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경복궁의 우리 나무 1 - 가죽나무 본문


소태나무과 가죽나무속으로 분류되는 갈잎(낙엽落葉) 넓은잎(활엽闊葉) 큰키나무(교목喬木)인 가죽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꺽다리 나무이다.
일부러 가꾸고 심지 않아도 생명력이 강하여 아무 곳에 씨앗을 퍼뜨리거나 뿌리를 왕성하게 뻗어 웬만한 빈터만 있으면 군말 없이 모여들어 자란다.
키도 쑥쑥 자라 금세 높다랗게 올라가버리는 나무다.
그러나 숲속에서는 가죽나무를 만날 일이 없다.
햇빛을 좋아하는 탓이기도 하나,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 나무라서 이 땅에 몇천 년을 적응해온 우리 나무들이 가만두지 않기 때문이다.
가죽나무의 한자 이름은 '쓸모없는 나무'란 뜻으로 저樗로 쓴다.
다 자라면 높이가 20미터쯤은 간단히 넘고 줄기 둘레가 한두 아름에 이르는데 왜 이런 영예롭지 못한 이름을 달게 되었을까?
옛 선비들이 저력지재樗櫟之材라 하여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사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나무로 삼은 탓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가죽나무에 대한 평가를 엿볼 수 있다.
세종 14년(1432) 봄, 과거에 새로 급제한 선비들이 "가죽나무 같은 쓸모없는 재질로 남다른 은혜를 입었으니 가슴속 감명을 어찌 다하겠습니까?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보답하기 어렵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해 문신인 이정간李貞幹이라는 사람도 "하늘과 땅의 큰 조화는 가죽나무 같은 쓸모없는 재목도 버리지 않으며, 비와 이슬 같은 임금님의 깊은 은혜는 늘그막에 있는 신을 적셔주셨습니다. 미처 뜻하지 않는 은총을 입으니, 말 한마디마다 눈물이 떨어집니다."
사실 가죽나무는 소나무나 느티나무에 비하여 재질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형편없지는 않다.
'쓸모없다'고 깎아내린 그 선비보다 더 쓰임새 많은 가죽나무는 충성심 넘치는 사람들에 의해 과장된 바가 없지 않은 것이다.
잘 키우면 모양새도 제법 품위를 갖추고 있어서 요즘엔 가로수로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암수딴그루이므로 가로수로는 꽃가루가 날리고 냄새가 심한 수나무보다 주로 암나무를 선택해 심는다.

가죽나무란 이름은 스님들이 절에다 흔히 심고 잎을 나물로 먹는 '진짜 중 나무'란 뜻의 참죽나무와 비교해 잎을 먹을 수 없는 '가짜 중 나무'를 한자로 적은 가승목假僧木이란 이름을 여러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금강산의 한 암자에서 스님과 시 짓기 시합을 했을 때 스님이 지었다는 시에 "가승목 가지 부러져 달그림자 마루에 어른거린다(가승목절월영헌假僧木折月影軒)"는 구절이 있다.
조선 말기의 문신인 김윤식金允植의 시문집 ≪운양집雲養集≫에도 가죽나무를 가승목이라고 부르고, 참죽나무는 진승목眞僧木이라고 나온다.
가죽나무와 참죽나무를 구별하려면 잎을 보면 된다.
가죽나무는 13~27개의 작은잎이 홀수로 나오고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으며 잎의 아랫부분에 2~3개의 선점이 만져지는 반면, 참죽나무는 12~22개의 작은잎이 짝수로 나오고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잎 아랫부분에 선점이 없다.

가죽나무의 나무껍질은 어릴 때는 회갈색이고 갈라지지 않으며 작은 숨구멍들이 약간 볼록볼록하게 나온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회갈색이 흑갈색으로 짙어지고 세월을 이기지 못해 얕게 세로로 갈라진다.
꽃은 원뿔꽃차례로 여름에 막 들어갈 즈음 초록빛이 도는 흰빛으로 핀다.
열매는 가운데 씨앗을 두고 양옆으로 길고 납작한 날개를 달고 있으며, 적갈색이다가 점차 회갈색으로 익는데 이듬해 봄까지도 달여 있다.
뿌리의 껍질은 저근백피樗根白皮라 하여 약재로 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오래된 설사, 치질, 장풍으로 피를 계속 쏟는 것을 낫게 하고 하혈을 멎게 하며 오줌 횟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다.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는 잎은 깃꼴겹잎으로, 한 잎자루에 작은잎이 13~27개씩 홀수로 달리며 끝으로 갈수록 날렵하게 뾰족해진다.
잎의 아랫부분에는 큰 톱니가 2~3개 있고, 톱니 끝을 만져보면 딱딱한 알갱이가 만져진다.
바로 선점腺點이라는 것인데 고약한 냄새를 분비하는 곳으로 작은 사마귀처럼 생겼다.
잎자루가 떨어진 자국을 겨울에 보면 마치 호랑이 눈을 보는 듯하다 하여 호목수虎目樹 또는 대안동大眼桐이라는 이름도 있다.
※출처
1. 박상진 지음, 궁궐의 우리 나무, 개정2판 2쇄 발행((주)눌와, 2017).
2. 구글 관련 자료
2026. 7. 31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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