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0 - 구지뽕나무 본문
뽕나무과 구지뽕나무속에 속하는 구지뽕나무의 학명은 쿠드라니아 트리쿠스피다타 Cudrania tricuspidata, 영어는 silkworm thorn(누에나방 가시), 중국어 한자는 자목柘木이다.
뽕나무보다 더 단단하고 굳다는 뜻으로 붙인 굳이뽕나무가 변해 구지뽕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잎으로 누에를 칠 수 있으나 주로 활을 만드는데 이용되어 활뽕나무, 단단한 가시가 달렸다고 해서 굿가시나무라고도 한다.
해발 100~700미터의 양지바른 산기슭이나 마을 주변에서 3~8미터 높이로 자라는 암수딴그루 갈잎 작은키나무다.
어릴 때는 험상궂은 가시를 내민다.
덩어리로 모여 익는 붉은 열매는 먹을 수 있고 약으로 쓴다.
구지뽕나무는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의 서해안과 남해안 서부 지역에서 자생한다.
중국에서도 자생하지만, 일본에는 자생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잎은 보통 톱니 없는 계란형으로 세 갈래로 갈라지기도 하며, 위쪽이 점점 좁아지다가 끝은 둔해진다.
비교적 두터운 잎 뒷면에는 융털이 나 있어 약간 흰빛을 띤다.
잎은 뽕잎 대용으로 누에 먹이로 쓰기도 한다.
뽕나무와는 달리 잎겨드랑이에 변형된 날카로운 가시가 나 있다.
꽃은 5~6월에 암수딴그루로 핀다.
수꽃차례는 노란 색의 세팍타크로 공 모양이고, 암꽃차례는 타원형이며 꽃에서 흰 암술이 길게 뻗어 나온다.
가을이면 작은 열매들이 여러 개 모여 지름 2.5센티미터 정도의 둥근 공 모양의 붉은 다육질 열매가 달리고 점차 검은색으로 익는다.
○명칭과 용도
황해도 지방에서는 꾸지뽕나무를 활뽕나무라고 부른다는데, 이는 이 나무가 활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뽕나무도 활의 재료가 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꾸지뽕나무가 활의 재료로 더 뛰어났다.
꾸지뽕나무의 목재는 이처럼 활을 만드는 재료 외에도 노란색 염료를 얻는 데에도 이용되었으나, 무엇보다 활 재료로 뛰어났기 때문에 꾸지뽕나무를 궁간목弓幹木이라고도 불렀다.
세조 13년(1437) 10월 조에 "활 만드는 사람 한계지 등을 경기도 양평과 가평, 강원도 춘천 등지로 보내 궁간목을 채집했다"는 기록이 있다.
≪세종실록≫의 부록으로 볼 수 있는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보면 경기도·충청도·황해도가 궁간목의 생산지라고 되어 있다.
예전에 전쟁에서 활과 칼, 창을 주요 무기로 사용한 것을 생각하면 꾸지뽕나무가 많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열매는 식용 가능하여 과실주의 재료로도 이용되었다.
한편 중국의 ≪사기史記≫에 "꾸지뽕나무(상자桑柘)는 나무가 강인하여 활을 만드는데 쓰였다. 까마귀가 꾸지뽕나무에 가지 위에 앉아 있다 날아가면 이 나무의 가지가 너무 연해서 휘어졌다. 그리고 탄력 있는 가지의 반동으로 까마귀가 놀라고 날아갈 수 없어 호호 소리치면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래서 꾸지뽕나무를 일명 오호烏號(까미귀의 울음)라고도 부른다"라고 적혀 있다.
예전 사람들은 양잠에 쓰는 것을 상桑으로, 또 활로 쓰는 것을 자柘로 지칭한 것 같다.
'오호烏號'를 산뽕나무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 뽕나무가 일반적으로 양잠에 쓰였고 또 '상桑'자가 있었으니 '오호'는 '자柘' 즉 꾸지뽕나무를 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약 2,500년 전 노魯나라의 주공周公이 쓴 ≪이아爾雅≫라는 책의 제14권은 '석목釋木'이라 해서 99종의 나무를 해설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뽕나무의 종류를 여상女桑, 산상山桑 등 여러 가지로 나누고 있다.
≪본초本草≫와 또 다른 책에는 꾸지뽕나무로 양잠을 할 수 없으며, 나무에서 황적색 염료를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을 자황柘黃이라 부르고, 나무에는 가시가 있다고 했다.
이 나무로 기른 누에고치에서 얻은 명주실로 거문고 줄을 만들면 그 소리가 맑고 어느 실보다도 뛰어나며, 또 그 뿌리로 술을 만들어 마시면 이명耳鳴에 효과가 있다고도 했다.
꾸지뽕나무의 일본 이름은 하리구와 ハリグワ(침상針桑: 가시가 있는 뽕나무)이다.
현재 꾸지뽕나무는 수형이 아름다운 편이 못 되어 세상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나무인 것 같다.
예전 사람들은 이 나무에 대해 많은 기록을 남겼는데, 현대인으로부터는 소외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예전처럼 전쟁에 활과 창이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다시 오게 되면 꾸지뽕나무와 대나무는 서로 짝이 되어서 활개를 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일어난다면 활과 창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약이 맺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꾸지뽕나무를 더 흔하게 볼 수 있고 그 열매를 먹고 사는 새들도 많아져 우리 생활 주변이 더 풍요로워질 것으로 믿는다.
정말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2.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꾸지뽕나무(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pageMode=view&ktsn=120000060471)
3. 구글 관련 자료
2024. 5. 31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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