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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상 "투견도(맹견도)"

새샘 2023. 7. 20. 22:26

작가 미상, 투견도, 종이에 채색, 44.2x98.5cm, 국립중앙박물관(사진 출처-출처자료1)

 

투견도의 머리 부분(사진 출처-출처자료2)

 

투견도의 꼬리 부분(사진 출처-출처자료2)

 

조선 말기에 화원이 그린 그림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린 이를 몰라서 아직까지 '작가作家 미상未詳'으로 남아 있는 그림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투견鬪犬圖> 또는 <맹견도猛犬>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이 그림 제목을 <투견도>로, 그리고 다른 명칭으로 <김홍도 필 투견도>라고 기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김홍도가 이 그림을 그렸다고 인정하는 데도 불구하고 관련 학계나 전문가들은 거의 작가 미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다음과 같은 고희동의 술회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춘곡春谷 고희동高羲東(1886~1965)은 1910년대에 서울 북촌의 한 고가古家(지은 지 오래된 집)에서 이 그림을 처음 발견하고서, 우리나라 동양화를 이끌던 선배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晋(1853~1920)심전 안중식(1861~1919) 등 셋이서 이 그림을 감식했다.

당시 우리나라 동서양화단을 좌지우지하던 세 화가의 감식 결과 이만한 작품은 단원 김홍도나 그릴 수 있다고 결론 내리면서, 세 사람은 이 그림에 단원 김홍도의 가짜 주문방인을 찍어서 화상畫商에 팔아넘긴 돈으로 여러 날 같이 호음豪飮했다고 고희동이 술회한 것이다.

 

그 후 이 그림을 이왕가李王家에서 사들일 때에는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인정했다고 하는데, 이는 세 사람이 만들어 찍은 '사능士能'과 '김홍도金弘道'의 가짜 주문방인 때문이었다(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에는 주문방인이 보이지 않는다).

 

<투견도>는 생동감 넘치는 정확힌 필묵筆墨(붓과 먹)의 묘妙로 보건대 단원의 그림이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화기(그림 그리는 기술)인 것은 분명하지만, 작품 주제인 개 자체가 서양개일 뿐만 아니라, 음영 표현이나 구도가 서양화의 기법인 요철법으로서 단원풍의 선묘(선을 그리는 기법)보다는 묵법墨法(먹을 칠하는 기법)이 강한 것으로 보아 단원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 통설이다.

 

이 그림은 구도나 화면의 여백으로 보아 좀더 큰 작품에서 개를 중심으로 잘려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굵은 쇠사슬에 묶인 채 기둥 밑에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 한마리의 투견 또는 맹견을 소재로 삼았으며, 전통적인 재료에 서양화의 기법을 채용하여 다루어졌다.

 

정면을 응시하며 엎드려 있는 개의 자세는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묘사되었고, 짧은 필치와 설채設彩(먹으로 바탕을 그린 다음 색을 칠함)에 의하여 처리된 털의 모습은 개의 근육과 관절의 구조를 암시하며, 대상의 입체감을 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건물의 기둥과 마룻바닥도 음영법과 투시도적인 시각으로 표현되어 있어 사실성을 높여 준다.

이러한 명암법과 투시도법은 모두 조선 후기에 전래되었던 서양화법을 특징짓는 요소들로서, 천주교 전래에 따라 청나라에 유입되었던 서양화 등의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그림은 우리나라 화단에 서양화법이 수용되는 초기의 과정을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이다.

그러나 이 그림의 국적 문제와 제작 연대 등에 대해서는 좀더 깊은 연구와 고증이 필요하다.

 

※출처
1. 이용희,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검색, 투견도(https://www.museum.go.kr/site/main/relic/search/view?relicId=6013)

3.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hwyoon1001&logNo=220473937337

4. 구글 관련 자료

 

2023. 7. 20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