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식물이란 무엇인가 본문

동식물 이야기와 사진

식물이란 무엇인가

새샘 2026. 7. 29. 22:44

식물植物 plant이란 무엇일까요?

 

이 간단한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기는 의외로 어렵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식물을 보고, 먹고, 숨 쉬며 살아가지만 '식물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지구 생태계 전체 생물량生物量 biomass(탄소 무게로 나타낸 생물의 현존량)의 80퍼센트 이상이 식물입니다.

지구의 생명계를 움직이는 '진짜 주인공'은 사실 식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약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방문한다면,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식물을 이 행성의 지배자로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생명체가 식물이니까요.

 

 

○바오밥나무는 알아도, 풍년화는 모르죠

 

(왼)바오밥나무 (오른)풍년화(출처-출처자료1)

 

위 그림의 왼쪽에 있는 생명체, 다들 아시죠?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 baobab입니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위 그림 오른쪽의 식물은 어떨까요?

아마 대부분은 이름조차 모를 겁니다.

이 식물의 이름은 풍년화입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 식물 이름을 아는 사람?'하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름을 몰라도 누구나 그 생명체를 보자마자 "식물이다"라고 단번에 알아본다는 사실입니다.

본 적도 없는데, 우리는 어떻게 '식물'을 알아볼까요?

 

 

○산호초는 식물처럼 생겼지만 동물입니다

 

바닷속 생물들(출처-출처자료1)

 

위 그림은 바닷속 여러 생물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시 그 안에서 식물을 찾으셨나요?

안보입니다. 보이는 것은 모두 동물입니다.

그중에서도 식물처럼 보이는 존재, 산호초珊瑚礁 coral reef(동물인 산호충 coral insect의 뼈대와 분비물인 탄산칼슘이 퇴적되어 형성된 암초)가 보입니다.

 

어릴 때부터 "산호초는 식물처럼 생겼지만 동물이다"라고 배웠지요.

그 말을 곱씹어 보면 재미있습니다.

 

'식물처럼 생겼다'는 말은 곧, 우리 머릿속 어딘가에 이미 식물의 형태적 원형(이데아 idea)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절지동물의 조상, Diania cactiformis(출처-출처자료1)

 

2011년, 과학자들은 중국 윈난성(운남성云南省/雲南省)고대 지층에서 위 그림에서 보이는 매우 독특한 화석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름하여 디아니아 칵티포르미스 Diania cactiformis.

'cactiformis'는 라틴어 Latin로 '선인장 형태 cactus-shaped'를 뜻합니다.

이 생명체는 선인장처럼 생겼지만 동물 그것도 곤충, 거미, 갑각류 따위를 포함하는 절지동물節肢動物(마디다리동물) arthropod의 조상으로 밝혀졌습니다.

선인장처럼 생긴 동물이라니, 흥미롭지 않나요?

 

우리가 그 생명체를 '식물처럼' 느낀 이유는, 그 안에 식물의 형태적 본질, 즉 '이데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 '이데아'는 무엇일까요?

 

 

○식물의 이데아 - 단순함의 반복

 

녹말의 단량체인 포도당(㉮)과 식물 단위체인 파이토머(㉯)의 비교, ㉰는 파이토머를 작대기 대신 가지와 앞으로 바꾸어 단순 반복함으로써 식물 형태가 나타남을 확인(출처-출처자료1)

 

식물의 본질은 단순한 형태의 반복 구조, 즉 '줄기와 잎'의 규칙적 모듈화 modularization(쳬계 즉 시스템 system의 구성 요소를 분리하고 재결합할 수 있는 정도)에 있습니다.

모든 식물은 기본적으로 '줄기+잎'이라는 모듈module(기능별 단위로 분할한 부분)로 구성된 단위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모듈 하나 즉 '줄기+잎'의 단위 구조를 식물학에서는 파이토머 phytomer라고 부릅니다.

화학으로 치면 단량체 monomer와 같은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포도당이란 단량체가 여러 개 연결되면 녹말(전분)이란 중합체 polymer가 되듯이, 파이토머가 반복적으로 연결되면 하나의 식물체가 되는 것이지요.

위 그림의  ㉯를 보면, 단순한 '줄기+잎' 모형의 파이토머가 여러 번 '복사-붙이기'되면서 서서히 식물다운 형태로 자라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 computer로 단순히 몇 번 복제해 보기만 해도 우리의 뇌는 "아, 이건 식물이구나!"하고 인식합니다.

이처럼 단순함의 반복, 그 속의 규칙성과 균형감이 식물을 식물답게 만듭니다.

 

 

○식물을 알아보는 우리의 직관

 

정리하자면, 우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명체를 보면서도 "이건 식물이다"라고 단번에 알아보는 이유는, 우리 뇌 속에 이미 식물의 구조적 언어, 즉 파이토머의 반복이라는 이데아(형태적 원형)가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은 화려하거나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 단순함 속에서 끝없이 자신을 반복하며, 지구의 생명을 떠받치는 거대한 그물망을 만들어 냅니다.

 

※출처

1. 이일하 저, 식물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초봄책방, 2026).
2. 구글 관련 자료

 

2026. 7. 2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