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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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기계

새샘 2019. 11. 25. 14:30

75세 때인 1922년의 토머스 에디슨 모습(사진 출처-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D%86%A0%EB%A8%B8%EC%8A%A4_%EC%97%90%EB%94%94%EC%8A%A8)

 

미국 출신의 과학자이자 발명가, 사업가인 토머스 에디슨 Thomas Alva Edison(1847~1931)

자신이 이끌던 연구진과 함께 1천 종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적 발명품으로는 전신기, 송화기, 전구, 형광등, 알칼리 전지, 축음기, 심지어 전기의자가 있다.

 

에디슨은 말년에『일기와 몇몇 관찰 Diary and Sundry Observations이라는 회고록을 집필했는데,

<저승의 왕국 The Kingdom of Afterlife>이란 제목을 붙인 마지막 챕터 chapter에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혼령들'이 테이블이나 의자, 위저 보드 Ouija board 같은 기괴하고 비과학적인 물건들이나

가지고 놀면서 시간을 허비하리라는 상상이 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에디슨은 이 책에서 사자死者들과 소통하게 해주는 제대로 된 기계를 만들기 위해

발명가로서 마지막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조수와 먼저 죽은 사람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저승에서 이승으로 메시지를 보내기로 진지하게 약속까지 했다.

 

에디슨은 1931년에 사망했고, 1948년 그의 회고록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비神秘(은비隱秘, 오컬트 occult)에 경도돼

저자를 희화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후에 나온 판본에서는 마지막 챕터가 빠지게 되었다.

1949년에 출간된 최초의 프랑스어판 번역에서야 비로소 독자들은 사라진 마지막 챕터를 만날 수 있었다.

 

에디슨은 이 챕터에서 자신은 심령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영매靈媒 psychic media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과학적 도구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유령들이 수다스러운 존재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그는 '생명의 영역을 정확히 한정할 수는 없다'라고 하면서도,

<심령의 존재를 확실히 확실하고 반박 불가능한 연구 결과>는 아직 얻지 못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에디슨이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기계의 시제품을 실제로 만들었다는 증거는 오늘날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가 남긴 스케치 한 장과 과망간산 칼륨 화학식은 그런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그 스케치에는 나팔처럼 생긴 기계와 송화기, 안테나가 그려져 있다.

 

여러 증언을 종합해 보면 에디슨은 사자와의 소통을 일종의 전자기파 통신으로 이해했으며,

언젠가 각 가정의 거실에 이 기계가 놓이게 될 날을 꿈꿨던 것 같다.

 

에디슨의 생각은 저승과의 통신의 초석이 되었고,

수십 년 뒤 이 기계는 <네크로폰 necrophon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네크로 necro란 그리스어로서 죽음, 시체를 뜻하는 접두사)

 

※이 글은 사진을 제외하고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죽음 2(열린책들, 2019)에서

췌하여 옮긴 것이다.

 

2019. 11. 2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