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 윤제홍 "송하관수도"

윤제홍, 송하관수도, 종이에 채색, 82.0x42.5cm, 개인(사진 출처-출처자료1)

 

조선말기 화단은 청나라 남종화풍의 유행과 함께 청에서 전해온 서양화법이 부분적으로 수용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토대로 사물을 주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종래 남종 문인화와 중국 화보의 방작倣作(진품을 따라서 그대로 그린 그림)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참신한 경향의 이색화풍이 대두되었고, 이는 근대를 향한 회화사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이색화풍의 문인화를 대표하는 화가가 윤제홍, 김수철, 홍세섭, 조정규 등이었고, 이 가운데 학산鶴山 윤제홍尹濟弘(1764~1840 이후)은 학산파鶴山派라고 불리우는 화풍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학산파는 마치 수채화처럼 옅은 채색을 사용하여 사물을 군더더기 없이 간략·담백하게 표현했는데, 이를 두고 추사 김정희는 독특한 솔이지법率易之法의 화풍이라 표현했다.

 

화면 오른쪽 위에 학산사鶴山寫(학산이 그림)라는 이름이 적힌 윤제홍의 <송하관수도松下觀水圖>는 산을 등지고 소나무 아래 홀로 앉아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을 담고 있는 이색화풍으로 그려진 남종화풍의 흐름에 속하는 산수다.

노송 아래 홀로 앉은 선비나, 기울어진 주봉, 담묵을 써서 마치 담채와 같은 매우 맑고 투명한 화면 효과를 내는 등의 윤제홍의 그림 특징을 매우 잘 보여준다. 

따라서 이 그림은 스케치와 같은 간단한 구도, 간략담백한 표현, 활달한 필묵,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담청과 담갈색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설채設彩(먹으로 바탕을 그린 다음 색을 칠함) 등을 통해 독특한 솔이지법의 화풍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학산파의 선구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관직이 대사간까지 이르렀던 윤제홍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화가는 자신과 같은 사대부 문인화가였던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1710~1760)이었다.

그리고 <송하관수도>의 색조는 물론 특이하게 그린 소나무와 인물, 흩어진 태점苔點(동양화에서 바위나 산, 나뭇가지 등에 자라는 이끼 등을 표현하기 위해 찍는 점)은 비슷한 나이의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1758~1817?)이 그린 <산수화山水畵>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하여 두 사람 사이의 어떤 연관성을 짐작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유사성으로 미루어 윤제홍은 아마도 이인상의 화풍을 수용하면서 그 위에 신윤복의 소나무 및 나무, 인물, 설채법 등을 가미하여 이런 이색화풍을 창안한 것으로 추측된다.

 

윤제홍을 시작으로 하는 학산파의 솔이지풍 화법은 북산北山 김수철金秀哲(?~?)에게 전해져 더욱 발전되었다.

그리고 윤제홍과 김수철의 동년배 화가로서 김수철과 거의 똑같은 그림을 그려 또 하나의 학산파 화가로 생각되던 학산寉山(또는 鶴山) 김창수金昌秀(?~?)는 '鶴山'과 '金秀哲印' 도장이 나란히 찍힌 작품이 확인됨으로써 김수철과 동일인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창수金昌秀'는 김수철의 초명初名(아이 때의 이름)이고, '학산鶴山'이란 호는 김수철이 처음 사용했던 아호였다.

 

※출처

1. 이용희,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이현주 석사학위 논문, '이색화풍(학산파) 산수화에 관한 연구', 홍익대 대학원 동양학과, 2005.

3. http://www.seminarbiz.kr/news/articleView.html?idxno=13767

4.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07/2011120702813.html

5. 구글 관련 자료

 

2022. 11. 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