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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9 - 리기다소나무 본문
20세기 초인 1907년 황폐한 우리 산을 복구하기 위해 도입하기 시작한 나무가 바로 미국 원산의 리기다소나무다.
소나무과 소나무속에 속하는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인 리기다소나무는 재질이 소나무보다 못하지만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주어 우리 숲의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학명인 피누스 리기다 Pinus rigida의 종 이름을 그대로 따서 리기다소나무가 되었다.
리기다 rigida란 종 이름은 '딱딱한 rigid'이란 뜻으로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살아가는 강한 생명력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가 바로 리기다소나무이기도 하다.
영어는 pitch pine은 송진 소나무란 뜻으로 송진松津 pitch(또는 rosin)을 많이 뿜어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며, 송진 냄새 때문에 곤충이나 새들이 가까이 가지 않을 뿐더러 나무에서 흘러내린 송진 때문에 주변 땅은 척박해지는 동시에 산불에도 엄청 취약하다.
중국어 한자 표기는 강송剛松, 삼엽송三葉松, 미국삼엽송美國三葉松 등이다.
리기다소나무와 소나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잎이 3개씩 붙어나며(소나무 잎은 2개씩) 몸통줄기에서도 잎이 돋아난다는(소나무는 가지에서만 잎이 돋아남) 것이다.
리기다소나무는 힘이 강해서 땅이 척박한 산에서도 비교적 좋은 자람을 보인다.
습한 땅도 견디고 건조한 땅도 곧잘 견딘다.
줄기가 곧게 크는데, 10년에서 15년생 이내의 것이면 줄기에 움돋는 힘이 강해서 해를 입었을 때도 다시 살아나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나무 속에 송진이 많고 목재의 질은 소나무나 곰솔만 못하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솔잎흑파리 때문에 큰 피해를 겪고 있다.
솔잎흑파리의 애벌레게 솔잎의 밑동을 파먹어서 소나무가 빨갛게 죽어간다.
이런 피해는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리기다소나무는 솔잎흑파리의 피해를 거의 겪지 않고 오히려 솔잎흑파리를 죽이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줄기나 가지에서 분비되는 송진 덕분이다.
○조림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무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많은 나무를 심었지만 그중 조림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무가 바로 리기다소나무다,
그런데 리기다소나무가 볼품이 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는 것 없이 밉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리기다소나무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 같다.
나무에 대한 지식이 얕은 사람들이다.
"벼가 좋습니까, 밀이 좋습니까, 땅콩이 좋습니까?"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
"돼지가 좋습니까, 닭이 좋습니까?"
이런 질문은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낙엽송이 좋습니까, 리기다소나무가 좋습니까?"
우리는 이런 질문을 흔히 들을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답변을 하는 사람도 있다.
리기다소나무에는 솔방울이 많이 달린다.
종자 생산이 풍부한 까닭에 묘목을 기르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다.
싹트는 힘도 강하고 모밭(묘포苗圃: 묘목을 기르는 밭)에 병충해도 적은 편이다.
산에 내다 심어도 잘 산다.
가지는 쳐서 땔나무로 쓰는데 불 힘이 강하다.
줄기가 곧아서 농가의 창고, 가축의 집, 말뚝 등에 이용된다.
목재는 제재製材(베어 낸 나무로 재목材木을 만듦)도 될 수 있고, 가공을 하면 용도가 더 다양해진다.
미국에서도 비교적 많이 조림되고 있는 나무다.
우리가 리기다소나무에 대해서 할 일은 더욱 좋은 나무를 골라내는 것이다.
지구상에 수십억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유전적 소질은 서로 다르듯이, 산에 있는 리기다소나무도 한 나무 한 나무의 소질이 모두 다른다.
이 가운데 좋은 리기다소나무를 가려내자는 것이다.
좋은 것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가?
먼저 목재의 질이 좋아야 한다.
결이 곱고 고르며, 톱질이나 끌질, 대패질하기 편하고, 니스 같은 도료를 칠했을 때 아름다워지는 등의 특징을 생각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줄기가 곧게 자라고, 가지가 가늘며, 자람이 빠른 것을 들 수 있다.
산에서 이와 같은 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리기다소나무 목재의 질이 소나무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리기다소나무의 운명으로 생각하지 말고 개량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리기다소나무를 산에 심을 때에는 1헥타르 당 1만 그루 정도 심어야 좋다.
처음에 빽빽하게 심고, 가지가 뻗어서 어울리게 되면 나무를 솎아낸다.
솎아내는 일을 자주 되풀이해준다.
20~30년이 지나면 잘라 쓸 수 있고, 큰 줄기를 얻고자 할 때는 더 기다린다.
○소나무꽃 수정의 비밀
리기다소나무는 5월 초에 꽃이 핀다.
소나무의 암꽃은 솔방울이다.
5월이 되면 녹두알만 하던 솔방울이 작은 콩만 해지는데, 이때 꽃이 핀다.
리기다소나무의 꽃에는 꽃잎이 없다.
꽃잎이 없는데도 꽃이 피는 것이다.
어떻게 피는 것일까?
난자를 둘러싼 파란 색깔이던 조직이 갑자기 분홍색으로 변한다.
콩만 한 솔방울이 붉어지는 것이다.
피는 꽃은 모두 아름다운데, 리기다소나무의 꽃도 역시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눈을 위한 것이 아닐까?
높은 나무 위에 피는 꽃 또한 아름다운데 그곳에는 어떠한 눈들이 있을까?
산에 사는 벌들의 눈이 있어서 아름답게 피는 것인지, 새들의 눈을 위해서 아름답게 피는 것인지, 우주의 생리는 신비스럽기만 하다.
하늘을 보고 스스로를 자랑하는 것일까?
꽃이 필 때 암꽃의 구멍에는 물이 고여 있는데, 이 구멍을 지나서 꽃가루가 들어간다.
그 안쪽에 난자가 있다.
동물이나 나무나 비슷하다.
이 물을 구슬 물(주액珠液) 또는 꽃가루받이물(수분액受粉液) pollination drop이라 한다.
꽃가루(화분花粉)라는 수꽃이 들어가는 길을 구슬 구멍(주공珠孔)이라 하는데, 이곳에 구슬 물이 가득 찬다.
다른 바늘잎나무도 마찬가지이지만 리기다소나무도 이 물이 있어야 꽃가루가 더 빨이 안쪽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구슬껍질(주피珠皮) 언저리에 도달하면 꽃가루는 싹이 터서 꽃가루관을 만들고 조직의 속을 파고들어간다.
난자를 만나보기 위해서다.
5월 초순부터 암컷 생식기의 조직을 파기 시작한다.
리기다소나무에게 이는 성행위에 해당한다.
수컷의 성행위는 무려 열세 달이 걸린다.
이듬해 초 여름쯤이 되어서야 난자에 도달한다.
무려 8,600시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되는 것이다.
꽃가루관이 난자에 접촉하게 되면 끝이 터진다.
이때 꽃가루관 속에 들어 있던 정자가 난자를 만나는데, 이것이 곧 수정受精 fertilization이다.
수정이 많이 되는 나무일수록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다.
수정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정작 필요한 나무 줄기는 자라지 않고 필요 없는 솔방울만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좋은 조림수종이란?
언젠가 어떤 사람이 산에 낙엽송(일본잎갈나무)을 심어 놓고 그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했는지, 몇 번인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산을 구경하고 산의 관리와 조림에 대해서 여러 가지 기술적인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산에 가기로 한 날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에 가는 도중, 그분은 신념에 찬 목소리로 우리나라 산에 있는 나무는 모조리 베어버리고 낙엽송암 심어야 한다고 가는 길 내내 주장했다.
낙엽송 이외 다른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큰 착오를 범하는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의 얘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반면 어느 해인가 어느 지방 군수가 해준 산림사업에 대한 설명인즉, 낙엽송을 산에 심는 사람은 혼이 나간 사람들이라고 했다.
제발 대학교수나 농학박사는 낙엽송을 산에 심지 못하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켜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필자는 이 말도 흥미롭게 들었다.
또한 몇 해 전 신사 한 분이 필자의 연구실을 찾아왔다.
오랫동안 산에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 그분의 주장인즉, 우리나라에는 조림할 만한 나무의 종류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때까지 보도 듣도 못하던 신기한 놀라운 나무를 가져다가 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이러한 일을 하루빨리 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필자는 이분의 말도 재미있게 들었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어느 더운 여름날 청년 한 명이 필자의 연구실을 찾아왔다.
들어서자마자 웃옷을 벗고 바짝 다가서서는 자기가 입고 있는 조끼를 손으로 만져보라고 했다.
그리고 "이것이 무슨 섬유로 된 것인지 아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필자가 모르겠다고 했더니, 아까시나무 줄기 속껍질로 만든 조끼라고 했다.
말인즉, 우리나라 산에 아까시나무를 많이 심어서 땔감 문제도 해소하고, 꿀도 얻고, 모든 국민의 의복 문제도 이 나무를 가지고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섬유 문제는 걱정이 없다고 했다.
정열이 넘치는 청년이었다.
필자는 위에 든 몇 분 이외에도 비슷한 사람을 많이 만났고, 비슷한 이야기도 흔히 들었다.
이런 사람들의 생각은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모두 고마운 의견이긴 하지만, 때로는 위험한 생각이기도 하다.
나쁜 고무신이 있어야 좋은 고무신이 팔릴 수 있다는 말처럼, 숲에 좋은 나무만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며 가지각색의 나무가 고루 있어야 좋은 것이다.
그래야 산이 건강해진다.
일본에서는 전국에 있는 산의 약 60%는 사람의 힘으로 쓸모 있는 나무를 심어서 목재를 생산하지만, 나머지 40%는 자연상태 그대로 둔다고 한다.
이렇게 해야 사람이 심은 60%의 산이 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옳은 이야기다,
어느 나무든 그 나무만 편협하게 좋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쌀밥도 먹고, 국수고 먹고, 보리밥도 먹고, 고기도 먹고, 이처럼 두루두루 좋아하는 것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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