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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26 - 동백나무 본문
겨울에도 피는 동백冬柏나무의 진한 붉은 꽃은 정열적인 사랑의 상징이고, 꽃이 질 때는 통째로 떨어지는 모습이 깔끔하다.
남부의 따뜻한 곳에서만 자라는 차나무과의 늘푸른 넓은잎 작은키나무.
알사탕 굵기의 씨앗에서 짠 동백기름은 머릿기름이다.
학명은 카멜리아 자포니카 Camellia japonica, 영어는 Japanese camellia(일본동백) 또는 common camellia(보통동백), 중국어 한자는 산다목山茶木 또는 다매茶梅.
○떨어지는 동백꽃 - 춘수락椿首落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따뜻한 지역에 나는 동백나무는 그 꽃도 아름답지만, 윤이 나는 진초록의 잎이 빽빽이 난 것이 더욱 아름답다.
잎 좋고 꽃 좋고 한 것이 동백나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해안가를 따라 분포하는데, 내륙에서는 겨울나기에 문제가 있어서 식재 범위에 제한이 있는 것이 안타깝다.
제주도, 홍도, 흑산도, 거문도, 거제도, 충남의 외연도, 경남 동해안에 있는 목도目島(눈섬 또는 동백섬), 울릉도, 경기도 서해안에 있는 대청도, 남해안에 있는 보길도, 오동도 등 섬에 많고, 육지에서는 백양사, 천은사, 선운사, 백련사(전남 강진) 등 절간 주변에 숲을 이루고 있는가 하면, 충남 서천군 마량리 해안 가까운 곳에도 동백나무 숲이 있다.
마량리의 것은 사람이 심은 것 같고, 육지에서는 전북 선운사의 동백 숲이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백나무에 관한 신석정의 아름다운 시 <빙하氷河>(1956)가 있다.
"동백꽃이 떨어진다
빗속에 동백꽃이
시나브로 떨어진다
수水
평平
선線
너머로 꿈 많은 내 소년을 몰아가던
파도소리
파도소리 부서지는 해안에
동백꽃이 떨어진다
억만 년 지구와 주고받던
회화에도 태양은 지쳐
엷은 구름의 면사포를 썼는데
떠나자는 머언 뱃고동 소리와
뚝뚝 지는 동백꽃에도
뜨거운 눈물 지우던 나의 벅찬 청춘을
귀대여 몇 번이고 소근거려도
가고 오는 빛날 역사란
모두 다 우리 상처 입은 옷자락을
갈가리 스쳐갈 바람결이여
생활이 주고 간 화상火傷쯤이야
아예 서럽진 않아도
치밀어 오는 뜨거운 가슴도 식고
한 가닥 남은 청춘마저 떠난다면
동백꽃 지듯 소리 없이 떠난다면
차라리 심장도 빙하 되어
남은 피 한 천년 녹아
철 철 철 흘리고 싶다"
동백꽃이 소리 없이 뚝뚝 떨어진다는 표현은 동백나무 꽃의 성상을 그대로 잘 말해주고 있다.
살구꽃, 매화꽃, 벚꽃 같은 것이 떨어지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고요하게 불러내지 못한다.
화사하게 피어 있을 때의 아름다움이나 땅위에 수북이 떨어져서 지면을 덮고 있는 상황은 시와 문장에도 나타나지만, 동백나무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땅 위에 도달하는 그사이의 동적인 과정이 시에서 주목의 대상이 된다.
동백꽃은 뚝뚝 시나브로 떨어진다.
동백나무 이외 나무의 꽃들은 이렇게 떨어지는 일이 없다.
구태여 찾아보려면 동백나무와 근친관계가 있는 노각나무쯤이 아닐까?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노각나무를 여름동백나무라고 부른다.
동백꽃은 한겨울에 뚝뚝 떨어지지만, 노각나무의 꽃은 한여름에 뚝뚝 떨어진다.
이처럼 뚝뚝 떨어지는 쓸쓸한 상황이 때로는 허무한 느낌으로 이어져서 춘수락椿首落(떨어지는 동백꽃)은 단절되는 인연을 상징하기도 했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로 시작되는 유행가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라는 가사에선 '후두둑'이라며 움직이는 과정을 표현하였는데, 역시 동백꽃의 속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비 뿌리는 듯이 흩날리는 꽃잎을 맞는다는 많은 수의 꽃잎을 떠올릴 수도 있으나, 동백의 경우는 꽃 한 송이의 떨어짐이 주체가 된다.
떨어져가는 판에 구태여 동반자를 가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한자 표기
동백나무는 한자로 동백冬柏/冬栢/棟栢으로 쓰고 산다목山茶木으로도 표현한다.
'겨울 동冬'자가 들어간 것은 잎의 푸름이 겨울을 이겨내고, 주먹눈이고 가루눈이고 간에 눈 뿌리는 겨울에 붉은 꽃을 피우는 데서 연유된 것으로 생각된다.
강희안이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동백나무에 대해 기록한 것으로 풀이해보면 다음과 같다.
"동쪽 나라에 나는 ··· 눈 속에서 능히 꽃을 피우는 것을 동백나무라 한다.
(동국지산東國之産 ··· 설중능개자雪中能開者 속칭동백俗稱冬柏)
홑잎 동박은 남쪽 섬 지방에 많이 나며 (단엽자單葉者 호생남방해도중好生南方海島中)
봄철에 꽃을 피우는 것을 특히 춘백이라 한다 (혹유춘화자或有春花者 왈춘백曰春柏)"
필자는 오래전 전남 돌산도의 남쪽까지 간 적이 있는데, 동백꽃이 피는 아름다운 이 마을에는 동백나무 노거목이 많았고, 동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중 늦가을에 피는 나무, 한겨울에 피는 나무, 그리고 봄에 피는 나무 등 꽃 피는 시기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추백秋柏, 동백冬柏, 춘백春柏이라는 명칭으로 구별해서 부르고 있었다.
한편 동백을 '춘春'자로 쓰는 일도 있는데, 사전을 찾아보면 이 글자는 '참죽나무 춘'으로 되어 있고 동백나무라는 뜻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춘春'자에도 동백나무의 뜻이 없는 것이 아니고, 이 글자는 참죽나무 또는 동백나무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백은 '棟柏'을 표음한 것이고 '冬柏'으로도 쓴다.
학단鶴丹이라 말하는 것은 그 꽃색의 붉음 때문이고, 산다목山茶木이라 말하는 것은 차나무와 인연이 가까운 데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학정홍鶴頂紅 또는 내동화耐冬花라는 이름도 글자 그대로의 뜻이다.
○정열의 꽃
눈이 흩날리는데도 피어나는 동백꽃은 그 안에 무서울 정도의 정열이 있어 그런 게 아닐까?
가지 끝에 꽃이 붙는 것도 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정열의 폭발을 뜻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붉다 못해 토해버린 피처럼 진하고, 진하다 못해 흰색까지 마셨으며, 부드럽다 못해 아직은 햇빛을 못 본 젖가슴을 부끄럽게 만든다.
수줍어 눈을 감고 내미는 첫 입맞춤에서 감미로움을 느낀 것은 꽃잎이라기보다 오히려 어린 소녀의 입술 같았다.
색깔 가운데서 색깔을 골랐고 부드러움 가운데서 부드러움을 골라낸 동백꽃잎에는 무언가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름다움의 절정이요, 부드러움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불 같은 사랑의 꽃, 그것이 동백꽃이다.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묶는 것에 동백나무로선 불만이 없지 않다.
추운 겨울이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개를 알아본다(세한지송백歲寒之松柏)지만, 그들은 혹한에 꽃을 피워보기까지는 못하지 않았던가?
이 점을 내세운다면 동백꽃 쪽이 훨씬 뛰어나다.
잎보다는 꽃잎으로 추위를 견디는 그 기개가 더 높이 찬양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도 동백은 겨울을 상징하는 꽃을 맺는다.
동매冬梅와 함께 나란히 서고 싶다.
추위를 이긴다는 점에선 동백꽃이 더 상징적일지 모른다.
추위와 어려움을 극복하면 으레 아름다움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겨울이 철학의 계절이라면 동백꽃은 철학을, 즉 냉철冷徹과 냉락冷落을 몸속에 숨기고 있을 것이다.
청적淸寂과 적조寂照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백꽃을 특히 중국의 시인들은 사랑했으며, 문학에 있어서도 혹한에 늠름하게 견디어내기에 동백꽃을 세한歲寒의 친구로 칭했다.
동백을 청렴과 절조, 굳은 인간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고 거기에서 높은 가치관을 뽑아내려는 풍조가 있었다.
때로는 동백나무를 엄한지우嚴寒之友에 넣어 제일화第一花로 추켜올린 것도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청순淸純(깨끗하고 순수함)과 아취雅趣(고아한 정취)를 바라보는 강렬한 동경에도 불구하고, 동백나무의 벌거벗은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미優美(우아하고 아름다움)와 선려鮮麗(산뜻하고 아름다움)를 응시하면서, 이 두 가지 면을 모아 한층 더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바라보는 미美의 의식도 배양되어 왔다.
화사한 봄날에 피는 개나리, 살구나무, 벚나무, 앵두나무, 진달래 등은 그 꽃에서 고요함을 찾기 어려우나, 동백나무에선 소리 없는 고요함을 찾을 수 있다.
화려하면서도 고요하기란 어려운 것인데, 동백꽃은 그것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고요하지 못한 것은 대체로 전시적인 느낌이 더하다.
적막함, 그것이 동백꽃의 매력이다.
동백꽃보다 더 숨막히게 아름다운 꽃은 따로 없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특수한 동백나무
●눈동백나무(설동백雪冬柏, 설춘雪椿)
이 나무는 원래 일본의 것인데, 혼슈(본주本州) 서쪽 해안에 위치한 표고 300~1,000미터 산허리에 분포하는 생태품종이다.
그곳은 겨울 동안 눈이 많이 쌓여 눈동백나무는 눈에 눌려서 높이 자라지 못하며, 가지가 유연해서 눈에 눌리면 지면에 닿고, 그 닿은 곳에 뿌리를 내리는 특성이 있다.
그 밖에 형태적으로도 일반 야생 동백나무와는 구별된다.
눈동백나무가 자라는 산허리 이하에서는 일반 동백나무가 나타나고, 두 종이 접해 있는 곳에서는 잡종 동백이 만들어지고 있다.
●애기동백나무[사잔카(산다화山茶花)]
필자가 처음 이 나무를 본 것은 1960년대에 도쿄에 있는 메구로(목흑目黑) 임업시험장 구내에서였다.
가을인데도 한량없는 꽃이 나무를 덮고 있었다.
사잔카는 일본 원산으로 현재는 우리나라 남쪽에도 도입되어 심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 폭포 주변과 만장굴 입구 주변에서 이 꽃을 볼 수 있다.
도감에는 애기동백나무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다.
애기동백나무는 동백나무와 다른 종인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나무는 교목이지만 키가 자고 나무껍질이 황갈색 또는 흑갈색이어서 회백색인 동백나무와 구별되며, 꽃봉오리는 겉으로 나타나서 잘 볼 수 있다.
동백나무의 꽃은 잎 뒤에서 숨어서 핀다.
애기동백나무는 꽃이 가을에 피고 씨방에 흰 털이 빽빽이 나는 것이 동백나무와 다르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조경 목적으로 많이 심고 있다.
○울릉도의 동백나무
울릉도 도동 뒷산 낮은 밭 언덕에 동백나무가 줄지어 자라고 있었다.
동해 한복판에 우뚝 솟아오른 울릉도.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바닷물과 남쪽 해협에서 올라가는 따뜻한 바닷물이 만나서 소용돌이치는 곳에서 화산이 폭발해 성인봉을 만들고 그 기슭에 동백나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은 울릉도가 동해 바다의 꿈이란 것을 말해준다.
산꼭대기에는 흰 눈이 길길이 쌓여 있는데 아래쪽에서는 피를 토한 듯 붉은 동백꽃이 피어나 꿈 같은 색채 대비를 보여준다.
눈 녹은 찬물을 마시고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가 신비스러운 설계雪溪(눈이 녹지 않은 산골짜기) 위에 서 있다.
동해에 내려 쪼이는 햇볕을 모조리 모으는 울릉도에서, 동백나무는 그 잎으로 태양의 영광과 은혜를 한없이 즐긴다.
번쩍이는 두터운 잎이 그것을 말해주는데, 햇볕을 즐긴다는 것은 모든 생명의 바람이고, 그것을 등진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미로 볼 때 동백나무는 행복하기 짝이 없는 나무다.
그래서 지난날 혼례상에는 동백나무와 대나무 가지를 꽂아놓곤 했다.
사시사철 변함없이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구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또한 장수의 영광을 상징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다.
○동백나무 기행
필자는 우리나라에 있는 동백나무 숲을 몇 곳 답사했다.
1950년대 후반쯤 전남 광양시 옥룡면에서 본 오래된 동백나무 숲이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숲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 때론 궁금해진다.
서해 홍도는 몇 차례 찾은 일이 있는데, 그중 1982년 7월 말 찾은 홍도와 1992년 겨울의 홍도가 기억에 남는다.
1982년 여름, 필자는 다도해 해상공원 설계용역 책임자 자격으로 다도해를 답사하면서 홍도에 들렀는데, 다음과 같은 당시 기행 내용이 수첩에 남아 있다.
●홍도의 동백
1982년 7월 26일(월). 임술년 기망旣望(십육야十六夜: 음력으로 매달 열엿샛날)이 멀지 않은 때에 홍도의 아름다운 절벽을 찾아 떠났다. 먼저 목포의 유달산을 답사하고 이튿날 홍도로 갔다. 홍도1리 뒤산 낮은 곳에 있는 늘푸른넓은잎나무숲(상록활엽수림)에는 동백나무, 잣밤나무 등이 많았다.
7월 29일(목). 새벽에 장대 같은 비가 오고 있었다. 힘찬 빗줄기 속에 잠겨 있는 홍도가 볼만하다. 남해의 고도가 호우의 한복판에서 그 지질시대의 얼굴을 세척하면서 유구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순간 한순간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지만, 인간의 수유須臾(잠시暫時: 짧은 시간)로서는 항재불변恒在不變(늘 있으면서 변하지 않음) 같은 것을 느낀다. 애인생지수유哀人生之須臾하고 선홍도지항재羨紅島之恒在라 할까? 잠깐 동안의 인생이 홍도의 영원을 부러워한다. 동백 숲도 아직 죽죽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새벽잠을 깨지 못하고 있다.
1992년 겨울. 떨어져 있는 붉은 꽃을 볼 수 있었다. 진하게 빛나는 잎의 푸름을 고향으로 해서 피처럼 붉은 영광의 색깔을 방산시키며 생명의 환희에 취해 어쩔 줄 모르다가,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저세상의 나락으로 곤두박질해서 지금은 땅 위에서 썩게 되는 운명을 기다리며 훈장 같은 최후의 색깔이 변해가고 있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꽃이 열흘 동안 피는 것은 없다). 바로 그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었다.
●돌산도의 동백
9월 2일(목). 다시 다도해를 답사하기로 하고 서울을 떠났다. 3일 여수시에서 배를 타고 돌산도 남단 임포부락으로 갔다. 그곳에는 해발 323미터인 금오산이 있고, 섬 남단 절벽 부근에 향일암(일명 영구암)이란 암자가 있으며, 산으로 약간 오르는 곳에 흔들바위가 있다. 향일암은 서기 639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이 산에는 큰 굴피나무가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산딸나무도 많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박달나무로 부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산딸 열매를 모으고 있었다. 맛좋은 열매다.
임포부락이 바로 동백나무 마을이다. 춘백과 추백이 주이고 한겨울에 피는 동백은 적다고 한다. 이 마을의 동백은 심은 것이 아니고 자연생이라고 한다. 임포마을 앞에는 밤섬이 있는데, 이 섬에서 발달한 늘푸른넓은잎나무숲은 원시림에 가까운 것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게 보였다.
●거문도의 동백
9월 4일(토). 여수를 떠나 나로도(나라도), 손죽도, 초도를 지나 거문도로 갔다. 거문도는 동도, 서도, 안노루섬 등 몇 개의 섬으로 되어 있다. 거문리 마을 뒤에는 우거진 동백 숲이 있다. 철 이른 때라 간혹 붉은 꽃이 드문드문 선을 보이고 있었다. 거문도 서도에에는 1904년에 점등된 유명한 등대가 있다. 등대로 오르는 오솔길을 따라 많은 동백나무가 나타난다. 그곳 흰동백나무 Forma albipetala는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지고 각각의 가슴높이 지름은 20센티미터쯤 되었다. 12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다음 해 2월까지 계속 핀다고 했다.
흰동백의 자생은 보기 쉽지 않다. 거문도는 동백나무의 섬이라 해도 좋다. 더운 곳의 섬은 더운 꽃으로 장식되는 것이 격에 맞다.
●여수 오동도의 동백
여수의 오동도에는 동백나무가 많다. 전설에 따르면 아름다운 아낙네가 도둑에게 쫓겨 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 뒤 그녀의 무덤에서 동백나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백꽃의 아름다움은 그 여자의 미모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여자가 죽어서 꽃으로 되었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남자가 그렇게 되었다는 전설은 들어보지 못했다.
●목도의 동백
1985년 6월 2일(일). 경남 울주군 온산면 방도리 앞바다에 있는 목도目島를 찾아갔다. 섬 모양이 사람의 눈과 같다고 해서 눈섬으로 불린다. 또 동백나무가 많아서 동백섬으로도 부르고 있다. 이 섬에는 후박나무, 다정큼나무, 사철나무, 송악 등 늘푸른넓은잎나무숲이 발달해 있어 동해안 섬으로는 특이하여 천연기념물 제65호로 지정되어 있다.
동해안에는 섬다운 섬이 거의 없는데 유일하게 이 목도는 늘푸른나무숲으로 덮여 있다. 멀리는 울릉도가 있긴 하다. 목도는 육지에서 300미터 거리에 있고 많은 사람이 찾아 유원지 비슷하게 되었다. 엄격하게 보호되어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어야 하는데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다. 지금쯤은 바른 질서를 찾았을지 모른다. 목도를 춘도공원椿島公園, 동백나무공원으로도 부르고 있는데, 공원의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다. 목도 안에는 그때 술집이 많았다.
군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목도에는 414그루의 동백나무가 있다고 한다. 단, 줄기의 가슴높이 지름 3센티미터 이상의 것이 조사 대상이다. 사람들이 발로 밟아 많은 나무들이 고사하고 있었다. 섬 안에 사찰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고 들었다.
목도의 귀중한 동백나무는 잘 보호되어야 한다. 목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은 칡이 있는데, 뿌리목 줄기둘레가 127센티미터에 이르고 있다. 이 부분이 지난날에는 뿌리였을지도 모른다. 이 칡 옆에 나무높이 12미터, 줄기 가슴높이 지름 25센티미터의 큰 동백나무가 있다.
●지리산의 동백
지리산에는 단풍과 깨끗한 계류溪流/谿流(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를 자랑하는 피아골의 웅장한 신바가 있고, 그 안에 유명한 사찰 연곡사鷰谷寺가 있다. 이 절 옆에는 굵은 동백나무 4~5그루가 있는데, 몇백 년은 묵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편 지리산 천은사泉隱寺 주변에는 소나무, 느티나무, 서어나무, 졸참나무, 은행나무의 거목들이 있어 이곳이 예사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산홍이 방장선원方杖禪院 앞에 한 그루 서 있는데, 나이가 100년이 넘으며 높이는 3.5미터쯤 되어 보였다. 나지막한 돌담 위에 큰 동백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뿌리목 줄기 지름이 25센티미터쯤 되는 거목으로 앞에는 '산왕지위山王之位'라고 새긴 돌이 서 있다. 산신령이란 뜻이다. 소원 성취를 위해서 이 동백나무에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이 있어 이 나무에 영성靈性을 주고 있다.
동백나무는 사찰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화려했던 꽃이 아직은 때가 이른 듯한데 어느 순간 뚝 떨어져 그 무상無常이 불법의 분위기를 도와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생生의 영광과 나락奈落이 간일발間一髮의 사이에 있다는 것을 동백꽃에서 배울 수 있다.
○고전에 나타난 동백나무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洪萬選이 엮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는 동백을 산다화로 표현하면서 동백나무의 품종과 키우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동백과 춘백을 서로 품종으로 다루고 있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는 동백이 취급되지 않는 것이 좀 이상할 정도다.
순조 9년(1809)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 이씨가 부녀자를 위해 엮은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이르기를, "산다화는 동백꽃을 말하는데 이 나무는 성미가 조燥하니(습기 없이 마름) 차고 덥기를 알맞게 하고 화기火氣를 가까이 말며 잎과 가지에 다른 것을 대지 말고, 가지 세 치를 꺾어 분에 심고 낮에는 햇볕을 가리고 밤에는 이슬을 맞게 하면 반달 만에 뿌리가 내리게 된다"고 했다.
또한 중국 명나라 왕상진王象晋이 지은 ≪군방보群芳譜≫에는 '산다山茶'라고 해서 동백나무의 품종과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임업시험장 시보 제5호(1926년)에서는 "산다山茶는 동백나무인데 가지가 많고 자람은 느리다. 목재는 기구재, 기계재, 농구재, 악기재, 빗, 신탄재 등으로 쓰이고, 씨에서 기름을 얻는데 이것이 동백기름이다. 제주도, 울릉도, 옥구군의 어청도에 분포하는데, 특히 흑산도에 가장 많다. 바닷바람을 잘 막으므로 해안 식재에 앍맞은 수종이다"라고 하였다.
중국 명나라 때인 1607년 왕기王圻가 지은 ≪삼재도회三才圖會≫를 보면 역시 동백나무를 '산다山茶'라 하고 품종명을 들며 꽃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모란, 목련, 해당화, 진달래, 자귀나무, 치자, 능소화, 장미 등과 함께 화류花類(꽃을 보려고 심는 나무)로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1712년 일본에서 간행된 백과사전 ≪왜한삼재도회倭漢三才圖會≫의 내용이 재미있어 소개한다.
이 책은 중국의 ≪삼재도회≫를 일본에서 수정·보완하여 간행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 사천四川에 나는 당해석류唐海石榴를 칭찬하면서 별항으로 동백나무를 설명하고 있다.
"동백나무류, 즉 해석류海石榴는 참죽나무(춘椿)와는 다른 것이나, 일본 사람들은 동백나무에 춘椿자를 쓰고 있다. 해석류는 동백나무과를 뜻하는 것이고, 그 안에 한 종인 산다화가 있다. 열매로 기름을 짜는데, 이것을 목실유木實油라 한다.
칼에 칠하면 녹이 슬지 않고, 이것으로 칠기를 닦으면 윤이 난다. 머리에 칠해도 윤이 나는데, 머리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들깨기름과 섞어서 머릿기름으로 하면 좋다. 겹꽃동백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꽃은 아름다우나 시들 때에는 보기에 흉하다. 홑겹의 붉은 동백꽃을 산춘山椿이라 하는데, 이것이 동백나무의 본원本源(사물의 주장이 되는 근원)이다.
겨울 일찍 피는 것은 조개早開라 해서 숭상한다. 동백나무 곧은 줄기를 끊어 불로 구우면 껍질이 잘 벗겨지고 표면이 맨들맨들해지는데, 승려들은 이것을 지팡이로 사용한다. 승려의 지팡이 주장자柱杖子는 좌선이나 설법할 때 지니는 것이다."
※출처
1. 임경빈 저, 이경준·박상진 편,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 1,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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