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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변상벽 "참새와 고양이(묘작도猫雀圖)"

새샘 2018. 3. 6. 22:43

변상벽, 참새와 고양이(묘작도), 비단에 수묵담채, 93.7×43㎝, 국립중앙박물관(사진 출처-출처자료)

 

<참새와 고양이>묘작도 猫雀圖는 사람이 빠진 뜨락에 집짐승과 날짐승의 의도하지 않은 어울림이 낯선 듯 화기애애하다.

나른한 오후 한때가 마치 예상치 못한 장면처럼 펼쳐졌다.

사람이 빠진 사이에 고양이와 참새 그리고 구새(속이 썩어서 생긴 구멍) 먹은 나무를 보는 마음엔 재밌는 고요가 침처럼 고인다.

 

우뚝 솟은 고목은 짙은 윤곽으로 강렬하게 묘사된 반면 고양이가 앉은 뜨락은 엷은 연녹색으로 물들었다.

고양이는 터럭 하나까지 세밀하고 꼼꼼하게 묘사되었다.

몸을 구부리며 서로 쳐다보는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자세와 갈색과 흰색 털의 대조를 이룬 몸통 표현은 고양이의 생태를 여실하게 파악한 눈썰미의 개이다.
무엇보다도 나무 위를 쳐다보는 고양이의 날쌘 표정과 자태를 묘사해낸 눈썰미의 묘사력은 출중하다.

턱에서부터 배애 이르는 흰색과 등 쪽의 함치르르 검은 털이 강한 대조를 이루며 유연하면서도 날렵한 몸짓을 그려내기에 소슬하다.

 

참새들도 나무와 주변에 앉으면서도 언제든 고양이의 본능에 대비한 자세도 몸에 갈마들었다.

참새와 고양이는 일종의 먹이사슬이나 천적관계일 수 있으나 그럼에도 정겨운 어울림이 포섭된다.

 

둘을 중계하듯 혹은 일종의 점이지대처럼 자리 잡은 곳은 늙은 향나무다.

"너희 싸우지 말고 내 등걸이나 중동에 머물러 희희낙락한 소리나 내어봐라"하고 향나무는 제 적막이 가시는 참새와 고양이의 소란이 싫지 않다.

고양이가 좋으니 고양이의 관심이 가는 것들조차 그리 나쁠 것이 없다.

고양이는 개처럼 순종적이지는 않지만 음전하면서도 다시 인간에 순치되지 않은 야성적 기질도 매력이다.
고양이는 터럭 하나까지도 정밀하게 표현된 반면 엇비슷하게 수직으로 배치된 향나무는 입체감을 살린 대담한 필치로 구새 먹은 나무의 의연한 맛이 서로 어울린다.


변상벽은 고양이나 닭을 잘 그린 것으로 이름이 자자하다.

'변고양이(변모猫)', '변닭(변계卞鷄)'이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여서 그에게 그림을 부탁하는 이가 많았다.

 

조선후기 문인인 정극순은 고양이 그림에 남달랐던 솜씨를 칭송했다.

 

"위항인 변 씨는 약관에 고양이 그림에 능해 서울에서 명성을 날렸다. 그를 맞이하려는 자가 매일 문에 이르러 백 명을 헤아렸다. ....병인년 겨울 내가 힘써 오게 해 이틀을 머물게 하고 고양이 그림을 얻었다. 앉아있는 놈, 조는 놈, 새끼를 데리고 장난치는 놈, 나비를 돌아보는 놈, 엎드려 닭을 노려보는 놈 등 무릇 고양이가 주로 하는 일 다섯 가지를 그렸는데, 모두 변화무쌍한 자태와 분위기가 생기발랄해 살아 움직일 것 같았다. 특히, 털의 윤기를 함치르르 잘 그려내 까치가 보고서 울고 개가 돌아보고 무릇 짖었으며 쥐들은 보고 깊이 숨어 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다. 정말 기예로서 지극한 자라 하겠다."


변상벽은 말한다.

 

"재주란 넓으면서도 조잡한 것보다는 차라리 한 가지에 정밀해 이름을 이루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오. 나 또한 산수화를 그리는 것을 배웠지만 지금의 화가를 압도해 위로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사물을 골라서 연습했습니다. 저 고양이는 가축인지라 매일 사람과 친근하지요. 굶주리거나 배부르고 기뻐하거나 성내고 혹은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거나 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해 익숙하게 됩니다. 고양이의 생리가 내 마음에 있고 모습이 내 눈에 있게 되면 그다음에는 고양이의 형태가 내 손에 닿아 나옵니다. 인간 세상에 있는 고양이도 수천 마리이겠지만 내 마음과 손에 있는 놈 또한 헤아릴 수 없답니다. 이것이 내가 일세에 독보적인 존재가 된 까닭입니다." 

-정극순, 《연뇌유고》 <변씨화기> 부분

 

○화재和齋 변상벽卞相璧(1730?~1775?)은 영조 때 화원으로서 특히 닭과 고양이를 잘 그렸다. 그의 고양이와 닭 그림은 세밀하고 사실적이며 따뜻하고 아름다워서 볼 때마다 동물화의 매력을 새샘 느끼게 해 준다. 이는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면밀한 관찰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동물에 대한 사람은 곧 사람과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이 글은 유종인 지음, '시인 유종인과 함께하는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2017나남)'에 실린 사진과 글을 발췌한 것이다.

 

2018. 3. 6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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