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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 이야기와 사진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93 - 칡

새샘 2026. 6. 2. 12:18

칡 덩굴로 덮힌 모습(출처-출처자료1)

 

칡은 콩과 칡속에 속하며, 풀처럼 보이는 갈잎 덩굴나무이다.

콩과식물 답게 뿌리혹세균으로 질소를 고정해 양분으로 삼을 수 있어 토질에 관계없이 전국의 산비탈과 같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또 빠르게 자란다.

칡뿌리는 녹말이 풍부하여 흉년의 대용식이었으며, 질긴 줄기 껍질은 옷감을 짜거나 삼태기를 비롯한 생활용구를 만드는데 널리 이용되었다.

 

학명은 푸에라리아 로바타 Pueraria lobata, 영어는 East Asian arrowroot(동아시아 칡) 또는 일본어 발음을 딴 kudzu(칡), 한자는 갈葛이나 갈등葛藤으로 쓴다.

 

 

○나무로서의 칡

 

칡의 잎(출처-출처자료1)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곳에서는 나무와 풀을 구별하기가 어렵지 않다.

땅 위에 있는 줄기가 겨울 동안 얼어 죽지 않고 남아 있어 해마다 그 굵기를 더해가는 식물을 나무(목木)라 한다.

그래서 칡도 나무, 즉 목본木本으로 취급되어 기록에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지난날 우리 선조들이 칡을 풀, 즉 초본草本으로 다룬 내용이 있다.

≪자회字會≫에 대나무와 함께 초훼草卉에 칡을 넣어 나무로 다루지 않고 갈초葛草라는 말을 삽입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에 칡은 풀 비슷하고 나무 같지 않은 점도 있긴 하다.

 

칡을 '츩'으로 표현한 과학 문헌도 있으며, 츩은 칡의 옛말이다.

칡의 한자어는 갈葛로서 이 글자는 '초草'자와 '갈渴'자가 합쳐서 만들어졌다.

'갈葛'자의 형성 내용을 살펴보면, 칡은 풀(초草)이고 줄기가 건조(갈渴)하여 그것을 끊어도 줄기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일이 없다고 했다.

칡이 비교적 건조한 곳에서도 견디며 자라고 또 줄기와 잎에 털이 많이 나서 건조를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갈葛'자의 형성에 상당한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형 칡

 

칡의 열매와 잎 스케치(출처-출처자료1)

 

칡은 양지쪽에서 잘 발견할 수 있는데, 양지쪽은 비교적 건조한 곳이다.

그러나 땅이 깊고 배수가 잘 되는 조건이라면 수분이 적당한 곳에서 칡은 좋은 자람을 보인다.

시장에서 굵은 칡뿌리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필자가 본 것 중 가장 굵은 칡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 방도리 목도마을 앞바다에 있는 목도目島(눈섬)의 것이다.

목도는 해안가에서 약 300미터 거리에 있는 약 1.5헥타르의 작은 섬으로 동백나무, 후박나무, 다정큼나무, 송악, 사철나무와 같은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들이 우거져 자라고 있고, '울주 목도 상록수림蔚州目島常綠樹林'이란 이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섬이다.

섬이 눈 모양이라 해서 눈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며, 동백꽃이 많기에 동백섬(춘도椿島)으로도 불렀고, 신라시대부터 화살의 재료가 되는 대나무인 신이대가 많았으므로 대섬(죽도竹島)이란 이름도 가졌었다.

 

울릉도를 제외하고 동해안에서 늘푸른넓은잎나무숲이 이처럼 북쪽까지 올라온 곳은 따로 없다.

이 섬에서 엄청나게 큰 칡을 보았는데, 줄기 둘레가 127센티미터, 지름이 40센티미터를 넘었다.

이것을 줄기로 보기보다는 뿌리 부분으로 볼 수도 있다.

그것은 이 부분이 지난날 땅속에 묻혀 있다가 표토表土(땅 표면의 흙)가 유실되면서 밖으로 나와 줄기 비슷한 행세를 하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칡을 한자로는 갈葛로 쓰지만 갈등葛藤으로도 많이 쓴다.

'갈등'하면 칡과 등나무 두 가지를 뜻할 수도 있고, 칡 한 가지만을 뜻할 수도 있다.

흔히 갈등은 번뇌의 뜻을 가지는데, 칡과 등처럼 엉키고 설켜서 어찌된 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 그것은 번뇌가 될 수 있다.

 

 

○옛 시 속에 나오는 칡

 

중국 시인 굴원屈原의 작품 <산귀山鬼>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여신이 남신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이다.

 

"산에서 삼수三秀를 캐고자 하는데 돌이 데굴데굴하고(석뇌뢰혜石磊磊兮) 칡덩굴은 얽혔다(갈만만葛蔓蔓).

사모하는 그대를 만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워 마음이 추창惆愴해서(실망하여 슬퍼서) 집으로 돌아올 것을 잊었다.

그대가 나를 잊은 것이 아니라, 한가히 때를 얻지 못한 것이겠지."

 

여기서 삼수三秀는 한 해에 세 번 꽃피는 신령스러운 지초芝草영지靈芝버섯으로, 이것을 캐서 남신에게 선물하고자 했던 모양이다.

칡은 돌밭에서 왕성한 자람을 보이고 굵은 칡뿌리를 만들 수 있다.

 

또 두보杜甫의 시에 "고운 갈포 옷 속에 바람이 인다(세갈함풍연細葛含風軟)"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한결같이 갈포葛布(칡베) 베옷은 시원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옛날 오吳나라 왕이 월越나라 왕의 좋은 옷을 보고 시기한 나머지 "나라 안의 남녀를 깊은 산중으로 보내 칡을 거두어 갈포를 헌납시켰다(사국중남녀입산使國中男女入山 채갈작황사지포采葛作黃絲之布 헌지獻之)"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갈포의 이용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갈생葛生(칡덩굴) 시경당풍詩經唐風>에도 '갈생몽초葛生蒙楚'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칡덩굴은 가시나무를 감아올라가 그것을 덮고 있네'라는 뜻이다.

이 노래는 과부의 탄식이라고도 하고,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생각해서 상심하는 아내의 노래라고도 하는데, 칡은 무엇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것으로 여자는 남자에게 의지해서 살아감을 연상聯想시키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다.

가시나무를 감고 올라간 칡을 보고 외로움과 남편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이방원李芳遠의 <하여가何如歌>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보는 것으로 칡의 좋지 못한 면을 나타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년까지 누리리라"

 

엉키는 칡덩굴을 지조 없이 그때그때 적당히 변절하는 상징으로 본 것이다.

있을 법한 느낌일 수 있다.

 

 

○칡의 이용

 

칡뿌리(출처-출처자료1)

 

칡의 이용에 관하여 가장 먼저 기술한 책은 ≪시경詩經≫일 것이다.

 

"칡덩굴 자라서 산골짜기에 퍼져가니 잎사귀 탐스럽다. 칡덩굴 뻗어서 골짜기로 뻗어가고 잎사귀 검푸르다. 이것을 베어다 쪄서 굵고 가는 베틀 짜서 옷 해 입고 부모에게 말씀드려 근친覲親(시집간 딸이 친정에 가서 부모를 뵘)가자. 막입는 옷 나들이옷 어서어서 빨래하자. 무얼 빨고 안 빨 건가. 부모 뵈러 친정 가자."

 

이것은 <갈담葛覃(칡덩굴)>이라는 노래로서, 칡의 무성한 자람, 그리고 칡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깨끗하게 빨래해서 친정 가자는 신부의 노래이다.

이 노래는 여자의 부지런하고 검소하며 부모를 공경하는 덕망을 강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 노래를 통해 짐작되는 것은 옛적부터 칡이 옷감으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칡의 속껍질은 질긴 섬유세포로 되어 있다.

갈피葛皮(칡덩굴을 벗긴 속껍질)라 하면 청올치를 말하는 것으로 끈을 만드는 재료로도 이용했다.

이 섬유로 벽지를 만들기도 하는데, 일본 가옥 구조 중 미닫이[오襖(후스마ふすま)]에 갈포葛布 벽지를 잘 바르기 때문에,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으로 청올치를 많이 수출했다.

 

갈립葛笠(칡으로 만든 삿갓)이나 갈건葛巾(갈포葛布로 만든 두건)처럼 칡 섬유로 두건을 만들어 썼던 모양인데, 갈건 하면 들에 묻혀 사는 사람 또는 은자隱者(산야에 묻혀 숨어 사는 사람)의 두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산골에는 칡이 많았기 때문에 산속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무척 가까운 섬유 식물이었을 것이다.

 

칡은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로 쓰여졌는데, 그중 칡뿌리(갈근葛根)를 들 수 있다.

기록을 보면 흙 속 깊은 곳에서 자란 것이 좋으며, 5월 5일에 뿌리를 캐어 볕에 말린다고 했다.

또한 생 뿌리를 찧어서 생즙을 내어 먹으면 소갈消渴(당뇨병: 갈증으로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으나 몸은 여위고 오줌의 양이 많아지는 병), 상한傷寒(밖으로부터 오는 한寒, 열熱, 습濕, 조燥 따위의 사기邪氣로 인하여 생기는 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 장열壯熱(신열身熱: 병에 걸려 오르는 몸의 열)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칡뿌리는 보통 봄·가을에 캐서 껍질을 벗긴 뒤 칼로 썰어 햇볕에 말린다.

녹말을 많이 간직하고 섬유질이며 냄새는 없고 맛은 달다.

대체로 뿌리가 굵고 단단하며 색깔이 희고 분성分性(더 작게 나누어질 수 있는 성질)이며 섬유질이 아닌 것이 좋다.

신선한 칡뿌리는 약 20퍼센트의 갈분葛粉(칡녹말: 칡뿌리를 짓찧어 물에 담근 뒤 가라앉은 앙금을 말린 가루)을 함유한다.

뿌리를 물로 갈아서 녹말을 얻으며, 번열煩熱(몸에 열이 몹시 나고 가슴 속이 답답하여 괴로운 증상)과 구갈口渴(목이 마름), 열창裂創(열상裂傷: 피부가 찢어져서 생긴 상처)에 좋다고 한다.

 

칡뿌리의 약효에 대해서는 그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며, 식중독이나 술에 취했을 때, 고혈압 따위의 치료에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칡꽃(출처-출처자료1)

 

칡꽃을 갈화葛花라 하며, 늦여름에 꽃이 만발하기 전에 따서 햇볕에 말린 것을 술에 취했을 때나 열과 오한惡寒(몸이 오슬오슬 춥고 떨리는 증상)이 날 때 일정량을 물로 달여서 마시면 좋다고 한다.

칡 씨는 갈곡葛穀이라 하고 설사하는데, 또 주독을 푸는데 쓰고, 역시 씨를 물로 달여서 마신다.

 

어린잎은 나물로 해서 먹고, 또 산에서 갑자기 상처가 생겨 피가 날 때는 칡 잎을 비벼서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는 칡의 잎과 덩굴을 잘 먹어 칡은 풋먹이(녹사료綠飼料: 식물이 싱싱할 때 베어 만든 가축의 먹이)로도 사용된다.

이처럼 칡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미국 조지아주 State of Georgia, USA에는 칡이 많으며, 이것은 아시아 동쪽에서 건너간 것이라고 한다.

기후와 토양 조건이 알맞아 칡의 자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왕성하다.

그래서 칡이 그곳에 자라는 테다소나무 loblolly pine를 비롯한 여러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특이한 경관을 자아내고 있다.

 

칡을 일본어로 '구즈'라 하며, 영어 이름은 Kuzu(Kudzu) vine(칡덩굴)으로 일본어를 영어로 전용한 것이다.

칡뿌리는 영어로 arrowroot로, 원래 이 단어는 열대지방에 나는 식물의 뿌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 뿌리에서 녹말을 얻고, 또 독이 묻은 화살로 상처를 입었을 때 치료제로 쓰이므로 '화살 뿌리'라는 뜻으로 arrowroot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런 땅속뿌리에서 녹말이 얻어지는 다른 식물에 대해서도 arrowroot라는 이름이 통용되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칡차도 Arrowroot tea라는 영어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3(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6. 6. 2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