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2 - 낙우송 본문

동식물 사진과 이야기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2 - 낙우송

새샘 2024. 6. 28. 14:09

측백나무과 낙우송속에 속하는 낙우송落羽松새의 깃털(우羽) 같은 모양이 그대로 낙엽지는 소나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학명은 탁소디움 디스티쿰 Taxodium distichum, 영어는 Bold cypress(민둥 사이프러스: 가을이면 낙엽이 떨어져 민둥나무가 되기 때문), 중국어 한자는 낙우삼落羽杉 또는 수삼水杉이라고 한다.

중국어 한자 이름에 '송松' 자가 아닌 삼나무 '삼杉' 자가 들어간 것은 낙우송이 소나무(송松)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삼나무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속에 잠겨서도 자랄 수 있으며 독특한 무릎 모양의 공기뿌리(기근氣根)를 내민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두 줄의 쪽잎이 서로 어긋나는 낙우송의 잎(사진 출처-출처자료3)

 

낙우송은 깃털처럼 생긴 잎이 가을에 단풍이 들어 뚝뚝 떨어지는 데서 얻어진 이름이다.

그리고 중국어 한자 이름인 수삼水杉은 물기 많은 습지를 좋아하며 심지어 물속에서 자라기도 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낙엽진 겨울의 낙우송(사진 출처-출처자료1)

 

갈잎 바늘잎 큰키나무인 낙우송과 닮은 나무로는 메타세쿼이아 Metasequoia가 있다.

두 나무는 수형樹形(나무의 모양)이나 잎의 모양, 그리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조건 등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낙우송의 쪽잎(소엽小葉)은 서로 어긋나지만 메타세쿼이아의 쪽잎은 마주나는 것이 달라 쉽게 구별된다.(맨 위 사진)

그리고 겨울쯤 되면 나무 아래에 떨어진 낙엽을 가지고서 낙우송(갈잎)이냐 메타세쿼이아(늘푸른)를 감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낙우송의 수형(사진 출처-출처자료1)


미국 본토에서의 낙우송은 보통 나무 높이가 25~30미터에 이르고, 가슴높이 줄기 지름은 1.5~2.0미터에 이른다.

그중에는 높이 50미터에 가슴높이 줄기 지름이 3미터 이상 되는 것도 있다.

낙우송은 수령이 750~3,000년에 이를 정도로 오래 사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수피樹皮(몸통줄기 껍질)는 적갈색으로 얇게 갈라지고(맨 아래 사진), 내피內皮(몸통줄기 안쪽 껍질)는 특히 그 색이 진하다.

수형은 어릴 때부터 뾰족한 원추형이지만, 늙어갈수록 수관樹冠(몸통줄기에서 나온 줄기)이 옆으로 퍼져서 불규칙한 우산 모양의 된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낙우송은 젊은 까닭에 늙어서 생기는 불규칙한 우산 모양의 수형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2018년 10월 2일 새샘이 찍은 청남대의 낙우송 가로수길(사진 출처-출처자료2)

 

2018년 10월 2일 새샘이 찍은 청남대의 낙우송 가로수길의 공기뿌리들(사진 출처-출처자료2)


새샘이 2018년 10월 청남대를 들렀을 때 낙우송 가로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낙우송 조림이 잘 된 곳이 우리나라에 있었던가!

큰 도로 양쪽에 삼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었고, 특히 나무 아래 땅에 울퉁불퉁 솟아난 공기뿌리의 아름다움이란!!!

 

 

○역사와 생물학적 특성

 

낙우송은 지난날 지구의 왕자 노릇을 한 적이 있다.

그 증거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 같은 북반구에서 화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석탄의 한 종류인 갈탄은 낙우송이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그 세력이 굉장했던 나무임을 알 수 있다.

 

이상하게도 낙우송 화석은 북반구에서만 발견되고 남반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남반구에는 원래 바늘잎나무 종의 거의 없는 편이다.

낙우송도 바늘잎나무 종이라 남반구에서 화석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속에서도 자라는 낙우송(사진 출처-출처자료1)

 

낙우송은 물가에서 잘 자라는 까닭에 수향목水鄕木이라고도 한다.

단단하지 못한 땅속에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에 바람으로 넘어갈 염려가 있다.

바람에 넘어질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몸통줄기 아랫부분이 팽창해 있고, 위로 가면서 가늘어진다.

이런 모양을 가지면 오뚜기처럼 넘어질 염려가 적다.

이처럼 나무는 나무 나름대로 잘 살아갈 궁리를 하고 몸집이 알맞게 적응하며 변화하게 된다.

 

낙우송은 습한 곳에 잘 나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소삼沼杉(물에서 자라는 삼나무)이라고도 부른다.

 

미국에서는 이 나무의 줄기를 토막 내고 그것을 다시 잘라서 판자를 만들어 지붕으로 덮기도 하고, 바깥 벽에 붙이기도 한다.

이와 같이 만든 얇은 나무 판자를 싱글 shingle(너와)이라고 하는데, 수명이 몇백 년 갈 수 있다고 한다.

기왓장, 슬레이트 같은 것으로 된 집에 비해서 훨씬 고상한 집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낙우송 목재로  흔히 관을 만든다고 한다.

땅속에 묻어도 오랫동안 썩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농림학교의 낙우송

 

낙우송은 미국에서 자라는 나무로서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초반에, 그중에서도 이른 초반에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 임경빈이 낙우송을 처음 본 것은 1937년 무렵이 아닌가 한다.

 

대구농림학교로 말하면 1910년 3월 우리나라 중등 정도의 농업교육 또는 농림교육 쪽에 가장 먼저 설립된 학교였다.

1910년이면 대한제국 순종 4년에 해당하고, 그해 8월 19일은 경술국치庚戌國恥(한일합병韓日合倂/ 韓日合邦)을 맞은 부끄러운 역사의 시기였다.

대구공업농림학교가 설치되고 난 뒤 약 다섯 달 후에 경술국치가 일어난 것이다.

 

대구농림학교에 입학했을 때, 면적은 그다지 넓지 않지만 공을 들인 아담한 수목원이 있었다.

이 수목원에는 당시 신기한 나무들, 그것도 무척 큰 나무들이 있었다.

그중에 루브라참나무(Quercus  rubra)라는 외국 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그 당시 나의 눈에는 너무도 크고 오래된 나무로 보였다.

루브라참나무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거무스레한 빛깔의 줄기로 서 있었고, 그 옆에는 몇 그루의 낙우송이 있었다.

 

지금 기억으론 당시 그곳에 5~6그루의 낙우송이 있었는데, 그 나무들 역시 너무나 크고 오래되었으며 아름답게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대구농림학교 수목원에 있던 낙우송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심은 낙우송이었다고 생각된다.

나무 높이와 가슴높이 지름을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낙우송의 시조였음이 분명하다.

 

수원에 있는 수원고등농림학교(또는 수원농림전문학교)에도 오래된 낙우송이 있었다.

내 생각으론 수원에 있는 낙우송과 대구농림학교 수목원에 있는 낙우송은 그 크기와 나이가 비슷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초기에 들어온 낙우송 중 몇몇 그루는 수원에, 그리고 몇몇 대구농림학교 수목원에 심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줄기는 곧았고 곁가지는 고루 사방으로 많이 났지만, 그 굵기가 그다지 굵지 않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낙우송이었다.

 

당시 이런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 그것도 큰 나무를 접할 때 우리는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고 있구나, 그리고 나무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구나 하는 어떤 감격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도중 목조건물이었던 대구농림학교는 화재로 다 타버리고 말았다.

대구농림학교의 역사는 이때부터 변천을 거듭하게 되어, 지금은 이 수목원이 아파트 단지로 변함에 따라 낙우송이라든가 루브라참나무라든가 히말라야시더(개잎갈나무)라든가 하는 멋진 모습의 나무들은 개발의 수레바퀴에 깔려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녹화라든가 나무는 생명의 환경이라든가 하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왜 이 나무들을 남겨두면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나가지 못했는가 한탄스럽기만 하다.

똑똑하고 현명한 인간이었더라면 이곳의 낙우송을 바롯한 다른 나무들은 남겨두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낙우송, 그것이 사라진 것은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곳의 낙우송은 내가 본 최초의 낙우송이었고,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초기에 심은 가장 오래된 낙우송이라는 사실에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 나무는 이제 사라지고 말았다.

 

 

○낙우송의 공기뿌리

 

포항 청하 기청산식물원의 낙우송 공기뿌리(사진 출처-출처자료1)

 

일본 신주쿠교엔(신숙어원新宿御苑)에는 좋은 수목원이 조성되어 있다.

필자는 이곳을 몇 번 가보았다.

낙우송은 뿌리가 공기뿌리(기근氣根)(무릎과 닮은 모양이라 영어는 knee root 무릎뿌리)를 잘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낙우송은 습지에서 잘 자라고 때로는 물속에서도 좋은 자람을 보인다.

낙우송이 뿌리의 호흡의 위해 공기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몸가짐의 전략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대구의 낙우송이라든가 수원의 낙우송에서는 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일본 신주쿠교엔의 낙우송은 많은 공기뿌리가 발달해 있어 놀라울 뿐이었다.

낙우송의 공기뿌리는 그 성상이 독특하다고 한다.

즉 호흡을 할 수 있는 뿌리는 그 생장점의 땅굽성(굴지성屈地性: 땅 쪽으로 향하는 성질)이 음성으로 변해 곧추서면서 위로 자란 것이 아니라, 상당한 비대생장肥大生長(옆으로 부피가 커지는 자람)이 일어난 뿌리의 중간쯤 되는 부분이 한쪽으로 쏠리는 극단적인 비대생장을 하면서 위쪽의 목질 부분이 커지다가 어느 순간 둥근 모양이 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한 개의 뿌리가 서로 밀접한 여러 개의 공기뿌리를 만드는 일도 있다.

 

신주쿠교엔 낙우송의 공기뿌리 발달상황을 보면 이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땅 위로 솟아나온 원뿔~원기둥 모양의 뿌리는 한 개의 뿌리가 땅 위로 솟아올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뿌리의 일부분이 위쪽으로 팽창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이것이 낙우송 수분생리水分生理(물에 대한 식물의 생리작용)의 전략을 잘 말해준다.

높은 공기뿌리는 1미터 이상에 이른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새샘 블로그 https://micropsjj.tistory.com/17039274

3. https://mjmhpark.tistory.com/345

4.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5. 구글 관련 자료
 
2024. 6. 28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