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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북산 김수철 "하화도" "석매도"

새샘 2022. 12. 13. 07:17

북산 김수철은 솔이지법率易之法 화풍(수채화처럼 옅은 채색을 사용하여 사물을 군더더기 없이 간략·담백하게 표현하는 화풍으로 산鶴山 윤제홍尹濟弘 이후의 학산파 화풍의 특징)의 산수뿐만 아니라 화초花草(화훼花卉: 꽃이 피는 풀과 나무) 그림도 아주 독특하다.

그의 화초 그림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특이하다.

 

 

김수철, 하화도, 종이에 담채, 96.5x43.2cm, 이화여대 박물관(사진 출처-출처자료1)

 

이화여대 박물관에 있는 지본담채紙本淡彩(종이에 그린 엷은 채색 그림)의 <하화도荷花圖>를 보자.

'하화荷花'연꽃 즉 '연못에 핀 꽃'이란 뜻이므로 하화도란 연꽃 그림을 말한다.

 

이 그림은 간결하고 폭넓은 필치筆致(필세에서 풍기는 운치)와 구도에 담백한 채색을 한 수채화 같은 느낌이다.

대상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여 오른쪽에 여백을 살렸으며, 화면 위쪽에 꽃과 잎에 비중을 크게 두어 과분수의 형상으로 묘사했다.

마른 화선지 위에 그은 것이라 옅은 채색에도 불구하고 필선이 명료하여 그가 즐겨 사용하는 철선보다 빠르고 즉흥적인 필선을 곁들어 처리했다.

푸른색 앞면에 건필健筆(글씨나 선을 힘차게 쓰거나 그음)의 잎맥을 선명하게 그려넣었고, 잡초는 대담하게 생략하여 대여섯 번 좌우로 지나간 붓면으로 표현하였다.

 

 

김수철, 석매도, 종이에 담채, 5.8x28.0cm, 개인(사진 출처-출처자료1)

 

돌멩이에 핀 매화를 그린 <석매도石梅圖>는 북산의 독특한 그림 기법인 적은 수의 필선으로 대상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화면 중간 부분을 차지하는 괴석이나 나뭇가지의 윤곽이 모두 부드러운 선과 몇 개의 흩어진 점으로 묘사되었고, 바위와 나무라는 두 개의 전혀 다른 물체를 질감의 차이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엷은 색채와 먹의 선염(渲染:  동양화에서, 화면에 물을 칠하여 마르기 전에 붓을 대어 몽롱하고 침중한 묘미를 나타내는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런 표현 때문에 단순한 그림에서도 통일성이 엿보인다.

 

위로 곧게 뻗은 예리한 선으로 된 작은 가지들, 빠른 붓 동작으로 선묘한 듯한 율동적인 매화송이들, 그리고 색채로 완전히 메꾸지않고 흰 부분을 남겨놓은 데서 오는 경쾌감 등에서 북산의 솜씨가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화면 가운데 괴석 하나가 오른쪽으로 돌출하면서 그 뒤에 늙은 매화(노매老梅) 한 그루가 꽃망울이 한창인 잔가지들을 위로 뻗고 있다.

필선은 일반적인 북산체北山體와는 좀 달리 농묵으로 바위와 매화의 윤곽과 가지를 휙휙 속필速筆로 빨리 그렸는데, 이는 매화의 형태보다는 기운氣韻(풍격風格과 정취情趣)의 효과를 바랐던 것 같다.

 

화면 앞 오른쪽에 쓴 '철석심장 북산 鐵石心腸 北山'이란 제시題詩는 중국 남송의 선비 반구潘矩가 지은 <헌심첨사獻沈詹事(첨사인 심씨에게 바치면서)>라는 제목의 시에 나오는 '철석심장연수약鐵石心腸延壽藥(철석 같은 심장이 수명을 늘리는 약이니)'에서 따온 것이다.

북산은 제시를 통해 이 그림이 '철석심장을 가진 괴석에서 자란 늙은 매실나무에서 핀 아름다운 매화'를 그린 것이라고 말해주는 게 아닐까!

 

※출처

1. 이용희,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https://inksarang.tistory.com/16877051(하화도)

3. https://costmgr.tistory.com/3688(하화도)

4. http://www.gminews.net/default/index_view_page.php?part_idx=267&idx=29222(석매도)

5. https://53chang.tistory.com/8718667(석매도 제시)

6. https://baike.baidu.hk/item/%E7%8D%BB%E6%B2%88%E8%A9%B9%E4%BA%8B/12534249(석매도 제시)

7. 구글 관련 자료

 

2022. 12. 13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