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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91 - 철쭉

새샘 2026. 5. 24. 14:35

철쭉 나무 모양(출처-출처자료1)

 

 

철쭉의 원래 이름은 양척촉羊躑躅이었다.

양이 철쭉을 먹으면 비틀거리다가 죽어버린다는 뜻이 들어 있다.

차츰 맨 앞 글자인 '양'이 떨어진 '척촉'이라 부르다가, 우리 이름으로 철쭉이 되었다.

실제로 유독 성분이 들어 있어서 양이 먹지 않는다.

흔히들 먹을 수 없는 철쭉꽃은 개꽃, 먹을 수 있는 진달래꽃은 참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반도가 원산지인 철쭉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산지의 능선이나 숲속 어디서나 잘 자라는 갈잎 넓은잎 떨기나무이고, 중국 동북부, 내몽고, 극동러시아에도 분포한다.

철쭉과 진달래는 모두 진달래과 Ericaceae 철쭉속 Rhododendron에 속한다.

학명 가운데 속명 로돈 Rhodon그리스어 Greek로 붉다는 뜻이고 덴드론 dendron은 나무를 뜻하므로 로도덴드론 Rhododendron은 붉은 꽃이 피는 나무란 뜻이다.

 

학명은 로도덴드론 슐리펜바키이 Rhododendron schlippenbachii, 영어는 royal azalea(제왕 진달래), 한자는 척촉躑躅이다.

 

 

○철쭉과 진달래

 

철쭉 꽃과 잎(출처-출처자료1)

 

철쭉의 잎과 열매 스케치(출처-출처자료1)

 

철쭉과 진달래, 서로 비슷한 키 작은 떨기나무이다.

진달래는 이른 봄에 우리나라의 산을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꽃으로 유명하다.

잎이 피기 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눈이 녹기 시작하는 이른 봄에 산을 단장한다.

 

반면 철쭉은 꽃이 필 때 잎도 나 있으므로 꽃 피는 때가 진달래보다 한 달이나 한 달 반쯤 늦어진다.

우리나라의 산은 한 해 동안 두 번 불탄다.

봄철에는 진달래와 철쭉 때문에 타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으로 또 한 번 탄다.

그래서 우리의 산천을 금수강산이라고 부른다.

 

두보杜甫의 시에 다음과 같이 꽃이 불탄다는 표현이 있다.

이때 산을 불타게 할 꽃은 진달래나 철쭉밖에 없지 않을까?

불꽃과 같은 꽃을 달리 찾기는 어렵다.

 

"강물이 푸르니 새는 더욱더 희고 (강벽조유백 江碧鳥白)

산이 푸르니 꽃은 불타오르려 한다 (산청화욕연 山靑花欲燃)

이번 봄도 그럭저럭 가 버리고 (금춘간우과 今春看又過)

고향으로 갈 날은 어느 때쯤인가 (하일시귀년 何日是歸年)"

 

이른 봄에 피는 진달래는 잎이 비교적 좁은 긴 타원형이고 가지에 어긋나게 붙는다.

이에 비해 철쭉은 잎이 널고 둥근 편이며 계란 모양(난형卵形)처럼 보인다.

잎이 역시 어긋나 있지만 잎들이 가지 끝에 모여서 돌려나기(윤생輪生: 수레바퀴처럼 돌려 나는 모습)하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잎의 모양과 가지에 붙은 방식 그리고 꽃 피는 시기로 진달래와 철쭉은 서로 구별된다.

철쭉보다는 진달래가 이른 봄을 장식하므로 우리에게 더 친근하고 따라서 감미로운 시도 많다.

말하자면 철쭉은 진달래에 선수를 빼앗긴 셈이지만, 철쭉 꽃밭의 장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소백산의 철쭉밭

 

철쭉이 활짝 핀 울산 가지산(출처-출처자료1)

 

1980년대 초 어느 늦은 봄날에 필자는 소백산에 올랐다.

소백산 최고봉인 비로봉 해발 439미터 정상 가까운 곳에 펼쳐진 완만한 경사의 철쭉밭이 꽃을 달게 될 때 장관을 이룬다.

군데군데 솜다리가 꽃핀 벌판에 앉아 그 평원을 내다보는 기분은 무언가 광활한 것이 가슴을 열어주는 듯하다.

저 아래쪽 산골짜기에서 한 덩어리의 구름이 상승 기류를 타고 빠른 걸음으로 올라온다.

어느 사이엔가 이 구름은 필자를 에워싸고 계속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데, 이때 그것은 구름이 아니고 짙은 안개이다.

조금 뒤 이 안개 덩어리는 필자를 떠나 비로봉으로 올라간다.

이러한 안개, 아니 구름이 어디에서 생겨났는지 이어서 올라오고 있다.

축축한 기운이 철쭉 밭을 쓰다듬다가 또 하늘로 올라간다.

바다가 보내온 선물인 수증기가 이곳을 찾아와 온갖 꽃들과 나무들을 자라게 해준 것이다.

 

인간이 이곳을 찾기 이전 몇백만 년보다 더 먼 지난날에도 이러한 광경은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호랑이가 자주 지나다니던 이 산 능선에 지금 필자가 와 있다.

그때 필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엮었다.

 

<소백산의 진달래>

 

"쏟아져 무더기로

 무더기로 쏟아져

별이 쏟아져

진달래 밭 소백산

흘러흘러 강물처럼

세월이 흘러

언덕은 햇볕에 바래고

신화는 강물에 잃어버리고

원시는 바다로 갔다

 

끓어올라 피어올라

바다의 마음

흘러흘러 안개로

안개로 흘러흘러

무지개 타고 찾아온

내 고향 진달래 밭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수만 년 피고 지고

아스라아스라

내 고향 진달래 밭

귀촉도 험한 길

뻐꾸기 오는 길

꽃이 피는 길"

 

그때 철쭉 밭으로 표현해야 더 옳았지만, 어감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진달래로 해 두었다.

사실 소백산 주변 사람들은 철쭉을 진달래로 흔히 부른다.

소백산의 철쭉 밭은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해도 좋다.

6월쯤 철쭉이 필 때 이곳에서 철쭉제가 치러지는데, 이런 행사는 산보다는 근처 학교 운동장쯤에서 열리는 것이 자연보호를 위해 더 좋다.

수많은 사람이 산으로 몰려들다 보면 산의 풀과 나무가 상하기 쉽다.

 

이처럼 소백산의 철쭉은 명품이다.

한라산의 철쭉 밭, 설악산의 철쭉 밭 또한 좋다.

 

 

○철쭉은 척촉에서

 

철쭉을 한자로는 '척촉躑躅'이라 하며, 척촉은 중국에서 옛적부터 써온 나무 이름으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떨기나무(관목灌木)류나 꽃나무(화목花木)류에 넣지 않고 풀 종류(초류草類) 가운데 독초에 넣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 색다르다.

 

'척'자나 '촉'자나 모두 머뭇거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오도 가도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당황하는 상황을 나타낸다.

'척촉'은 '발로 땅을 치는 모습(이족격지야 以足擊地也)'을 뜻하기도 하지만, 왔다 갔다 하는 망설임도 나타낸다.

또한 나무 이름으로 철쭉을 뜻하기도 하며, 철쭉 꽃에는 독이 있다고 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양척촉羊躑躅'이란 제목 아래 "꽃에는 강한 독이 있으며 그 꽃잎을 먹으면 발로 땅을 치면서 죽는다(양식기엽羊食其葉 척촉이사躑躅以死)"라고 했고, 그래서 철쭉은 양불식초羊不食草(양이 먹지 않는 풀)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또 부록에는 산척촉山躑躅(산철쭉)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것은 꽃에 독이 없고 맛은 시다고 했다.

산척촉의 꽃은 응달을 즐기고, 비옥한 땅을 싫어하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잘 자라고, 꽃색에는 변이가 있다고 했다.

 

이처럼 철쭉의 원래 한자 이름은 양척촉이었으나, 현재 우리는 '양羊'자는 빼고 '척촉' 두 자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태현 박사의 도감에는 산철쭉을 설명하면서 한자 이름으로 양척촉이라고도 한다고 했으며, 이것을 우리말로는 양羊척촉 또는 산철쭉으로 말한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철쭉이라든가 척촉이란 이름은 여러 종류의 나무를 포함시켜 말하는 총명總名적인 성격도 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 척촉을 바탕으로 해서 철쭉이란 이름을 만들었고, 이 철쭉이란 말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으로 건너갈 때 척촉이란 한자 이름은 함께 따라가지는 못하고 우리말 철쭉이 먼저 건너가서 일본 이름 '쓰쓰지 つつじ'로 되고, 그 뒤 척촉이란 한자 이름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躑躅つつじ'란 지금의 일본 이름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영산홍

 

영산홍映山紅은 일본에서 들어온 철쭉의 일종으로, 이 꽃이 산에 필 때에는 온 산을 붉게 물들이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홍철쭉(홍척촉紅躑躅)이라고도 하며, 일본 사람들을 이것을 '기리시마 キリシマ'로 읽는다.

기리시마는 철쭉속의 한 종으로, 일본에서는 산에 이 꽃이 많이 피어나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중국의 ≪본초강목≫에서는 진달래와 영산홍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만, 일본의 ≪삼재도회三才圖會≫에서는 서로 다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영산홍의 잎은 좁고 길지 않으며 더 둥근 편이라 했다.

기리시마에 대한 설명을 보면, 잎은 늘푸르고 추운 지방에서는 반갈잎이며 꽃이 5월에 핀다고 했다.

진달래보다는 꽃철이 늦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화소록養花小錄≫에 영산홍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철쭉은 영산홍으로 해석된다.

 

"세종 23년(1441) 봄에 일본에서 철쭉 두어 분盆(화분)을 공물을 보내왔다. 주상께서는 이것을 대궐 안에 심도록 명령을 내렸으며, 그 꽃이 무척 아름다웠다 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는 "영산홍은 나무 이름이다. 꽃이 피기는 두견화杜鵑花(진달래)보다는 뒤지고 철쭉보다는 이르다. 나무는 철쭉보다 높고 크다. 지금 남쪽 지방에 많이 있다. 두견화를 가지고 영산홍이라 한 것은 잘못이다"라고 했다.

이 서술을 보면 영산홍은 추위에 견디는 힘이 약한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도 영산홍을 말하는 왜철쭉(왜척촉倭躑躅)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5. 24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