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태초에 본문
우주 알이 폭발했다.
그 일은 0년 0월 0일 0시 0분 0초에 일어났다.
시원의 알을 싸고 있던 껍질은 두 번째 힘인 분열의 힘에 의해 288개의 조각으로 부서졌다.
우주 알이 폭발할 때 빛과 열기가 분출했고, 먼지가 크게 일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가루로 퍼져 나갔다.
하나의 우주가 탄생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고, 입자들은 널리 퍼져 나가면서 시간의 교향곡에 맞춰 춤을 추었다.
몇 초가 지나자 일부 입자들이 한데 합쳐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 힘인 결합의 힘에 이끌린 것이다.
중성의 힘을 나타내는 중성자들이 양전하를 지닌 양성자들과 결합하여 원자핵을 형성했다. 음의 전기를 띤 전자들은 원자핵 주위를 돌며 완벽한 평형을 이루어 냈다.
세 가지 힘이 한데 어우러져 저마다 자기 자리를 찾고 서로 간에 적당한 거리를 잡음으로써 원자라는 더 복잡한 단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결합의 힘으로 표상하는 이 원자가 출현함으로써 에너지는 물질로 변했다. 이것이 만물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첫 번째 도약이다.
하지만 물질은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하기를 꿈꾸었다. 그리하여 생명이 나타났다.
생명은 우주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생명은 분열 Division과 중성 Neutrality, 결합 Association이라는 세 가지 힘의 자취를 우주의 심장에 새겼다. 그것이 바로 DNA다.
하지만 새로 태어난 이 우주는 생명의 출현이라는 경험에 만족하지 않았다. 생명은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하기를 꿈꿨다. 그래서 다양하게 분화하고 번식하면서, 형태와 색깔과 체온과 행동 따위에 관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 모색과 거듭된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생명은 진화를 계속하기 위한 이상적인 도가니를 찾아냈다. 인간이 출현한 것이다.
인간의 몸은 206개의 뼈로 이루어진 뼈대로 지탱되며, 근육과 핏줄과 지방 조직 등이 두껍고 탄력 있는 살갗에 싸여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몸의 윗부분에 대단히 정교한 중앙 신경계를 갖추고 있다. 이 신경계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감각 기관에 연결되어 있다.
생명은 인간을 통해서 지능의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인간은 성장하고 번식하고 다른 동물들과 대결했다.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생명은 인간의 출현으로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하기를 꿈꿨다. 그리하여 다음 단계의 실험, 곧 의식의 모험이 시작될 수 있었다.
생명은 여전히 태초의 세 가지 힘, 곧 결합(또는 사랑), 분열(또는 지배), 중성 에너지의 추동을 받고 있었다.
★이글은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에서 옮겼다.
2019. 12. 4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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