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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역노화 연구

새샘 2023. 7. 7. 17:43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크게 증가했다.
반면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한 결과 우리 사회는 인구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성 질환 및 만성 질환의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항노화 antiaging 및 관련 바이오헬스 bio-health 산업에 대한 관심 역시 과학적·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 증가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항노화를 노화 과정을 지연·예방하거나 노화 현상을 역전시키는 것(역노화 reverse aging)으로 정의하는 한편, 산업계에서는 항노화를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나 노화 관련 질환을 조기에 탐지·예방하여 관리 및 치료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화 및 항노화 질환 관련 연구 및 상용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노화 aging는 다양한 스트레스 stress에 대해 우리 몸이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손상들이 체내에 축적됨으로써, 모든 장기 시스템에 걸쳐 점진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신체 기능저하를 초래하는 생물학적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1925년 빛의 세기에 따라 초파리의 성장과 수명에 영향을 주는 노화 연구를 시작으로 분자, 세포 및 시스템 수준에서 노화의 특징에 대한 댜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을 종합한 최신 총설 review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화의 10가지 특징을 정의하고 있다.
  ①유전체 불안정성 genomic instability
  ②말단소체(텔로미어) 길이 감소 telomere shortening
  ③후성유전 변형 epigenetic alteration
  ④단백질 항상성 상실 loss of preteostasis
  ⑤타협 자가포식 compromised autophagy(노화세포를 스스로 제거하는 자가포식의 기능 이상)
  ⑥미토콘드리아 기능 상실 mitochondrial dysfunction
  ⑦세포 노쇠 cellular senescence
  ⑧줄기세포 고갈 stem cell exhaustion
  ⑨세포사이 신호전달 변형 altered intercellular communication
  ⑩영양 조절 곤란 nutritional dysregulation
 
2000년대 초반부터 항노화 및 노화에 따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새싹기업(스타트업) start-up들이 많이 창업되어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 이상의 기업들이 항노화 치료제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상업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하고 있는 주된 연구개발은 세포 노쇠와 관련된 오믹스 omics(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에 대한 학문을 아우르는 용어로서 유전체 genomics, 후성유전체 epigenomics, 전사체 transcriptomics, 단백체 proteomics, 대사체 metabolomics 등을 총칭) 자료들을 활용한 노화 예방 및 진단법 개발, 노화 관련 유전자 발굴, 노화 관련 유전자 조절 항노화 신약 개발, 자가포식(오토파지 autophagy)  및 미토파지 mitophagy(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자가포식) 촉진 약물의 탐색 등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항노화 치료제 개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기 단계의 작은 시장 규모와 임상 단계에 들어선 약물 부족, 시장 지배적 항노화 치료제 개발 기업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의 노화 억제 기술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노화 관련 연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바로 세포를 다시 젊게 만드는 세포 역노화 reverse aging라 할 수 있다.

역노화 연구는 세포 노화에 대한 이해와 세포 재프로그래밍 cell reprogramming을 통해 제작된 유도만능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iPSC)와 체세포 somatic cell와의 세포학적 차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체세포 전체가 아닌 부분 재프로그래밍을 통해서도 노화 세포를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 동향

 

  1)후성유전정보와 노화

 
후성유전정보 epigenetic information는 DNA와 단백질의 복합체인 염색질(크로마틴) chromatin의 구조와 화학적 변형에 의핵 결정되며, 유전체 DNA 유전정보를 사용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노화 과정에서 염색질이 변화되면서 생기는 후성유전정보의 손실 특히 후성유전체의 특정 위치에 있는 DNA 메틸화는 노화가 일어나면서 아주 일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노화에 따른 염색질의 DNA 메틸화 정도 즉 후성유전정보의 변화를 세포나 조직의 나이를 측정하는 후성유전시계 epigenetic clock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후성유전정보의 변화가 노화의 직접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후성유전정보 재프로그래밍을 통한 노와의 양방향 조절 가능성(사진 출처-출처자료1)

 

최근 하버드대학의 한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유전체의 유전정보 변화 없이 후성유전정보에만 선택적 변화를 주었을 때 여러 장기에서 노화가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 결과는 후성유전정보의 변화가 노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유전체 유전정보의 변화는 노화에 필수적인 것이 아닌 것을 말해주는 것이며, 동시에 후성유전정보는 비교적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노화는 생각보다 가변적인 과정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연구팀은 후성유전정보를 젊게 재프로그래밍함으로써 세포의 나이를 젊게 되돌릴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은 후성유전정보의 조절을 통해 노화를 가속시키는 것도, 노화를 역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명확한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2)세포 재프로그래밍을 통한 역노화 연구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통한 역노화 기술은 세포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인 후성유전정보를 재설정하여 노화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체세포 핵 치환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의 개발로 시작되었다.
1962년 아프리카 발톱개구리 연구와 1997년 복제양 돌리 Dolly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체세포 핵치환은 후성유전정보가 들어있는 세포핵을 다른 체세포에 이식하여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기술이다.
그리고 2006년 4개의 전사인자인 OSKM(OCT4, SOX2, KLF4, c-Myc)을 이용하여 체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재프로그래밍하는데 성공했다.
iPSC가 조기에 노화되지 않고 정상적인 성체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하면 세포 연령을 재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고, 이런 사실은 후성유전정보의 재설정을 통해 세포의 연령을 다시 설정하여 노화를 지연 또는 역전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기술을 통해 허친슨-길포드 조로증 증후군 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HGPS)과 같은 세포노화 질환에서 세포를 젊게 만들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2011년 OSKM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이용하여 HGPS 환자 및 백살이 넘은 사람들의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전환하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 환자와 백살 노인의 말단소체, 산화스트레스 대사, 유전자 발현이 젊은 세포 상태로 바뀐 것을 확인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후성유전시계로 측정했을 때 재프로그래밍 동안 세포 나이가 지속적으로 젊어졌으며 완전한 줄기세포 상태로 전환되었을 때 후성유전시계가 0살로 리셋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부분 재프로그래밍을 통한 역노화 연구 

 
후성유전정보 재프로그랭은 세포 역노화를 가능하게 했지만, 체세포가 줄기세포로 전환되면서 체세포 고유의 정체성과 기능을 잃어버렸고, 쥐에서 암이 발생되는 문제가 있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제작 및 역노화를 위한 세포 재프로그래밍 과정(사진 출처-출처자료1)

 

2016년 한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SKM 유전자를 주기적으로 일시적으로 발현시켰다.

이런 부분 재프로그래밍 partial reprogramming의 결과는 놀랍게도 조직 기능의 저하나 발암 문제없이 조로증 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이 혁신적인 연구는 부분 재프로그래밍을 통한 역노화가 동물 개체 수준에서 작동한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한 것으로서, 부분 재프로그래밍 기술이 다양한 노화 질환 치료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OSKM 부분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피부 상처의 섬유화와 늙은 연골세포의 면역반응을 줄이고, 늙은 근육 줄기세포의 재생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피부 섬유아세포의 나이를 30세 가량 젊게 만드는 동시에 전사체도 젊은 상태로 복원시킬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또한 골격근, 심장, 간의 재생을 돕고 회복시켰으며, 뇌의 기억을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췌장, 간, 비장, 혈액의 후성유전정보 및 대사를 젊게 바꿀 수 있음도 알려졌다.
 
그러나 OSKM 중 M은 발암 유전자인 동시에 쥐의 수명을 줄인다고 보고되었기 때문에 2020년 한 연구팀은 안전성과 임상적 응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M을 제거한 OSK 아데노관련바이러스 Adeno-associated virus(AAV)(아데노바이러스가 함께 있어야만 복제가 되는 파르보바이러스 parvovirus)를 이용하여 부분 재프로그래밍을 시도했다.
시신경에 OSK를 발현시켰을 때 녹내장에 걸린 쥐 또는 늙은 쥐의 시신경이 젊은 상태의 전사체와 후성유전정보를 회복했고, 시력 또한 향상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이 연구를 통해 여러 노화 연관 질환들에 대해 OSK 유전자 치료가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포 재프로그래밍에 의한 수명 연장은 오직 조로증 쥐에서만 보고되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노화 조절에 회의적 의견도 없지 않았.
하지만 2022년 한 연구팀은 OSKM을 2개월령 정상 쥐에서 2.5주 동안만 발현시키는 것만으로 전체 수명을 16.8% 증가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2023년에는 미국 바이오벤처인 리쥬버네이트 바이오 Rejuvenate Bio는 같은 실험을 29개월령(사람 77세쯤에 해당) 정상 쥐에 실시한 결과 남은 수명이 2배 가량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후성유전정보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세포와 조직의 기능이 회복됨으로써 건강수명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수명연장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 세포 재프로그래밍의 분자 기전 연구를 통해 부작용은 적으면서도 수명연장 효율이 보다 높은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나 약물을 선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저분자 물질을 이용한 부분 재프로그래밍을 통한 역노화 연구

 
OSKM을 이용한 iPSC 재프로그래밍이나 특정 유전자 발현에 의한 직접 분화 direct reprogramming 연구와 동시에 세포 운명을 결정하는 주요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저분자 물질을 처리하여 직접 분화나 역분화를 유도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OSKM 또는 OSK에 의한 세포 역노화 대신 저분자 물질을 이용한 역노화 연구가 제안되었고, 실제로 저분자 물질 처리만으로 세포의 역노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2022년 증명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iPSC 제작에 사용된 저분자 유도물질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처리함으로써 부분 재프로그래밍 조건을 만들었는데, 이런 조건에서도 세포 노쇠나 산화 스트레스와 같은 노화 관련 지표들이 개선됨으로써 세포가 보다 젊은 세포로 변환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이 저분자 물질을 꼬마선충에 처리했을 때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전사인자 뿐 아니라 저분자 물질을 이용한 부분 재프로그래밍도 역노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3. 국내 연구 동향

 
국내에서 세포 재프로그래밍 분야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역노화 연구 및 응용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내 연구진의 주목할 만한 역노화 관련 연구는 2020년 발표된 KAIST 및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서 보고한 피부 역노화 연구이다.
연구진은 시스템생물학 기법을 이용해 PKD1이 역노화 관련 유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억제하면 노화된 섬유화세포가 역노화되어 콜라겐(아교질) collagen 생성과 재생 능력이 회복된다는 것을 노화인공피부모델을 이용하여 증명했다.
이 연구를 통해 역노화의 초기 원천기술과 검증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4. 세포 역노화의 산업적 응용

 

최근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이 발전되면서 여러 생명공학 기업들이 노화 관련 질병 치료 및 노화된 인체와 장기를 젊은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한 연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프로그래밍 연구가 시작되기 전인 2013년 구글 Google은 25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칼리코 Calico라는 생명공학 회사를 설립하여 인간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는 OSKM을 새로운 조합(OS, OK, OKM 등)으로 사용하거나, 더 안전한 재프로그래밍 전략을 개발하는 등 안정적인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턴 바이오테크놀로지즈 Turn Biotechnologies, 유스바이오 테라퓨틱스 YouthBio Therapeutics, 바이오사이언스 Bioscience, 뉴리미트 NewLimit, 에이지엑스 테라퓨틱스 AgeX Therapeutics, 이두나 테라퓨틱스 Iduna Therapeutics, 시프트 바이오사이언스 Shift Bioscience 등의 생명공학 기업들이 재프로그래밍을 활용한 질병 및 노화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제프 베이조스 Jeff Bezos를 비롯한 전 세계 부자들에게서 30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알토스 랩스 Altos Labs라는 기업이 설립되었다.
알토스 랩스는 인간 질병, 노화, 장애의 역전을 목표로 재프로그래밍 연구를 시작했으며, 할 배론 Hal Barron, 야마나카 신야 Shinya Yamanaka, 프랜시스 아놀드 Frances Arnold, 데이비드 볼티모어 David Baltimore, 제니퍼 다우드나 Jennifer Doudna 등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자문위원과 이사회로 영입하여 노화 및 재프로그래밍 연구 조직을 구성했다.
후안 카를로스 이크피수아 벨몬테 Juan Carlos Izpisua Belmonte, 스티브 호바스 Steve Horvath, 울프 레이크 Wolf Reik, 마누엘 세라노 Manuel Serrano 등 이 분야를 선도하는 과학자들도 이 회사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어, 조만간 더욱 강력한 기술 개발과 새로운 연구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5. 세포 역노화 연구의 전망

 
역노화 인자 발현을 부분적으로 조절하는 부분 재프로그래밍 기술은 세포의 역노화 기술 개발의 중요한 기술적 수단으로서, OSKM  유전자 삽입 방법 뿐만 아니라 저분자 화합물 투여 방법의 향후 개발 및 항노화 관련 연구 및 치료제 개발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 paradigm으로 발전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에는 AI 및 기계 학습 machine learning 등의 기술을 활용한 역노화 및 노화 질환 예측 및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AI를 이용한 노화 예측 기술은 환자의 생체신호, 생물학적 자료, 유전자, 영상학적 자료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여 개인맞춤형 노화 예측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면 노화에 따른 질환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여 조기에 예방 및 치료할 수 있어 노화 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보고된 역노화 관련 연구성과들은 노화 및 항노화 분야의 연구 및 산업 발전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노화 관련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기술의 발전은 인류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1.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2. 3. 8), 인류의 마지막 질병, 노화 극복을 위한 최근 동향, BioINwatch: 22-16.
2. 새샘 블로그 '노화 극복을 위한 연구들' (https://micropsjj.tistory.com/17040476)
3. 구글 관련 자료
 
2023. 7. 7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