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소치 허련 "노송도" 본문

글과 그림

소치 허련 "노송도"

새샘 2023. 3. 29. 19:30

허련, 노송도, 10연폭, 종이에 수묵 담채, 90.5x485cm, 국립중앙박물관, 2018년 손창근 기증(사진 출처-출처자료1)

 

전시실의 한 벽면, 진열장 너머에 거대한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마치 가로로 넓은 와이드 화면을 보는 것처럼 10폭의 연이은 화폭에 소나무의 둥치와 양쪽으로 구불거리며 길게 늘어뜨린 가지가 확대되어 다가온다.

큰 옹이가 있는 둥치, 철갑과 같은 소나무의 거친 껍질에서 소나무가 이겨낸 풍파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위아래가 잘린 구도임에도 위풍당당한 소나무 전체 모습이 보이는 듯하고, 그림에서 푸른 솔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다.

 

이 작품은 19세기에 활동한 화가 소치小癡 허련許鍊(1808~1892)이 만년에 그린 <노송도老松圖>다.

그는 조선시대 역대 화가들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전할 만큼 다작多作했다.

1856년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뒤 고향인 진도로 내려와 운림산방을 짓고 서화 제작에 몰두했다.

만년에는 호남 이곳저곳을 유량하며 직업 화가로 활동했고, 주문자의 미감과 취향을 반영한 작품을 상당수 제작하게 된다.

 

연폭連幅(여러 조각으로 이어진 폭)으로 그려진 소나무 병풍은 허련뿐만 아니라 당시 화가들에게도 매우 드문 일이다.

19세기 중반 연이은 화면에 매화를 그리는 연폭 매화병풍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허련은 이런 연폭 병풍의 형식을 빌려오면서 그림의 주인공을 소나무로 바꿨다.

매화가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지닌 반면, 소나무는 사계절의 변화에도 한결같은 푸르름을 유지하여 군자의 덕이나 강건한 기상을 상징한다.

 

또한 오래 사는 나무이기에 장수를 뜻한다.

허련이 누구를 위해 이 그림을 그렸는지는 알기 어려우나, 규모에 맞게 나무를 배치하고 공필工筆(대상물의 외형 묘사에 치중하여 꼼꼼하고 정밀하게 그리는 기법)로 소나무를 그렸으며 갈색과 녹색, 푸른색 등으로 엷게 채색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나무 등걸을 화면 가운데보다 약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뻗어나가듯 배치했고, 나뭇가지는 화면 위에서부터 아래로 굽은 듯 좌우로 펼쳤다.

소나무 껍질을 거칠게 그리면서도 짙은 묵으로 굵은 태점을 찍었고, 나뭇가지에 걸친 시든 넝쿨 등은 갈색을 변주하며 부드럽게 표현했다.

갈필로 세심하게 그린 솔잎 위로는 녹색의 엷은 채색을 더하였다.

노년기의 완숙하고 거침없는 필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폭에는 당나라 시인 이산보李山甫(9세기 활동)의 시 '송松(소나무)'의 일부를 옮겨 적었고, 끝에 허련이 만년에 사용하던 호 '노치' 다음에 양각과 음각 낙관을 차례로 찍었다.

 

"눈 속에 백 척 높이 우뚝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고표백척설중견 孤標百尺雪中見)

 바람결에 긴 휘파람 소리 듣는다네 (장소일성풍리문 長嘯一聲風裏聞)

 노치老癡"

 

※출처
1.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신문, 큐레이터의 시선 '소나무의 소리들 듣다, 허련의 <노송도>, The Museum Newn 2020 Jan vol.581

2. https://m.blog.naver.com/chatelain/221712698307

3. 구글 관련 자료

 

2023. 3. 2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