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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오주석의 '종묘' 건물 해설 본문
<종묘>
조선 왕조에서 가장 정성을 다해서 지었던 건물은 바로 종묘였다.
그런데 종묘에 가 보면 이렇게 맞배지붕으로 단출한 구조로 지어 놓고,
또 화려한 오색단청을 쓰는 대신 그저 갈색과 녹색으로만 간략히 대비만 시켜 놓았다.
월대月臺의 단을 돋우는 장대석도 긴 돌이 있으면 긴 돌 갖다 쓰고,
짧은 것은 또 짧은 것으로, 되는대로 반듯하게만 쌓았다.
아래 넓은 마당에서 박석薄石을 깔았는데 이것 역시 돌까뀌로 툭툭 쳐 다듬었을 뿐이다.
500년 갔던 나라가 돈이 없어서 이렇게 만들었을까?
국왕과 3정승 6판서가 엄숙한 의례를 행하는 종묘 마당을 이렇듯 소박하게 마무리한 나라였기 때문에,
그런 나라였기 때문에 거꾸로 500년이나 간 것이다.
사실 그래서, 실제로 가 보면 별 것 없는 듯하면서도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반듯한 정신미가 느껴진다.
지금의 문화 상황은 어떠냐 하면,
여기 종묘 칸칸이 신실神室의 문을 채우고 있는 자물쇠가 모두 미제 밀워키 회사 자물쇠다.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너무나 상징적이기도 하다!
아무리 도둑이 걱정되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처한 것에는 너무나 자손심이 상한다.
종묘는 애초 선왕 일곱 분 정도를 모시게끔 일곱 칸을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라가 오래가면서 자꾸 선왕이 많이 생기니까 그대로 잇대어 증축을 했다고 그런다.
그러고도 더 많은 선왕이 자꾸 생겨나니까 영녕전永寧殿이란 건물을 하나 더 지었다.
외형이 아닌 정신의 문화, 그리고 높은 안목의 문화, 이게 바로 조선의 정신이었다.
※이 글은 오주석 지음,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2017, 푸른역사)에 실린 글을 발췌하여 옮긴 것이다.
2019. 11. 2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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