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분별 없는 인간 본문
헝가리 의사이자 과학자인 이그나츠 제멜바이스 Ignza Semmelweis(1818~1865) 박사는 객관적으로 동족 인류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을 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의사들에게 분만 전 손을 씻으라는 그의 권고 덕분에 영아(젖먹이: 신생아를 포함하여 출생 후 1년까지의 유아기의 어린이) 사망률이 획기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기계기술자이자 화학자인 토머스 미즐리 Thomas Midgley Jr.(1889~1944)는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인류에게 가장 심각한 해악을 끼친 사람이다.
<토마스 미즐리, 사진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30/2016093002039.html>
1921년, 그는 엔진 연소 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일 방안을 찾고 있던 제너럴 모터스(GM)의 연구소에 취직했다. 미즐리는 휘발유에 납을 첨가하면 엔진이 훨씬 부드럽게 돌아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국적 기업인 GM은 이렇게 개발된 새로운 연료인 유연 휘발유 수백만 리터를 전 세계 시장에 유통시켰다. 그런데 당시 미즐리는 이 연료가 지닌 독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새로운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들이 배출하는 배기가스가 대기를 오염시켜 세계적으로 수만 명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 GM의 노동자들과 미즐리 자신도 그런 피해자들 중 한 명이었다.
화학자 미즐리가 인류에 끼친 해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유연 휘발유에 이어 냉장고에 사용되던 독성 가스를 대체할 물질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누출 사고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기존의 유해 가스 대신 최초의 CFC 계열 냉매인 프레온 freon(염화불화탄소, chlorofluorocarbons, CFCs)을 1920년대 후반에 개발했다. 그는 이 혁명적 물질의 무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대중 앞에서 직접 프레온 가스를 흡입해 보이기도 했다.
1970년대에 들어와 오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비로소 CFC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역사학자 존 R. 맥닐 John Robert McNeill(1954~ ) 교수는 인류 역사상 지구 대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생물이 바로 토머스 미즐리가고 평가했다. 의도와 다르게 사용된 그의 파괴적 천재성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그 자신에게 돌아왔다. 소아마비에 걸린 뒤 침대에서 쉽게 바닥으로 내려오기 위해 복잡한 도르래 장치를 손수 제작해 쓰고 있던 그는 1944년 도르래 밧줄에 목이 졸려 죽었다.
유연 휘발유는 환경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입증된 2000년대 초반에야 유통이 금지되었다.
※이 글은 사진을 제외하고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죽음 2(열린책들, 2019)에서 발췌하여 옮긴 것이다.
2019. 11. 1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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