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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과 스테이시의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 2부 그리스•로마 세계 - 4장 그리스의 팽창 8: 헬레니즘 과학과 의학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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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과 스테이시의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 2부 그리스•로마 세계 - 4장 그리스의 팽창 8: 헬레니즘 과학과 의학

새샘 2022. 11. 10. 21:59

헬레니즘 시대는 17세기 이전까지의 과학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찬란했던 시대였다.

하나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의 과학이 그리스인의 학문과 호기심에 결합됨으로써 지적 탐구에 엄청난 자극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헬레니즘 지배자들이 과학 탐구의 통 큰 후원자로서, 마치 조각가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한 것처럼 과학자들—지배자들에게 예속된 처지였다—에게도 보조금(일종의 연구비)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한때 그와 같은 후원이 실용적인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된 적이 있었다.

지배자들은 과학의 진보가 그들 영역 안의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물질적 이익을 증대시키리라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헬레니즘 문명 연구자들은 기술을 통한 노동력 절감을 위해 산업 혁신을 원했던 지배자가 과연 존재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당시는 값싼 노동력과 더불어 전제 군주는 노동계급의 고통에 추호의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과 물질적 이익의 관계도 달리 생각해야 한다.

헬레니즘 세계 지배자들은 곁에서 부채질해주는 노예를 충분히 거느리고 있었으므로 대외적 위신—그것은 굽실대는 아랫것들을 통해 얻어졌다—을 실추시키는 기계장치 따위를 도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실용적 목적이 과학 후원의 동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의학 및 군사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그랬다.

그러나 과학 연구를 후원한 헬레니즘 지배자의 주요 동기는 어디까지나 위신을 드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지배자들은 마치 조각작품을 자랑하듯이 과학 장치를 손님들 앞에서 뽐낼 수 있었다.

그리스어 사용 유한계급 사이에서는 순수한 이론적 업적마저도 찬탄의 대상이었다.

그러므로 마치 현대 미국의 어느 미식축구팀이 우승할 경우 해당 도시의 시장이 그 영광을 누리는 것처럼, 획기적 과학 발전을 후원한 헬레니즘 군주는 위신을 드높일 수 있었다.

 

 

헬레니즘 세계의 과학 선구자들
칼케도니아의 헤로필로스(의학) 서기전 335경~280경
에우클레이데스(수학) 서기전 4세기 중반~3세기 중반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코스(천문학) 서기전 310경~230경
시라쿠사의 아르키메데스(물리학) 서기전 287경~212경
에라토스테네스(지리학) 서기전 276경~195경

 

 

○천문학, 수학, 지리학

 

최초의 지동설 주창자인 아리스타르코스(사진 출처-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116601001)

 

헬레니즘 시대의 주요 과학은 천문학, 수학, 지리학, 의학, 물리학이었다.

헬레니즘 시대 초기의 천문학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은 '헬레니즘 시대의 코페르니쿠스'로 불리는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코스 Aristarkhos ho Samios(영어 Aristarchus of Samos)(서기전 310경~230경)였다.

그의 주요 업적은 코페르니쿠스보다 무려 1700년이나 앞서 사상 최초로 지구와 기타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지동설을 추론해낸 것이다.

하지만 이 견해는 그의 계승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에 위배되었고,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며 따라서 지구도 우주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그리스인의 확신과도 상충되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타르코스의 명성은 후대에 등장한 알렉산드리아의 프톨레마이오스 Ptolemaeus(영어 Ptolemy)(서기 83경~168경)의 평판에 가려지고 말았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비록 독창적 발견은 거의 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연구를 체계화시켰다.

그의 주요 저작인 ≪알마게스트 Almagest≫—모든 천체는 지구 주위를 회전하다는 지구 중심설에 입각해 논지를 전개한 책 고대 천문학의 고전적 결론으로서 중세 유럽에 전달되었다.

 

 

에우클레이데스(사진 출처-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Euclid-Greek-mathematician)

 

천문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학은 수학과 지리학이었다.

헬레니즘 시대의 가장 유명한 수학자는 '기하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에우클레이데스 Eukleides(영어: 유클리드 Euclid)(서기전 4세기 중반~3세기 중반)였다.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그가 지은 ≪기하학 원리≫—서기전 300년경 집필되었으며, 다른 사람들의 저작들을 집대성한 책는 기하학 분야의 기초 입문서였다.

 

헬레니즘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수학자는 평면 및 구면 삼각법의 기초를 놓은 히파르코스 Hipparkhos(영어 Hipparchus)(서기전 190경~120경)였다.

 

헬레니즘 시대의 지리학 발전은 천문학자이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사서였던 에라토스테네스 Eratosthenes(서기전 276경~195경)의 업적에 힘입은 바 크다.

그는 수백 마일 간격으로 놓인 해시계를 이용해 320킬로미터 이내의 오차로 지구 둘레를 계산해냈으며, 서쪽으로 항해해 동아시아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초로 제시했다.

그의 계승자들 중 한 사람은 지구를 다섯 개의 기후대로 나누었으며(그것은 오늘날에도 인정받고 있다), 밀물과 썰물은 달의 영향력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했다.

 

 

○의학

 

제자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치고 있는 헤로필로스(오른쪽)(사진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Herophilos)

 

헬레니즘 시대의 과학은 의학 분야에서도 진보되었다.

의학 발전에 특히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은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학자 칼케도니아 Chalkidona(영어 Chalcedon)의 헤로필로스 Herophilos(영어 Herophilus)(서기전 335경~280경)였다.

헤로필로스는 고대의 가장 위대한 해부학자였으며 인체 해부를 최초로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업적으로는 뇌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와는 달리) 뇌가 인간 지성을 관장하는 기관임을 주장했다는 점, 맥막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질병 진단에 이용한 점, 동맥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처럼 혈액과 공기의 혼합물이 차 있는 것이 아니라) 혈액이 있을 뿐이며 혈액을 심장으로부터 신체 각 부분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점 등이다.

 

서기전 3세기 중반 알렉산드리아의 에라시스트라토스 Erasistratos(영어 Erasistratus)(서기전 304경~250경)는 생체 해부를 통해 신체 기능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얻어냈다.

그는 심장 판막을 발견했고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차이를 알아냈다.

더욱이 그는 사람의 몸이 네 가지 체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을 반박했고 과도하게 피를 흘리게 하는 치료방법을 비난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4체액설과 사혈법은 2세기에 로마제국의 위대한 의학자인 갈레노스에 의해 다시 부활했고, 갈레노스 Galenos(영어 Galen)가 끼친 해로운 영향력은 18세기까지 지속되었다.

 

 

○물리학

 

숙고 중인 아르키메데스(사진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rchimedes)

 

서기전 3세기 이전의 물리학은 철학의 한 분야였다.

물리학은 시라쿠사의 아르키메데스 Archimedes of Siracusa(영어 Siracuse)(서기전 287경~212경)에 의해 비로소 독립된 실험과학이 되었다.

아르키메데스는 부력 또는 비중의 법칙을 발견했으며 지렛대, 도르래, 나사 등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공식화했다.

그의 발명품 중에서 복합 도르래, 선박용 스크루 프로펠러 등의 특기할 만하다.

그는 기계기술 분야에서 고대의 가장 위대한 천재로 간주되고 있지만, 자신의 정교한 기계장치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순수과학 탐구를 더욱 좋아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목욕을 하면서 숙고하던 중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부력)를 발견했는데, 근사한 생각이 떠오르자 벌거벗은 채로 거리로 뛰쳐나가면서 "유레카 Eureka!(나는 발견했다!)"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출처

1. 주디스 코핀 Judith G. Coffin·로버트 스테이시 Robert C. Stacey 지음, 박상익 옮김,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상): 문명의 기원에서 종교개혁까지, Western Civilizations 16th ed., 소나무, 2014.

2. 구글 관련 자료

2022. 11. 10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