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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우봉 조희룡 "홍매도대련"

새샘 2018. 1. 6. 21:35

<매화에 미친 화가 조희룡>

 

 

 

우봉又峰 조희룡趙熙(1789~1766)의 <홍매도대련紅梅圖對>을 보면,

지그재그로 구부러진 굵은 매화 줄기의 일부를 확대하여 화면의 세로 방향에 따라 배치하는 대담한 구성이 돋보이니 일찍이 없는 파격적인 호방한 구도이다.

무수히 핀 붉은 매화 송이 외에도 줄기 곳곳에 많은 태점을 찍어 늙은 매화의 정취를 그윽하게 다독였다.

 

그러나 다소 번잡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꽃이 번다하고 구도가 분방한 것은 중국 청대 매화도의 성향이나 영향이다.

조희룡은 자신의 매화도가 청대 화가 동옥童鈺과 나빙羅聘의 사이에 있다고 양식적 근원을 밝혔다.

화면 안에 조희룡의 관지는 없지만 근대 서화가이자 대수장가였던 김용진(1878~1968)이 1947년에 쓴 후제後에서 조희룡의 그림임을 밝혔다.

 

조선시대의 사군자는 그야말로 문인화의 주요한 축이었다.

그런데 이런 문인화의 고아한 선비적 의취意를 분방한 화인 자유로운 미학으로 확장시킨 이가 바로 조희룡이다.

그의 매화는 기존의 사군자로서의 매화그림에서 일정한 형식미를 확 터버린 파격으로 호방하고 자유롭고 흔쾌하다.

 

조희룡은 앞서 일렀듯 문인화가이기는 하지만 당대의 주류 화풍에 얽매이지만은 않았다.

그의 매화 그림이 화려한 채색과 적극적인 역동성, 대상과 자유롭게 교감하는 화인의 심정을 그림 속에 열정적으로 심어놓았다.

 

아끼고 즐기는 마음을 감추거나 자제하지 않고 그림 속에 흔쾌히 놓는 냅뜰성은 그의 그림에는 문기文氣가 부족하다는 김정희의 품평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매화는 고금을 통하여 시문과 서화를 일삼는 사람 즉 소인묵객騷人墨客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인이라면 농염한 모란보다 냉염冷한 매화를 좋아하고, 모란의 이향異香보다 매화의 청아한 암향暗香을 귀히 여겼다.

물론 그 반대의 취향 또한 물리칠 수 없다.

 

평생을 바쳐 매화를 사랑하고 매화를 그린 매화벽癖 조희룡의 매화는 관념적 사랑의 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옥말려들(안으로 오그라들) 듯 일상의 삶으로 사랑한 꽃나무였다.

 

조희룡이 지은 ≪석우망년록石友忘年錄≫에 의하면 "나는 매화를 몹시 좋아하여 매화를 그린 병풍을 돌러놓고 매화시경연詩境硯 벼루에 매화서옥장연書屋藏煙 먹을 갈아 매화를 그렸다. 때때로 시흥이 일면 매화백영루에서 매화시 한 수를 읊조리다가 갈증이 나면 매화편차를 마셔 가슴을 적시곤 한다."고 일렀다.

 

이렇듯 매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독실하여 매화두타梅花頭陀, 매수梅叟, 우매도인又梅道人 이란 호를 셋이나 지녔을 정도다.

이렇게 매화에 미쳐 먹을 금인 양 여기고 평생 동안 매화를 그리다가 백발을 휘날리다 세상을 뜬 사람, 바로 조선의 화가 조희룡이다.

 

※이 글은 유종인 지음, '시인 유종인과 함께하는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2017나남)'에 실린 사진과 글을 발췌한 것이다.

 

2017. 1. 6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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