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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방랑자 '식물플랑크톤'

새샘 2009. 11. 17. 13:32

바다의 방랑자 플랑크톤


물고기의 먹이인 ‘플랑크톤(plankton)’이 많은 대륙붕에서 어장이 형성된다. 플랑크톤이란 이름은 1887년 독일의 헨젠이 ‘방랑자(wanderer)’라는 뜻의 라틴어를 이용해 명명한 이름이다. 즉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 방랑자 생물을 가리키는 것이다.

 

플랑크톤에는 식물플랑크톤(phytoplankton)동물플랑크톤(zooplankton)의 두 종류가 있다. 식물플랑크톤은 육지의 녹색식물과 같이 광합성을 통하여 세포와 에너지를 생산하는 1차생산자로서 먹이사슬을 지탱하는 세균(남세균, cyanobacteria)조류(algae)로 구성된다. 동물플랑크톤은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사는 작은 무척추동물이다. 물고기의 주된 먹이는 동물플랑크톤이기는 하지만, 식물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물고기도 있다.


이러한 플랑크톤의 역할은 비단 물고기의 먹이로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난 1988년 프로클로로코커스(Prochlorococcus)라는 플랑크톤 집단이 학계에 새로 보고된 바 있다. 지름이 2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아주 작은 남세균인 이 식물플랑크톤은 바닷물 한 방울에 수십만 개의 세포가 들어 있을 정도이다. 즉 세계에서 광합성을 하는 최소형 생물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수가 많은 생물이기도 하다.

이들의 활약상은 매우 놀랍다. 지구 전체 식물의 광합성량의 절반 이상을 이들이 수행하고 있다. 다시말해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절반 이상을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기체(green house gas)인 이산화탄소의 절반 정도는 이들에 의해 대기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지구온난화는 현재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구름을 만드는 능력을 지닌 식물플랑크톤

먹이사슬의 1차 생산자인 식물플랑크톤은 자외선이 강해질 경우 구름을 만들어 태양빛을 차단시키는 놀라운 능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2004년 미국의 우즈홀해양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 공동연구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여름 태양 자외선이 강해질 경우 식물플랑크톤은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황화합물을 생산해 세포벽을 두껍게 한다고 한다. 이때 이 화합물이 바다의 다른 세균에 의해 분해돼 대기로 스며들면 산소와 반응해 새로운 황화합물이 만들어지며, 이 황화홥물이 씨앗 역할을 해서 구름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움직일 수 없어서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처량한 방랑자 신세 치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작년에는 플랑크톤이 대륙을 갈라놓아 이동시키는 역을 한다는 놀라운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교수가 제시한 이 가설에 의하면, 플랑크톤의 시체가 쌓여 바다 밑바닥에 형성된 몇 ㎞ 두께에 달하는 검은 셰일이 지각 내부에 큰 취약지대를 형성함으로써 지각판이 대륙을 밀어낼 때 먼저 부서지면서 땅이 갈라지게끔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긴 하지만, 이쯤 되면 플랑크톤이야말로 지구의 모든 생명체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영국 남극탐사단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남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지만, 그로 인해 녹은 빙하에서 나온 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더 흡수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시 말해 온난화로 인해 새로 생성된 플랑크톤이 오히려 온난화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온난화의 역설’ 현상이 밝혀진 것이다. 여기서도 동전의 양면설이 성립하는 셈이다.

비록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서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떠돌이생물이지만 이렇게 생태계를 관장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글은 인터넷 신문 사이언스 타임지 11월 13일자에 실린 글을 기초로 하여 작성된 것이다.

 

2009. 11. 17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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