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 유숙 "세검정도" "계산추색도" "장원홍"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이름이 친숙하게 알려진 조선왕조 말의 도화서 화원들로는 임당琳塘 백은배白殷培(1820~?), 혜산蕙山 유숙劉淑(1827~1873), 운계雲溪 조중묵趙重默(?~?), 해사海士 안건영安建榮(1841~1877),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1897), 그리고 마지막 화원으로서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晋(1853~1920)과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1861~1919)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중에는 꽤 역량이 있는 이들도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해사 안건영은 상당히 실력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지금 전하는 그림에는 그의 대표작이나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혜산 유숙, 오원 장승업, 소림 조석진, 심전 안중식 등은 좋은 작품들이 현존하고 있으므로, 이들 네 조선왕조 말 화원의 그림을 살펴보자.

 

 

유숙, 세검정도, 종이에 담채, 26.1x58.2cm, 국립중앙박물관(사진 출처-출처자료1)

 

혜산蕙山 유숙劉淑(1857~1873)은 47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주로 전통적인 정형의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나중에는 실경도 그렸는데, 그의 실경 그림 중에서 들 수 있는 것은 위 그림 <세검정도洗劍亭圖>이다.

 

이 그림에서 세검정은 계곡도 조금 과장되고 그 뒤의 넓은 하천은 더욱 과장되었다.

그리고 계곡물이 엄청 불어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장마철의 홍제천 세검정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닐까.

그러나 실경으로서 필치가 유려하고 스케일이 크다.

세검정 정자에는 갓 쓴 사람들이 앉아서 세검정 주위를 흘러내리는 물살을 구경하고 있으며, 물이 넘쳐 흐르는 계곡 바위를 스님이 지나가고 있다.

 

 

유숙, 계산추색도, 종이에 수묵, 108.5x38.8cm, 개인(사진 출처-출처자료1)

 

유숙의 이런 정형 산수화는 김정희 풍의 남종문인화와 상통되는 작품들로서 김홍도 화풍의 일면을 짙게 풍긴다.

 

 

유숙, 장원홍, 종이에 채색, 25.5x44.9cm, 개인(사진 출처-출처자료1)

 

그런데 유숙은 정상적인 그림이 아닌 민화풍의 그림도 그렸는데, 그 예가 바로 <장원홍壯元紅>이다.

이 그림은 전형적인 민화풍으로서 괴석과 함께 그린 무궁화 그림이다.

나뭇가지를 적절한 간격을 두고 화면 가득히 배치하였고, 서로 다른 가지에 네 송이의 탐스런 무궁화 꽃이 화려하게 피었다.

맨 오른쪽 가지 위에 앉아 있는 아름다운 털옷을 입은 새는 화룡점정 격으로, 붉은 꽃과 대비를 이뤄 격을 높여주고 있다.

 

그림은 장원급제, 장수와 다산 등 여러 의미를 상징하고 있다.

장원홍 즉 무궁화는 바로 과거 급제를 뜻한다.

누군가의 등과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무궁화 그림을 그렸다는 얘기다.

의미를 보다 확대하면 과거 급제와 함께 활짝 핀 꽃처럼 입신출세를 바라는 한마디로 부적 같은 뜻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

옛 그림의 주된 소재인 괴석은 장수와 다산, 그리고 변하지 않는 절개까지 상징한다.

단순한 그림 같지만 많은 얘기를 담고 있는 그림이다.

 

※유숙은 산수화와 함께 영모, 도석인물, 풍속 등에도 능했고, 특히 풍속화는 유숙을 고비로 유행의 막을 내리게 된다.

추사 김정희의 지도를 받은 유숙이 오원 장승업을 가르쳤다는 말도 전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며, 다만 오원과 어떤 관계가 있지 않았나 하고 추측하는 정도일 뿐이다.

 

※출처
1. 이용희,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486 (세검정도)

3. https://www.insaauction.com/service/author_view.html?idx=2809 (계산추색도)

4.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5184 (장원홍)

5. https://www.insaauction.com/service/author_view.html?idx=2809

6. 구글 관련 자료

 

2023. 5. 15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