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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쟁 때 조선 관군끼리의 싸움

새샘 2022. 4. 7. 18:42

1894년 조선 땅에서 일어난 청일전쟁에서 조선이 겪은 대표적인 참상 두 가지는 첫째, 두 나라 군인보다 조선인 사망자가 훨씬 많았다는 것과, 둘째는 조선 관군끼리 서로 총을 겨누었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참상에 대해서는 새샘 블로그 2022. 3. 14에 글을 올렸고, 이번이 그 두 번째 참상에 대한 글이다.

 

청일전쟁의 첫 번째 전투인 1894년 7월 25일 풍도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일본은 7월 29일 벌어진 첫 육전인 성환전투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성환전투에서 패배한 청군은 중국과 가까운 북쪽으로 후퇴하여 평양성에 주둔하였다.

 

8월 1일 일본은 정식으로 청나라에 선전포고를 하고서 북진하여 평양성 전투를 준비한다.

청군이 수성하고 일본군이 공성함으로써 청나라가 훨씬 유리했던 이 평양성 전투마저도 일본이 승리하는데, 청군의 단순 패배가 아닌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으며 대패했다.

 

청·일 양국이 평양성 전투에서 입은 피해 정도는 다음 표와 같다.

  동원된 군사 부상자 사망자
청나라 1만 3천~1만 5명 4천 명 2천 명
일본 1만 명  5백 명 180명

 

그러면 이 평양성 전투가 일어났을 때 조선 관군은 무엇을 했을까?

비록 교전 상대국은 아니었지만 우리 땅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야 했을 텐데, 과연 어느 쪽을 선택했을까?

 

이 당시 조선 관군은 왕이 있는 한성과 경기를 관할하는 중앙군과, 조선 8도 각 지역을 수비하는 지방군의 두 무리로 나뉜다.

경복궁을 점령한 일본군은 조선과 강제로 군사 동맹을 맺었는데, 조선 정부는 관군에서 일본군에 협조할 것을 명령하였고, 일본은 조선 중앙군인 장위영壯衛營[고종 때 설치된 3영(장위영, 통위영, 총어영)의 하나] 군대를 평양성 전투에 동원하였다.

반면 당시 평양은 청나라군이 점령하고 있었으므로 평양 지방군은 청나라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평양성 전투에서 일본군이 체포한 변발한 청나라 포로들을 감시하고 있는 별기군 차림의 조선 관군. 이 사진은 일본 자료 '1868~99 일록 20세기'(고단샤, 1999)에 실렸다.(사진 출처-출처자료2)

평양에 파견된 중앙군 장위영 군대는 일본군과 연합했고, 평안 감사가 이끌던 평양의 지방 주둔군인 위수병들은 청군과 연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같은 조선 관군끼리 싸우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가 위에서 보는 한 장의 사진이다.

이 사진은 평양성 전투에서 잡힌 변발한 청군 포로 4명을 별기군 차림의 조선 관군 3명이 감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의 설명에는 청일전쟁 때 체결된 대조선·대일본양국맹약大朝鮮·大日本兩國盟約에 다라 조선 병사가 일본군에 종군한 것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초립을 쓰고 흰색 무명 바지에 짙은 색 윗옷을 걸친 헐렁한 차림새의 조선 병사 셋이 소총을 한 자루씩 들고 포로들의 바로 뒤에 나란히 서 있다.

그들의 얼굴은 아직 십대인 듯 앳되어 보인다.

산속에서 찍었는지 땅바닥에 책상다리하고 앉은 포로 네 명의 발치는 풀로 반쯤 덮혀 있다.

네 명 모두 머리 윗부분을 박박 밀고 뒷머리만 남게 길게 땋은 만주족 특유의 변발을 하고 있으며, 뒤에 선 조선 병사 하나가 포로들의 땋은 머리를, 단체로 산보시키는 애완견들의 목줄을 잡듯이 한 손으로 거머쥐고 있다.

 

여기에다 당시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의 동학 농민군은 일본군과 연합한 조선 관군과 맞서 싸우는 중이었다.

 

이렇게 청일전쟁에서는 조선 관군끼리 싸우는 비극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청일전쟁에서 놓친 부분이자 가장 뼈아픈 사실이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바로 당시 나라 안에서 일어났던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등의 문제 모두를 조선 왕실과 정부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세에 의존했다는 것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1. tvN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 지음,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편'(교보문고, 2022)  

2. 한겨레신문 인터넷판 2016. 3. 18, '왜 이리도 부끄러운 심부름을 했을까'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735712.html

3. 나무위키 청일전쟁 https://namu.wiki/w/%EC%B2%AD%EC%9D%BC%EC%A0%84%EC%9F%81

4. 구글 관련 자료

 

2022. 4. 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