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단원 김홍도 "군선도" "선동취적도" "무동" "씨름" 본문
화원의 전성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중에서도 대표라고 할 사람은 단연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1806)다.
자인 사능士能을 낙관으로 쓴 그림도 많다.
초호는 서호西湖이며, 단원이란 호 외에 말년에는 단구丹邱란 호도 썼다.
1745년에 태어났으나 죽은 해는 알지 못하다가 1806년 이란 설이 나왔으며, 아마도 1806년 전후에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단원의 화원 시절에 대한 기록 자료에는 조희룡의 ≪호산외사壺山外史≫, 강세황의 ≪표암유고豹菴遺稿≫, ≪조선왕조실록≫, ≪일성록日省錄≫ 등이 있다.
단원은 어용화사 즉 임금을 그렸다고 해서 29세 때 사포서司圃署[왕실의 채소와 밭을 관리하던 조선시대 관청]에서 벼슬을 했고, 37세 때는 경상도 안동 부근 안기역安奇驛 찰방察訪[조선시대 공문서 전달, 관물 운송, 출장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인 역참의 관리]으로 근무했다.
그 후 47, 48세 때 연풍延豊 현감을 지낸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이나 ≪일성록≫에 보면 유능한 행정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단원의 말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단원유묵첩檀園遺墨帖≫의 단원의 글씨와 당시 장지壯紙로 만든 편지지였던 간지簡紙에 쓴 편지인 간찰簡札로 미루어 짐작은 할 수 있다.
단원은 30대 초에 벌써 신선 그림으로 유명했던 것 같다.
강세황은 단원에 대하여 '특히 신선과 화조를 잘해서 그것만 가지고도 한 세대를 울리며 후대에까지 전하기에 충분하다'라고 말할 만큼 단원의 신선도를 높이 평가했다.
단원이 초기에 그린 신선 그림들이 좋은 것들이 많으며, 그 가운데서도 단원이 32세 때 그린 도석인물화道釋人物畵[불교나 도교에 관계된 초자연적 인물상을 표현한 그림] 국보 제139호 <군선도群仙圖> 8폭 병풍이 아주 활달하고 능한 작품이다.
원래는 8폭 병풍그림이었으나 지금은 가로 48.8㎝, 세로 28㎝ 내외의 3개의 족자로 분리되어 있다.
종이 바탕에 먹을 주로 사용하고 청색, 갈색, 주홍색 등을 곁들여 채색하였다.
여기서 묘사된 신선들의 명칭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른쪽에 외뿔소를 타고 도덕경을 들고 있는 노자를 선두로, 복숭아를 든 동방삭 등의 신선들과 동자들이 모두 3무리로 나뉘어 있다.
인물들의 시선과 옷자락이 모두 왼쪽을 향하고 있고 그 방향으로 갈수록 인물의 수를 점차 줄어들게 하여 화면의 전개와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인물의 윤곽을 굵은 먹선으로 빠르고 활달하게 묘사한 뒤 얼굴과 손, 물건들은 가는 붓으로 섬세하게 처리하여 인물들의 표정을 살렸다.
아무런 배경 없이 인물을 나열한 구성과 감정이 살아 있는 듯한 인물들의 묘사, 그리고 얼굴의 둥근 눈매 등은 그의 풍속인물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비록 화본에 따라 그렸지만 호방한 필치로 독특한 인물묘사를 한 작품이다.
이러한 그의 화풍은 후에 김득신, 이명기 등으로 이어져 조선 후기 신선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단원이 35세 때 그린 신선도 8폭 병풍 중 제1폭인 <선동취적도仙童吹笛圖>는 비단에 담채로 그린 아주 당당한 그림이다.
이 신선도는 전체적 구도를 중요시한 맨 위 그림 8곡병 <군선도>와는 달리 매 폭마다 중심이 되는 신선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화면을 이루고 있다.
바탕에는 담묵을 깔아서 고아한 분위기를 내며, 담채와 진채 그리고 부분부분에 금채를 적절하게 구사하여 다양한 색채를 보인다.
특히 옷자락 등에 칠한 호분胡粉[밝은 살구색이나 흰색의 가루로 된 화장품]이 산뜻한 맛을 내고 있으며, 얼굴에도 호분을 칠하여 살색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굵은 필획의 옷자락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반면 세부 옷자락은 가는 붓으로 섬세하게 그렸다.
폭마다 강세황의 평과 김홍도의 화제가 있어 당 시대인들의 신선에 대한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이 소년을 주나라 태자로서 생황을 들고 학에 올라타고 있는 신선의 모습으로 그려진 옥자진도玉子晉圖라고들 하지만, 그림 속 소년 모습을 한 신선은 사슴을 배경으로 피리를 불고 있으므로 옥자진이 아니라고 강세황은 이 그림의 화평에 써 놓았다.
피리와 관련 있는 신선에는 한상자韓湘子나 소사簫史 등이 있다.
넓적한 얼굴에 시원한 이마, 총기 있어 보이는 눈매를 한 모습의 신선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영락 없는 조선 소년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그림 위 왼쪽에 표암 강세황의 화평이, 오른쪽에는 사능 김홍도의 화제가 각각 적혀 있다.
강세황 화평.
"착록옥작구궁 공역교의 鑿綠玉作九窮 工亦巧矣 (푸른 옥을 뚫어 아홉 구멍을 만드니 솜씨 또한 훌륭하다)
취지자 인위자진앙칙왈부 吹之者 人謂子晉卬則曰否 (피리를 부는 이를 사람들은 자진이라 하나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피편편자우하 이위신신지각야 彼翩翩者羽何 以爲甡甡之角也(펄럭이는 것은 날개인가 나는 긴 뿔이라고 생각한다)
豹菴評(표암평)"
사능 김홍도 화제.
"이군용남애화 입수 李君用訥愛畵 入髓 (이용눌은 그림을 사랑하여 골수에 미쳐있다)
아애용눌 여용눌지애화 사차지증 我愛用訥 如用訥之愛畵 寫此持贈 (내가 용눌을 사랑하는 것이 마치 용눌이 그림을 사랑하는 것과 같아서 이것을 그려 준다)
정도지의 자재필외 精到之意 自在筆外 (정묘한 뜻은 저절로 그림 밖에 있으니)
세여유자운 가이지자운 世如有子雲 可以之子雲(만약 세상에 자운이 있다면 자운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기해양월 사능 己亥陽月 士能(기해년 음력 시월 사능)"
단원이 30대 후반에 들어서면 벌써 속화가 나오며, 그 전인 34세 때에 그린 <행려풍속도行旅風俗圖> 병풍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단원의 <평생도平生圖> 그림과 유명한 ≪풍속도 화첩風俗圖 畵帖≫(국보 제527호)도 그 전후작이 아닌가 한다.
이 화첩은 그림책 형태의 풍속화 25점으로 구성된다.
풍속화는 중이에 먹과 옅은 채색으로 그렸으며, 낱장 크기의 가로 22.4센티미터, 세로 26.6센티미터 정도다.
풍속화 대부분은 서민사회의 일상생활 모습과 생업에 종사하는 모습이 구수하고도 익살스럽게 표현된 그림들이다.
주변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을 중심으로 그렸는데, 특히 인물은 웃음 띤 둥근 얼굴을 많이 그려 익살스럼움을 한층 더한다.
선이 굵고 힘찬 붓질과 짜임새있는 구도는 화면에 생동감이 넘치게 하는 한편 서민들의 생활감정과 한국적인 웃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풍속화들은 활기차게 돌아가는 서민들 일상생활의 사실성과 사회성을 그 생명으로 삼았으며, 또한 서민 일상생활을 주제로 한 것이어서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 풍속첩에 있는 그림은 모두 유명한데 특히 <무동舞童>과 <씨름>은 풍속도로서 뿐만 아니라 화면 구성과 전체 구도가 아주 짜임새 있어 회화적으로도 아주 우수한 작품들이다.
<무동>은 삼현육각의 흥겨운 가락에 맞추어 무동이 더덩실 춤을 추고 있는 그림이다.
두 팔의 한삼자락을 멀리 위 오른쪽으로 감아주고 오른발을 번쩍 들어 도약하는 경쾌한 발동작에 만면에 웃음을 띠고서 왼쪽으로 숙인 고갯짓을 통해 춤의 결정적인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그것을 표현한 필선은 단원 특유의 힘이 배어 있는 딱딱한 철선묘鐵線描[필세의 굵고 가는 변화가 없이 처음과 끝을 똑같은 굵기로 가늘게 긋는 기법]로서 꺾임이 매우 힘차고 거친 갈필渴筆[먹물 사용을 억제하여 마른 듯한 상태의 붓으로 그리는 기법]과 속도감을 더하여 묵직한 동감을 표현하였다.
반면에 악사들은 속도감을 줄인 딱딱한 철선묘로 일관하여 대조를 이룬다.
채색에 있어서도 무동은 상대적으로 짙고 순도가 높은 색을 사용하였다.
이처럼 단원은 표현 기법의 변화를 통하여 중심 인물을 생동감 있게 부각시켰다.
<씨름>은 단원의 풍속화 특징을 대표할 만한 명품에 속한다.
두 무리의 구경꾼들을 화면의 위아래에 둥글게 배치하여 가운데 공간을 연 다음, 서로 맞붙어 힘을 겨루는 두 사람의 씨름꾼을 그려 넣어 그림의 중심을 잡았다.
왼쪽에 서 있는 엿장수는 구경꾼들의 관심 밖에 있으면서도 이 원형 구도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벗어 놓은 신발은 오른쪽으로 터진 여백을 좁히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이처럼 빈틈없이 짜인 구성과 함께 간결한 붓질로 풍부하게 묘사한 인물들의 표정과 열띤 좌중의 분위기가 단원의 비범한 재능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인물들이 입고 있는 무명옷의 질감에 맞추어 구사된 투박한 필치와 둥글넙적한 얼굴, 동글동글한 눈매도 그가 즐겨 다룬 풍속 인물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다.
※출처
1.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http://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ccbaCpno=1111101390000&pageNo=1_1_2_0(군선도)
3. https://blog.daum.net/inksarang/16878342(선동취적도)
4.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http://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ccbaCpno=1121105270000&pageNo=1_1_2_0(풍속도화첩)
5.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s://www.culturecontent.com/content/contentView.do?search_div=CP_THE&search_div_id=CP_THE006&cp_code=cp0235&index_id=cp02350813&content_id=cp023508130001&search_left_menu=3(무동)
6. 국립중앙박물관 https://www.museum.go.kr/site/main/relic/treasure/view?relicId=551(씨름)
7. 구글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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