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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페로몬

새샘 2020. 10. 23. 21:27

냄새로 의사 소통을 하는 곤충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후각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과 은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우리에게는 냄새를 발하는 더듬이가 없으므로 겨드랑이, 유방, 두피, 생식기 등에서 페로몬 pheromone을 발산한다.

이 메시지는 무의식적으로 감지되지만 그렇다고 효과가 덜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5천만 개의 후각 끝신경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혀는 겨우 4가지 맛을 구별할 수 있을 뿐이지만,

우리의 코는 5천만 개의 세포로 수천 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

 

냄새를 통한 의사 소통 방식은 어느 때 사용하는가?

우선, 성적인 유인을 하는 데 쓰인다.

여성은 인위적인 향기를 쓰지 않고도 남성을 아주 잘 유인할 수 있다.

남성이 여성 본래의 향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위적인 향기로 본래의 향기를 가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찬가지로 남성은 다른 여성에게 거부당할 수도 있다.

여성의 페로몬이 그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 과정은 미묘하다.

두 사람은 자기들이 후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고는 그저 <사랑은 맹목적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인간의 페로몬은 적대적인 관계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들이 그러하듯, 어떤 사람이 상대방에게서 <공포>의 메시지가 담긴 냄새를 맡게 되면,

그는 자연히 상대방을 공격하고 싶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페로몬이 가장 뚜렷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가운데 하나

월경 주기가 같아지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함께 사는 여러 여자들이 냄새를 발산하면

그 냄새들이 그들의 기관을 조절해서 동시에 월경이 시작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글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에서 옮긴 것이다.

 

2020. 10. 2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