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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자하 신위 "묵죽도"

새샘 2022. 8. 2. 08:25

신위, 묵죽도, 종이에 수묵, 160.2x46.9cm, 고려대학교 박물관(사진 출처: 출처자료1)

 

신위申緯(1769~1845)는 자가 한수漢叟, 호는 자하紫霞다.

자하란 호는 신위가 한 때 시흥 자하동천紫霞洞天(현 과천)으로 물러나 은거하면서 지은 것이다.

자하 신위 역시 삼절로서 시 잘하기로 유명하고 글씨 좋고 그림도 좋다.

이 사람은 그림을 여러가지 그렸다.

<사녀도仕女圖>(일종의 미인도로서 중국 궁중 복식의 여인을 그린 그림) 곧 여자 그림도 있고, 또 <산수>도 그렸지만 뭐니 뭐니 해도 유명한 것은 묵죽墨竹 즉 수묵으로 그린 대나무 그림이다.

 

조선 시대 화가에서 신위에 이르게 되면 이제까지 이야기해 오던 조선 화원들과는 전혀 다른 그림 세계가 펼쳐진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이야기하던 화가들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화원들과 같이 얘기하는 것이 조금 어색할지 모른다.

그는 이조참판과 병조참판까지 지낸 양반가 중의 양반이었다.

또 ≪경수당집警修堂集≫이란 문집을 가지고 있었고, 중국문화에 아주 심취해 있던 사람이다.

이것은 1812년(순조 12)에 주청사奏請使(중국에 주청할 일이 있을 때 보내던 조선의 사절)의 서장관書狀官(외국에 보내는 사신 가운데 기록을 맡아보던 임시 벼슬)으로 청나라에 갔다가 대학자 옹방강翁方綱을 만나 학문의 눈이 열렸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에 살았던 완당 김정희와는 좀 달라서 신위는 신윤복의 여색 그림이나 이인문의 그림과 같은 화원 그림도 좋아했다.

≪단원유묵첩檀園遺墨帖≫에 보면 신위가 김홍도도 아주 좋아해서 단원에 대한 글도 실려 있다.

이렇게 그림에 대한 취미가 아주 다양한 사이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사녀도>와 같은 여자 그림도 그리고 해서 아주 재미있다.

그가 그린 <사녀도>는 위당 정인보가 쓴 찬讚(서화의 옆에 글제로 써넣는 시詩, 가歌, 문文 따위의 글)도 있다.

또 화훼花卉(화초)와 모란 그림도 그렸다.

 

또 시를 원체 잘해서 중국에서 자하시집이 출판된 정도였다.

그러니까 그 근본이 화원들과는 다르다.

화원들이나 중인 출신 임득명과는 근본이 다른 사람이다.

 

신위가 그린 <묵죽도墨竹圖>는 아주 좋은 그림으로서, 그 댓잎이 아주 후하다(두께가 매우 두껍다).

신위의 대나무 그림 특징은 품격이 있으면서도 우아하다는 점이다.

강인한 대나무의 모습보다는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올라 펼쳐지며, 댓잎은 길고 유연하게 뻗쳐 올라가는 방식이다.

이런 유연한 대나무와 짝하여 절벽의 바위를 함께 그려 죽석도竹石圖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먹의 농담에 변화를 주어 원근을 표현하려고 하였으나 원근감보다는 평면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무성하게 중첩된 댓잎이야말로 대나무가 지닌 멋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신위의 대나무 그림은 강세황에게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단아한 기품과 우아한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남종화의 기법을 이어받아 조희룡 등 추사파 화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화풍은 아들 명준과 명연에게 이어졌다.

 

※출처

1.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bhjang3&logNo=140107759933

 

2022. 8. 2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