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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유전자를 달로 보낸다

새샘 2019. 9. 18. 11:56

<© Pixabay>



영화 '쥐라기 공원 Jurassic Park'에서처럼 인조 호박에 사람 DNA 보관


만약 99달러 달 여행이 가능하다면?

이런 꿈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이루려는 기업이 등장했다.

단 승객은 사람이 아닌 사람 몸에서 추출한 분자 단위 구조물인 DNA.


지난 9월 9일 첨단과학기술 매체 'IEEE Spectrum'사람 DNA를 달에 보존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소개했다.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 기업 Strat-Up Enterprise'라이프십 Lifeship' 고객의 침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인조 호박에 보관하여 달까지 보낸다는 사업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프십 설립자 벤 할데만 Ben Haldeman은 "DNA는 여러분들이 상상할 수 없는 가장 작은 화물이지만,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당신이 제공한 침 샘플에서 DNA를 채취하여 우주에 보존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사람 DNA를 우주로 보내려는 시도 이어져


사람 유전자 정보를 우주에 보존하자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다. 2015년 설립된 '아치 미션 재단 Arch Mission Foundation'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의 지식과 종을 보관하려는 비영리 단체다. 이 재단의 목표는 태양계 곳곳에 인간 지식의 저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2018년 2월 스페이스X SpaceX(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Corportation 우주탐사기술공사)

팔콘 헤비 로켓 Falcon Heavy rocket에 실어 화성으로 보낸 테슬라 Tesla 스포츠카에 처음으로 아치 미션 재단의 저장 매체가 탑재되었다.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태양 주위를 돌게 될 '태양 도서관 The Solar Library'으로 명명된 작은 디스크에는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1920~1992)의 SF 소설 '파운데이션 3부작 The Foundation Trilogy'이 담겨 있었다.


<테슬라사의 2세대 전기자동차 테슬라 로드스터 Tesla Roadster와 함께 화성으로 보내진 '태양 도서관' 디스크>


2019년 3월에 발사된 이스라엘의 베레시트 Beresheet 달 탐사선에도 '달 도서관 The Lunar Library'이라는 또 다른 아치 미션 재단의 저장 매체가 탑재되었다. 에폭시 수지로 밀봉된 디스크에는 약 3천 만 쪽에 달하는 인류 역사와 문명을 담은 아날로그 및 디지털 자료와 함께 25명의 사람과 다른 생물체에서 추출한 1억 개의 세포가 저장되어 있었다.


                <베레시트 달 탐사선에 탑재된 '달 도서관' 디스크>


불행하게도 베레시트 탐사선은 같은 해 4월 달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그리고 뒤늦게 아치 미션 디스크에 지구 최강의 생존 능력을 가진(극저온, 고온, 방사선, 기아, 건조 등 극한환경에서도 생존) 생물체(무척추동물)로 알려진 완보동물(일명 물곰 또는 곰벌레 water bear 또는 이끼 새끼돼지 moss piglets) 수천 마리가 함께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물학적인 달 오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베레시트 탐사선에 실려 간 완보동물 Tardigrade(일명 물곰 water bear 또는 곰벌레)주사전자현미경 SEM 사진>

(출처 ― HUFFPOST  뉴스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d4bd752e4b0066eb70cc0f6)


○올 가을부터 판매 예정


라이프십 사는 조만간 라우드 펀딩 서비스 Crowd Funding Service인 킥스타터 Kickstarter를 통해 99달러짜리 가정용 DNA 수집 키트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구매자들이 각자 채취한 DNA 샘플을 담아서 반송하면 앞으로 몇 년 안에 6개월마다 한 번씩 달까지 운반할 계획이다.


벤 할데만은 아치 미션 재단이 사용한 기술을 응용해서 사람 DNA 샘플을 달 표면에 보내면 달과 사람 DNA 모두에게 훨씬 덜 위험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DNA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므로 오염의 우려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DNA는 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보존될까?


라이프십 사는 아치 미션 재단과 마찬가지로 에폭시 수지로 된 인조 호박에 DNA를 넣어서 달로 보낼 계획이다.

수천만 년간 호박 속에 갇혀 있던 곤충과 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일부 복구한 사례는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저장된 DNA가 안정적으로 해독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치 미션 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노바 스피박 Nova Spivack은 "캡슐에 들어있는 DNA가 얼마나 오랫동안 달에서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인조 호박은 매우 느리게 변질되는 에폭시 수지일 뿐이며, 내구 연한을 시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우주 방사선과 극한 온도에서 DNA를 보호하려면 완벽한 차폐가 필요하지만, 차폐에 관한 연구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할데만은 "우주에서 DNA가 쉽게 분해되는 이유는 방사선이 물 분자에 부딪혀 염기서열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DNA를 건조하게 보관하고, 각각에 대해서 수천 개씩 복사할 것이다."라고 대비책을 소개했다. 만약 방사선이 일부를 파괴해도 여러 복사본이 있어서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할데만은 고객의 DNA 샘플을 달에서 100만 년 동안 보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꽤 오랜 시간 남아 있으리라 전망하면서 "미래를 위해 생명을 보존하고 우주를 여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DNA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기대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우주로 나가려고 생명의 씨앗을 심는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 글은 2019.09.16 과학잡지 사이언스타임즈 ScienceTimes에 실린 심창섭 객원기자가 쓴 "사람의 유전자를 달로 보낸다?"는 글을 옮긴 것이다.


2019. 9. 18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