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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23 - 누가 늙었는지 구별하기 힘들어진다

새샘 2021. 11. 9. 15:26

2014년 샌디에이고 마라톤에서 90대 여성 최고 기록을 세운 91세 해리엇 틈프슨(출처-https://ftw.usatoday.com/2014/06/harriette-thompson-marathon)

 

2014년 6월의 어느 화창한 날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는 마라톤 The 2014 Rock'n' Roll San Diego Marathon을 뛸 몇 천 명의 출발선 뒤에 모여 있었다.
그 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70세라고 볼 한 여성이 있었다.
주자들이 대개 20대에서 40대 사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 점만으로도 그녀는 별난 인물이었을 것이다.

해리엇 톰프슨 Harriette Thompson(1923~2017)이 70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말이다.
사실 그녀는 91세였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7시간 7분 42초의 기록으로 풀코스를 완주함으로써, 90대 여성의 마라톤 미국 공식 기록이었던 8시간 53분 8초를 거의 2시간이나 단축했다.

이듬해인 2015년 그녀는 다시 그 대회에 참가하여 지난해보다 조금 느려진 7시간 24분 36초 기록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최고령 여성(92세 65일)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녀가 "해리엇, 달려요!"란 환호 속에서 결승선을 지날 때 빨강, 하양, 파랑 색종이들이 뿜어졌다.

톰프슨은 마라톤을 뛰어 백혈병림프종협회를 위해 10만 달러가 넘는 성금을 모았다.
그런 활력과 용기를 보여 준 점에서 그녀는 대단히 비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육체적으로 한 일이 특별한 것으로 남아 있을 필요는 없다.
미래에는 마라톤 출발선에 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서 있는 90대 주자를 놀라서 다시 쳐다보는 일이 없을 것이다.
뛰어난 달리기 선수가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를 알아보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다른 모든 측면들에서 그렇게 될 것이다.

교실에서는 90세 교사가 내 아버지처럼 새 직업을 구하려는 70세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다.
가정에서는 고조부모가 고손주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 것이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나이 많은 직원들이 더 젊은 직원에게서 존경받으면서 함께 열심히 일할 것이다.

경험에 크게 필요한 직장에서는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바야흐로 모든 곳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나이 든 이들은 지혜의 원천으로서 존경받았다.
물론 실제로 그들은 지혜를 지니고 있었다.
문자 기록이 등장하기 전—그리고 디지털 정보가 등장하기 오래전—에 노인은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었다.
그러다가 15세기에 금 세공인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Johannes Gutenberg(1398?~1468)가 인쇄 혁명을 일으킬 인쇄기를 개발하면서 상황이 빠르게 대폭 바뀌기 시작했다.
이어서 19세기와 20세기에 일어난 교육 혁명으로 정보의 가용성에 발맞추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자文解者의 비율이 높아졌다.
노인들은 더 이상 정보를 오랫동안 간직하면서 제공하는 유일한 원천이 아니었다.
노인들은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 자산이 아니라 짐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1959년 시사 잡지 ≪라이프 Life≫에 실린 <노년: 개인적 위기, 미국의 문제>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이렇게까지 이 문제가 방대해지고 해결책이 미흡한 적은 없었다. ‧‧‧‧‧‧‧1900년 이래로 의료의 질이 향상되면서 평균수명은 20년 늘어났다. 지금은 1900년보다 인구가 5배나 많다. ‧‧‧‧‧‧‧노년의 문제는 거의 하룻밤 사이에 출현한다. 남성이 퇴직할 때, 여성의 남편이 죽을 때."

위 기사를 읽으면서 노인들이 급증하면서 비참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초조해하는 태도 면에서는 지금도 바뀐 것이 거의 없음을 나[싱클레어(1969~) 박사]는 깨달았다.
노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병원마다 노인들로 넘치게 될까?
노인들이 계속 일하고 싶어 하면 어째야 할까?

많은 이들이 노인을 보는 관점에서 일어난 이 변화가 끼친 충격은 직장에서 특히 강하게 와닿았다.
직장은 연령차별이 난무하는 곳이 되어 있다.
고용 담당자들은 굳이 편견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이 많은 직원이 아프고, 일처리가 늦고, 새 기술을 배우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다.
관리자와 리더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예전에는 노인들이 기술을 따라잡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날 배울 만큼 배운 노인들은 65세 미만인 이들 못지않게 기술을 사용한다.

현재 노인들이 달에 우주선을 보내고 초음속 여객기와 개인용 컴퓨터를 발명한 세대라는 점을 잊지 말자.


와튼인적자원센터 Wharton Center for Human Resources 소장인 피터 캐펄리 Peter Cappelli는 나이 든 직원에 관한 진부한 말들이 맞는지 조사한 뒤에 "업무 수행의 모든 측면에서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 나아진다"고 결론 내렸다.
나는 더 혼재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나이 든 직원이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함에도 직장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다니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2012년부터 2017년 사이에 미국 대기업 신임 CEO들이 평균 나이는 45세에서 50세로 높아졌다.
물론 나이 든 사람이 20세일 때와 신체적 능력이 똑같을 리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관리와 리더십 측면을 보면 상황은 정반대다.
리더십을 예로 들어 보다.
애플 CEO 팀 쿡 Tim Cook(Timothy Donald Cook)(1960~)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58세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빌 게이트 Bill Gates(William Henry Gates III)(1955~)는 63세다.
최근에 펩시코의 CEO 자리를 떠나 아마존 이사회로 옮긴 인드라 누이 Indra Nooyi(1955~)도 63세다.
투자사 버크셔해서웨이의 CEO 워렌 버핏Warren Edward Buffett(1930~)은 87세다.
이들은 기술을 겁내는 사람들에 속하지 않는다.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에 뛰어난 직원들을 내친다면 기업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일이 국가적·국제적 규모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고의 업무 능력을 발휘할 나이에 일터에서 밀려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지금은 옳지 않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더욱 더 옳지 않을 나이에 관한 진부한 고정관념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967년 고용연령차별금지법 Age De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이 제정된 뒤로 40세 이상인 사람을 나이를 근거로 고용 차별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60대 중반이면 대다수 직장인이 어쩔 수 없이 퇴직해야 한다.
이제야 겨우 자신이 하는 일에 정통하게 된 교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혁신을 계속할 수 있으려면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이 최선책이다.
유럽으로서는 손해고 지극히 후진적이다.

사람은 투자 대상이다.

우리 세계의 모든 사회는 사회가 투자한 만큼 각 시민이 생애 중 세금을 내는 기간 동안 사회에 보상할 것이라는
쪽에 내기를 건다.

투자는 주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미 우리 사회에 엄청난 배당금을 안겨 주고 있다.
정부가 교육에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국가 GDP는 평균 약 20달러씩 증가한다.
노화 관련 질병과 죽음으로 생산성을 발휘할 햇수가 많이 깎여 나가는 시대임에도 그렇다.
그러니 평생토록 가장 일을 잘할 나이를 늘린다면 어떤 보상이 돌아올지 상상해 보라.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50~74세인 사람 중 약 절반은 이동에 지장을 받는 질환을 앓고 있다.
약 3분의 1은 고혈압이 있다.
심장병과 당뇨병을 앓는 사람은 10분의 1이 넘는다.
또 암이나 폐질환을 앓는 사람은 20분이 1이 넘는다.
이 중 몇 가지 질병을 함께 앓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 쓰기와 어휘력, 리더십 등 대다수 정신적 업무 면에서 젊은이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건강한 삶을 연장하면 이 투자의 배당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사람들이 더 오랜 기간 경제 활동 인구에 속할수록 우리가 받는 보상은 늘어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볼 때 우리가 사회로부터 받은 투자를 일단 다 갚고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한 무언가를 계속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거의 없다.
우리가 훨씬 더 오랫동안 더 간강함을 유지하는 종으로 계속 진화한다면 누구누구가 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지에 관한 기존 개념은 바뀔 것이며, 그것도 빠르게 바뀔 것이다.

퇴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젊은이들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우려한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국가는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인적 자본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체되는 것이지 일자리가 부족해서 정체되는 것이 아니다.
퇴직 연령이 더 이른 나라들이 GDP가 더 낮은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노르웨이는 퇴직 연령이 66~68세인 반면 몰도바, 헝가리, 라트비아,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60~62세다.
나는 결코 젊은 사람들에게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매일 그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킨다.
그러나 나는 과학과 기술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수십 년의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로부터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안다.

옛 잡지를 죽 훑으면 이전 세대들이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언제나 똑같다.
사람은 너무 많고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람이 너무 많은 데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1963년 발행된 ≪라이프≫ 잡지의 또 다른 호에는 "자동화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란 기사가 실려 있다.
"수십 만명이 일자리를 잃어 왔으며,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밀려날 것이다."
그런 뒤 그 주제에 관한 당시의 최신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앞으로 20년 안에 독창적인 사고라는 놀라운 일을 할 기계가 실험실 바깥에서 쓰이게 될 것이다. 그런 기계는 '정신을 쓴다'고 여겨지는 중간 수준의 사람들 대다수에게서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분명히 지닐 것이다."
그러면서 이 불길한 기사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우리는 사람들을 빠르게 용도 폐기하는 한편으로 역설적이게도 전보다 더 빨리 인구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들은 결코 실현된 적이 없다.
당시 상황에 또 한 가지 엄청난 교란이 일어났음에도 그렇다.
1950년에 미국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약 33퍼센트였는데 그 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거의 2배로 늘었다.
그 수십 년 사이에 일하는 여성은 수천만 명이 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지는 않았다.

노동시장은 나눌 수 있는 조각이 한정된 피자가 아니다.
누구나 한 조각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사실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나이 든 남녀가 많아지는 것이야말로 사회보장제도가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최고의 처방이 될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를 잘 유지하는 과제의 해결책은 사람들에게 더 오래 일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을 통해 목적을 추구할 기회와 활력을 몇 십 년 더 누리는 데 따르는 보상, 존경, 혜택을 고려할 때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오늘날 많은 미국인들은 전통적인 퇴직 연령 이후까지 일할 생각을 한다.
최소한 비정규직으로라도 말이다.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어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른바 인생의 황금기까지 계속 일하는 것이 지친다거나, 일을 엉망으로 한다거나, 푸대접을 받는다거나,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계속 미루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님을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서 그 나이에도 일하고자 하는 이들이 분명히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노화 관련 차별은 줄어들 것이다.

'누가 늙었는지'를 애초에 구별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고 생산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정치가라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인 보스턴을 살펴보라.
1724년 아메리카 최초로 대학교가 설립되고 1790년 미국 최초로 특허국이 설립된 이래로 이 도시는 전화기, 면도날, 레이더, 전자레인지, 인터넷, 페이스북, DNA 서열 분석, 유전체 편집 기술의 발명지가 되어 왔다.
2016년에만 보스턴에 새싹기업(스타트업 회사) startup company(startup)이 1,869개나 생겼고, 매사추세츠주에 7,000건이 넘는 특허가 등록되었다.
1인당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주보다 약 2배나 많다.
보스턴이 미국과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부와 일자리를 만들어 냈는지를 알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2016년 로봇산업에서만 122개 새싹기업에서 4,700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사추세츠주에 16억 달러가 넘는 세수를 안겨 주었다.

숙련도가 좀 떨어지는 사람까지 포함해 생산력이 있는 모든 연령의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최고의 방법은 고도로 숙련된 사람들을 고용하는 기업을 만들거나 유치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번영을 누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나라를 원한다면 예산을 줄이고, 젊은이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퇴직 연령을 낮추고, 노령자의 의료비를 삭감하는 일을 하지 말기 바란다.
대신에 인구를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유지하고, 교육과 혁신의 장벽을 모두 타파하기 바란다.

나는 보스턴에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스스로에게 자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한 나는 퇴직하고 싶지 않다.
80세의 나를 상상할 때 나는 50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나 자신을 본다(그리고 세포 재프로그래밍이 작동한다면 겉모습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주중 대부분의 아침에 하는 것과 똑같이, 하버드의 연구실로 걸어 들어와서 수십억 명의 삶을 더 낫게 만들 목적으로 발견을 하느라 열심히 일하는 각양각색 연구자들한테서 활력과 낙관주의의 세례를 받는 나 자신을 상상한다.
60~70년에 걸쳐 갈고닦은 경험으로 다른 과학자들을 이끌고 가르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나 뿌듯하다.

그렇다, 사실이다.
사람들이 80세나 90세, 100세까지 일하는 쪽을 택할 때 우리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너무 쇠약해져서 일자리를 잃고 돈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가상의 매트리스나 때로는 진짜 매트리스 밑에 감추어 둔 돈이 수조 달러는 된다.
나이에 상관없이 일한다—일을 원하고 일이 필요할 때만—는 대안은 겨우 몇 년 전만 해도 알 수 없었을 종류의 자유를 제공한다.
꿈을 이루거나, 혁신을 이루거나, 새 사업을 하거나,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 저축한 돈을 쓸 때의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라고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길고 충만한 삶에서 그저 하나의 투자에 불과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투자는 또 다른 여러 가지 보상을 안겨 줄 것이다.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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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