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단원 김홍도 "총석정도" "조어산수도" "소림명월도" 본문

글과 그림

단원 김홍도 "총석정도" "조어산수도" "소림명월도"

새샘 2022. 2. 8. 10:18

김홍도, 총석정도, 을묘년화첩, 1795년, 종이에 담채淡彩(엷은 채색), 23x27.7cm, 개인(사진 출처-출처자료 1)

 

단원이 그림 중 연대가 확실한 것 중 하나는 51세 때인 1795년에 그린 ≪을묘년화첩乙卯年畵帖≫과 그 이듬해인 1796년의 ≪병진년화첩丙辰年畵帖이 있는데, 이 두 화첩에 실린 그림들은 모두 다 좋다.

≪병진년화첩≫은 지금 호암미술관에서 잘 볼 수 있는 반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을묘년화첩≫은 거의 대부분 떨어져 나갔다.

≪을묘년화첩≫의 맨 마지막 장인 <총석정도叢石亭圖>비교적 딱딱한 사군첩에 있는 총석정과는 달리 아주 무르익은 총석정이다.

 

<총석정도叢石亭圖> 단원이 44세 때 정조의 명을 받고 김응환과 함께 금강산 4개 군의 풍경을 그린 그림 중 하나로서, 여행할 때 그린 초본草本과 그때의 인상을 바탕으로 나중에 제작한 ≪을묘년화첩乙卯年畵帖≫에 들어 있다.

왼쪽 위의 관지款識[그림이나 서예에 쓰여진 글]를 보면 단원의 후원자였던 소금매매업자 김경림金景林에게 증정하기 위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기둥처럼 총총하게 늘어선 바윗돌[총석]들, 오른쪽 언덕 위에 작게 그려진 총석정, 춤추는 듯한 소나무들, 김홍도 특유의 수파묘水波描[바다의 물결무늬] 등이 잘 조화되어 있어, 만 50세였던 김홍도의 독특하고 완숙한 화풍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김홍도의 이 <총석정도叢石亭圖>는 정선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이재관 등 후대의 화가들에게 본보기가 되었고, 이런 단원의 진경산수화는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 조선 화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홍도, 조어산수도, 병진년화첩, 1796년, 종이에 담채, 26.7x31.6cm, 호암미술관(사진 출처-출처자료 1)

 

≪병진년화첩丙辰年畵帖에 포함된 <조어산수도釣魚山水圖>는 위에 있는 <총석정도>와 더불어 실경을 그리는 단원의 솜씨가 맑고 새로우면서도 원숙한 경지에 올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곡선 필법에 의한 따뜻한 서정성이 그림에서 물씬 풍긴다.

산속 개울가에 앉아 자연의 일부로 동화된 듯 조용히 낚시를 즐기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한 사람이 삿갓 쓴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들 사이에 오가는 친밀한 감정이 화면 전체에서 느껴진다.

 

먹의 농담 표현이나 색채에 미묘한 변화가 있다.

또 화면 전체의 공간 구성에도 사물의 다양한 형태와 배치에 따른 섬세한 변화미와 더불어 안정감이 있다.

그림 오른쪽 귀퉁이에 작게 그려진 낚시질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특히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조어산수도釣魚山水圖>일상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풍속, 인물, 화조花鳥[꽃과 새] 따위의 소재를 산수 배경 속에 그려내는 사경산수寫景山水의 경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한가로이 친구와 시원하게 탁 트인 계곡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담소를 나누며 낚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단원의 그림은 상상만으로도 후대의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김홍도, 소림명월도, 병진년화첩, 1796년, 종이에 담채, 26.7x31.6cm, 호암미술관(사진 출처-출처자료 1)

 

구르미 그린 달, 은은한 빛으로 잡목을 감싸 안다.

달의 정취를 아련하게 표현한 그림<소림명월도疎林明月圖>이다.

앙상한 잡목들 사이로 뜬 보름달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구르미 그린 달' 즉 구름을 그려서 달을 드러나게 하는 기법[홍운탁월烘雲托月]으로 그린 달은 세상사를 초월한 듯 무심하다.

오히려 너무 평범하여 눈을 부비며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그림은 평범한 자연을 소재로 하여 도달한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 준다.

눈에 띌 만큼 색채가 화려하지도 않다.

어여쁜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잡목 몇 그루가 어깨동물를 하듯 자유롭게 서 있다.

그 뒤에 둥근 달이 뚫어져라 화면 중앙을 쳐다보고 있다.

그야말로 심심하고 소박하다.

그것은 중년이 된 단원의 화력畵力이 빚어낸 결과다.

먹의 농도로 나무들 간격을 조절하고 여백으로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냈다.

보고 또 봐도 정취가 새롭다.

 

달은 사람을 명상에 잠기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달빛은 왕세자 옆에 있었다.

여인 홍내관이 바로 그 사랑의 달빛이다.

정조의 지척에는 김홍도의 그림이 있어서 정사政事를 밝혀주었다.

<소림명월도>에서 '구르미 그린 달'은 보잘것없는 잡목을 달빛으로 감싸 안는다.

달을 가리는 것은 사람일 뿐, 달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달은 오늘도 나의 엄마가 되고,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마음의 하늘을 밝게 비춘다.

 

※출처

1.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https://blog.daum.net/duksungmiin/117(총석정도)

3. https://news.koreadaily.com/2005/08/02/society/opinion/365703.html(조어산수도)

4.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61021.010410830380001(소림명월도)

 

2022. 2. 8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