에서 나며, 중국과 러시아 Russia 극동 지방에도 분포한다.

 

학명 중 속명은 쿠에르쿠스 Quercus, 영어는 oak(참나무), 한자 표기는 여러 개로서 상橡(상수리나무 상), 력(역)櫟(참나무 력), 해檞(떡갈나무 해), 저(서)杼(도토리 저 또는 서), 작柞(갈참나무 작), 유楢(졸참나무 유) 따위이다.

 

 

○내 고향의 꿀밤나무

 

필자의 고향 마을에는 꿀밤나무('상수리나무'의 사투리)가 있었다.

가을이 되면 꿀밤('도토리'의 사투리)을 모아 꿀밤묵을 만들어 먹었지만, 그 양은 별로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땔감으로 참나무 줄기를 잘라가고 그 뒤 움가지가 크게 자랄 사이가 없어 꿀밤을 달 만한 나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몇 알의 꿀밤이 떨어지는데, 우리 또래는 몇 알의 꿀밤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서넛이 모이면 서로의 꿀밤을 비교하고 그 생김새를 감상했다.

이처럼 우리는 어릴 때 꿀밤이라는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과 친숙하게 지내면서 자라난 자연의 아이들이었다.

 

 

갈참나무 수꽃과 새잎(출처-출처자료1)

 

졸참나무 도토리와 낙엽(출처-출처자료1)

 

아래로 처지는 참나무 수꽃은 창조주의 절묘한 예술적 설계라고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소리 없이 떨어져 낙엽 위에 놓인 도토리의 광택은 자연의 크나큰 자랑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이란 것은 나뭇잎 한 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름다움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것을 감상하는 인간의 자세와 여유가 문제이다.

"유연悠然히(침착하고 여유 있는) 남산을 바라보노라"하는 심정의 경지를 누구나 가질 수는 없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먼 것도 아니다.

참나무류의 나무는 대체로 강직하고 투박하며, 어느 면에서는 어설픈 질서의 미를 갖추고 있지만, 그 안에서 유연하고 잔잔한 물결과 같은 여성적 미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 지구상에는 아름다운 예술적 작품으로 충만해 있다.

그 예술적 미를 어느 수준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품성에 달려 있다.

 

 

○참나무의 종류

 

왼쪽부터 차례로 떡갈나무 잎, 신갈나무 잎, 졸참나무 잎, 갈참나무 잎(출처-출처자료1)

 

(왼)신갈나무 잎 스케치와 (오른)신갈나무와 갈참나무의 잡종 잎 스케치(출처-출처자료1)

 

참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구체적인 나무는 없다.

우리 고향에서는 상수리나무를 꿀밤나무 또는 참나무로 불렀으나, 이는 사투리이고 정식 명칭은 아니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물참나무, 갈참나무 따위를 총칭해서(모아서) 참나무라고 부른다.

총칭의 보기로는 대나무 또는 포플러 같은 나무들이 있다.

대나무라 하면 왕대, 죽순대(맹종죽孟宗竹), 이대, 오죽烏竹(검정대), 솜대(분죽粉竹) 따위를 통틀어 말하는 명칭이며, 포플러에는 양버들, 미루나무를 포함하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그 안에 딸려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나무속屬의 많은 종이 분포하고 있다.

참나무를 영어로 오크 oak라고 하며, 미국 USA·캐나다 Canada에도 많은 종의 오크가 있다.

오크, 즉 참나무속 나무는 크게 늘푸른나무와 갈잎나무 둘로 나누어진다.

제주도나 남쪽 바닷가에 자라는 늘푸른 참나무류는 '가시나무'라 부르는데, 여기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에 분포하고 있는 갈잎나무 종만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산야에는 참나무류 나무들이 매우 많고 왕성한 숲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참나무를 우리나라 숲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갈잎 참나무는 도토리이 성숙에 1년이 필요한지, 아니면 2년이 필요한지에 따라 구분된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의 열매는 성숙하는데 2년이 걸린다.

즉 봄에 꽃이 피고 다음해 가을에 열매가 익어 떨어진다.

이들 나무는 줄기 색깔이 검기 때문에 흑색계 참나무 black oaks라고 한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는 서로 교배가 쉽게 되어 잡종을 잘 만들며, 중간 형질을 가진 개체도 종종 나타난다.

굴참나무는 상수리나무보다 내한성이 강해서 상수리나무보다 더 높은 산지에 나타난다.

 

다음으로 떡갈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따위는 꽃 핀 그해 가을에 열매가 성숙하는 무리로서, 줄기 색깔이 그다지 검지 않아 백색계 참나무 white oaks라 한다.

백색계 참나무도 종 사이에 잡종이 잘 만들어지므로 중간 형질을 보이는 개체가 많아 식별이 어렵다.

 

신갈나무는 북쪽 지방이 고향으로, 점차 남쪽으로 이동하던 중 남쪽의 졸참나무와 교배해 튀기를 만들면서 물참나무를 만들게 되었다는 가설이 있다.

남한의 높은 산꼭대기에서 자라는 신갈나무는 졸참나무와 접할 기회가 없어 신갈나무로서의 순수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남산에는 신갈나무 미림美林(계림桂林: 아름다운 숲)이 비교적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남산의 신갈나무 숲은 조경적 가치가 뛰어나고, 남산의 진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귀중한 존재이며, 학술적 가치 또한 높다.

서울 시내 종묘나 궁궐의 낮은 평지에 갈참나무 노거목이 있는 것을 보면, 서울에도 한때 참나무류가 번성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참나무와 혼다 교수의 조선삼림대론

 

혼다(본다정육本多靜六) 교수는 일본 동경제국대학에 1893년 9월 조림학 강좌가 설치된 이래 1927년까지 약 33년 동안 조림학 강의를 담당한, 말하자면 일본 임학의 창설자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혼다 교수의 강연을 들은 것은 1938년 중학교 2학년 때 당시 대구역 앞에 있는 공회당의 붉은 벽돌건물 안에서였다.

의자에 앉아서 정력적으로 강의했는데 그때의 분위기가 아직 그대로 필자 머릿속에 남아 있다.

혼다 교수의 저서 ≪조림학전론≫(1912)에는 조선삼림대론朝鮮森林帶論이 96쪽에 걸쳐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아마도 우리나라 삼림대에 관한 첫 번째 보고가 아닌가 싶다.

혼다 교수의 논의가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하여 참나무류, 특히 갈잎 참나무류를 중심으로 온대림(갈잎넓은잎나무숲)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해 본다.

 

 

●삼림대의 구별과 명칭

 

한반도 삼림의 모습을 살펴볼 때, 원래의 삼림이 많이 파괴되어 남아 있는 것은 북부 대동강, 압록상 상류 지방과 몇몇 높은 산 위쪽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때 높은 산이라 하면 낭림산, 금강산, 지리산 따위를 들 수 있다.

그중 온대림에 해당하는 곳의 임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남아 있는 식생植生(어떤 일정한 장소에서 모여 사는 특유한 식물의 집단)을 조사하고 식생 천이의 과정을 볼 때 일본의 그것과 닮은 점이 많아 일본 명칭을 옮겨다 사용해도 별 모순이 없을 것이다.

다만 일본에는 너도밤나무가 있고 한국에는 없는데, 이것 때문에 다른 명칭을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의 삼림대는 일본처럼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국의 온대림

 

한국의 온대림에는 너도밤나무가 없고 일본에는 많다.

그래서 흔히 온대림을 너도밤나무대로 말하고 있다.

일본 너도밤나무대의 구성 수종이 한국 온대림의 구성 수종과 비슷하고, 또 온대림의 양쪽 끝이 난대림과 한대림에 인접하고 있다.

한반도의 온대림 영역은 약 85퍼센트의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그간 온대림은 사람들의 간섭을 받아 고유의 임상이 크게 파괴되어 그 구성 수종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현재의 수종을 가지고 말할 것 같으면, 한반도 온대림 수종은 졸참나무, 물참나무, 때죽나무가 특징적이고, 온대림 북부의 수종은 떡갈나무와 신갈나무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온대림의 주림목主林木(숲의 주된 나무)은 반음지나무인 서어나무와 개서어나무로서 일본의 너도밤나무를 대체하는 것으로 볼 만하다.

 

대체로 한반도의 온대림에서는 현재 개서어나무와 서어나무 따위는 계곡이나 산의 북쪽 면처럼 비교적 그늘진 곳에 나고 있지만, 그 수는 결코 많지 않다.

온대림 남부 지역은 사람들이 나무를 벌채해서 서어나무류의 수는 극히 적다.

그러나 한라산의 천연온대림에는 서어나무류가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볼 때, 한반도의 주림목은 서어나무류라고 할 수 있다.

 

서어나무류가 현재 졸참나무 따위의 양지나무 수종과 섞여 있는 것은 인위적으로 울폐鬱閉(물이 막혀 통하지 아니함)가 깨어진 뒤 침입한 것들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졸참나무나 떡갈나무 아래에서 서어나무류가 쉽게 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내음성耐陰性(음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성질)이 비교적 약한 데 있다고 보인다.

서어나무와 개서어나무는 평지에서는 보기 힘들고 임상이 보호되고 있는 곳, 예를 들어 한라산, 지리산, 금강산, 낭림산과 같이 높은 산에서 볼 수 있을 뿐이다.

서어나무류는 너도밤나무에 비하면 북쪽으로 나아가는 힘이 더 약하다.

따라서 온대림의 위쪽에 이르면 서어나무류는 점차로 신갈나무에 양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한반도에서는 한대림과 서어나무류를 주림목으로 하는 온대림은 서로 직접 이어지기 어려우며, 이 두 삼림대를 연결해 주는 나무는 전나무라고 생각된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역할을 해주는 나무가 솔송나무이다.

한반도에서 전나무의 분포를 보면, 소위 온대림 북부부터 한대림 남쪽(아래쪽)에 걸쳐서 신갈나무(혼다 교수는 물참나무 mizunara로 표현함) 숲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산불과 화전에 의해 인위적으로 전나무가 제거되고 그 뒤 신갈나무가 들어온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러나 신갈나무는 내화성耐火性(불에 견디는 성질)이 강한 편이고 또한 내한성도 강해서 한반도에서는 비교적 음성陰性(음지에서 잘 자라는 성질)에 기울어진 성질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한번 신갈나무가 숲 땅을 점유하게 되면 그 임상을 비교적 잘 유지해 나가고 있다.

 

한국의 온대림은 그 면적이 넓어 다시 이를 둘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온대림 남반부인 온대 남부는 밤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따위가 자생하는 곳이고, 온대림 북반부인 온대 북부는 신갈나무, 떡갈나무 따위가 자생할 수 있는 구역이다.

혼다 교수는 온대 남부와 온대 북부의 경계를 설명했는데, 이는 대체로 현재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온대림 남부와 중부를 합쳐서 온대 남부로 보고 온대림 북부를 온대 북부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경기도와 대동강 하류 지방, 강원도와 함경남도 접경 지대는 온대 남부의 북쪽 지역으로 볼 수 있다.

 

 

●온대림 임상의 변화: 식생 천이

 

한반도의 온대림에는 일본의 온대림 대표 수종인 너도밤나무가 없고, 그 고유 임상은 서어나무와 개서어나무로서 이들 숲이 산불이나 개간으로 침해를 받게 될 때에는 양성陽性(양지에서 잘 자라는 성질)이면서 씨 전파가 잘 될 수 있는 붉나무, 개옻나무, 청미래덩굴, 찔레나무, 버드나무, 산초나무류, 개암나무류 따위가 나타난다.

이들 수종이 숲을 이루면 점차 다시 서어나무류와 같은 반음성半陰性의 나무가 들어오고, 끝내는 온대림 고유의 수종으로 회복하게 된다.

그러나 벌채나 산불 따위의 영향으로 내화성이 있는 온대 수종, 즉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따위로 제2기 종말의 숲을 형성하게 된다.

제1기는 고유 수종으로 형성된 서어나무 따위를 말하며, 제2기의 숲이 계속 간섭을 받으면 소나무의 침입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제3기의 숲이라고 할 수 있다.

 

한대림의 고유 수종은 분비나무, 전나무, 주목, 잣나무 따위로서, 이것이 파괴되면 신갈나무, 박달나무, 사시나무, 황철나무, 떡갈나무 따위가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난대림의 경우도 그 고유 수종은 가시나무류, 잣밤나무류, 후박나무와 같은 늘푸른넓은잎나무종이지만, 이러한 숲이 산불이나 개간으로 파괴되면 양성을 띠고 씨 전파력이 있는 예덕나무, 비목나무, 굴피나무, 그리고 온대 수종인 서어나무류가 들어오게 된다.

이 숲이 잘 보호되면 다시 숲 안에 난대 고유의 수종이 들어오지만, 반면에 숲이 계속 파괴되면 내화성이 강한 온대 수종인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가 침입하게 된다.

이것이 다시 파괴를 거듭하면 소나무와 노간주나무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천연기념물 참나무

 

경북 안동 대곡리의 굴참나무(천연기념물)(출처-출처자료1)

 

모든 나라는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노거목老去木(노거수老巨樹: 오래 산 굵고 큰 나무)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이란 용어는 1800년 독일 Germany의 훔볼트 A. V. Humboldt란 사람이 처음 사용했다.

그는 남미의 적도 부근을 여행하다가 열대성 자귀나무 거목을 발견하여 이를 천연기념물天然記念物 Naturdenkmal(영어 Natural monumnet)이라고 표현했으며, 그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연보호운동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거수를 선택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2026년 현재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약칭 자연유산법)'로써 보호하고 있다.

자연유산법 제1조에는 "이 법은 역사적·경관적·학술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안동 용계에 있는 은행나무를 살리기 위해 10억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였고, 속리산의 정이품송 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역시 몇억의 돈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행위를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노거목을 살펴보면, 대개 사람들이 그 나무에 영성靈性(신령함)을 부여하고 서낭당나무 또는 신목神木·당산목堂山木으로 일컬으면서 숭앙하며, 나아가 민속신앙으로까지 발전시켜온 것들이 많다.

 

몇백 년 또는 천 년을 살아온 나무들은 우리 선조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귀중한 역사성을 갖게 되었고, 후대 사람들은 이 나무들로부터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나무들을 자랑거기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나무들을 보면 은행나무, 소나무, 향나무, 느티나무, 곰솔, 이팝나무, 회화나무, 왕버들, 후박나무처럼 장수하는 나무가 많고, 참나무류로는 굴참나무와 갈참나무가 있다.

그러나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따위가 포함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야생의 숲, 그 아름다움

 

참나무 숲(출처-출처자료1)

 

숲의 아름다움에 대한 서술은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묘하게 솟아오른 산봉우리를 덮고 있는 원시의 숲은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필자는 오대산 비로봉 위 오대산맥 능선마루에 펼쳐진 신갈나무의 늙은 자연림을 보았다.

한 나무 한 나무가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는 했지만, 집단으로 모여 나타내는 종합의 미美가 필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 숲은 장엄하고 당당하고 황홀하며 고요하고 깨끗하며 질서를 가지고 무언가 이 세상의 이치를 말해주는 함축이 있었다.

수량으로 셈할 수 없고 인간의 부족한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인간은 미美를 추구하고 그것을 이해할 줄 아는 존재이다.

같은 원시림 속에 있다 하더라도 사람의 미 의식의 수준과 교양 그리고 평소의 사색 내용에 따라 뽑아낼 수 있는 미의 값은 크게 서로 다를 수 있다.

한번 접촉한 자연의 미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그 효과가 오래오래 지속되는 사람도 있고, 잠시의 영상으로 비췄다 어디론가 쉽게 사라져 그 효과가 상실되고 마는 사람도 있다.

아름다움이 주는 망연자실, 황홀, 그리고 전신에 퍼져 들어오는 자극 따위가 있을 때 인간의 미적 활동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것이 오랜 여유를 가지고 무언가 자신을 변화시켜주는 힘을 가질 때 우리는 만족할 수 있다.

같은 대상을 두고 그것에서 얻는 미적 감각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했지만, 그 안에는 일치성도 있다.

 

참나무는 집단을 만들어야 아름다움을 완성시킬 수 있다.

참나무 숲의 오솔길을 명상하며 걸어보자.

마음을 비우고 혼자서 걸어보자.

 

 

○유럽의 참나무

 

어느 해인가 학술회의가 끝나고 필자를 포함한 참석자들은 숲 탐방 여행에 참가해서 유명한 스웨덴 Sweden의 식물학자 린네 Carl von Linné의 집을 방문하였다.

린네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나지막한 집이었다.

린네의 집 부근에 큰 참나무 Quercus robur가 있었는데, 이 나무가 바로 영국참나무 English oak로 높이가 30미터에 이르며 유용한 목재를 생산하는 경제수종이라고 한다.

우리가 본 이 참나무는 스웨덴에서 가장 굵은 줄기를 가지고 있는 노거목이었다.

줄기에 터널처럼 크게 구멍이 나 있어 여름에도 그 안이 시원해서 음식물을 보관하는, 말하자면 냉장고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구멍을 지나가면 행운이 오고 건강해진다는 말이 있어서 사람들은 이 나무 구멍을 지나가곤 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이러한 종류의 습속운 있기 마련이다.

믿어지지 않는 것을 믿어본다는 인간들의 사고는 나쁠 것 없다.

다른 수종으로도 스웨덴에서 이보다 더 큰 줄기를 가진 나무는 없지 않을까 한다.

 

 

독일의 50페니히 동전에 새겨진 유럽참나무(출처-출처자료1)

 

필자가 독일을 여행한 것은 서너 번을 넘는다.

그때마다 필자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것으로 독일 동전이 있었다.

그중 참나무 모나무(묘목苗木)를 심는 소녀의 상이 새겨진 동전이 있다.

독일인들은 참나무의 굳셈, 깨끗함, 건강, 장수, 씩씩함, 그리고 유용한 쓰임새를 좋게 평가하여 그들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녀의 한량없는 유연함과 참나무의 강건함이 좋은 대조가 된다.

어린 나무와 소녀가 창창한 미래를 안고 있는 점도 조화를 이룬다.

이 나무가 자라서 독일을 지켜준다는 그 신념으로 소녀는 한 그루의 참나무 모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5. 1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