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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모란도 본문
"활짝 핀 모란처럼 인생을 풍요롭게"

꽃의 아름다움은 무한리필이다.
얼마 전 조카 결혼식에 갔다.
흰 드레스에 꽃을 든 신부는 눈이 부셨다.
꽃은 스스로도 빛나지만 누군가의 품에 있을 때 더 빛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꽃은 낯을 가리거나 거리를 두지 않는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에 사람보다 먼저 달려가 인사를 한다.
축하하는 날은 웃는 얼굴로 추임새를 더하고, 슬픈 날에는 숙연한 얼굴로 조의를 표한다.
입학식과 졸업식에도 밝은 표정으로 당사자를 에스코트 escort(호위)한다.
또 집 안에서는 실내를 밝히며 분위기를 환하게 연출한다.
꽃을 가까이 하고픈 마음이 수많은 꽃 그림을 낳았다.
선비들이 즐겨 그린 매화나 국화에서부터 이름 없는 화가가 그린 민화民畵 속의 꽃 그림에 이르기까지, 꽃은 미술사를 거대한 꽃밭으로 가꾸었다.
그중에서 조선시대의 <모란도牡丹圖> 병풍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이 8폭 병풍 속의 모란은 위풍당당한 기세로 안방이나 서재에서 보는 이에게 무한한 기쁨을 선사했다.
정원을 장식하는 꽃으로 사대부들이 선호한 것이 모란이었다.
모란은 '꽃들의 꽃'이자 '꽃 중의 왕'으로, 크기에서나 붉은 빛깔에서 강렬한 기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또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는 꽃으로, 일찍이 고려의 무덤 벽화에서부터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다.
현생現生의 부귀영화를 내생來生에도 누리고 싶은 망자亡者의 소원이 벽화 속에 모란 그림으로 남겨진 것이다.
꽃은 그림의 소재로 각광을 받았는가 하면, 대중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꽃 그림은 공간을 장식하거나 분위기를 세련되게 연출하는데 적격이다.
그림 감상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전용이었지만 조선 후기가 되면 중산층과 신흥 세력층이 그림을 수장하는 애호가로 등장한다.
이에 서민이 합세하여 고가의 그림 값은 허물어지고, 그림을 비교적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
수요층의 격에 맞는 여러 종류의 그림을 무명의 화가들이 공급했다.
이들이 제작한 그림은 '민중의 그림' 즉 민화로 발전하였다.
민화는 조선 후기를 장식하는 대중적 그림으로 폭넓게 사랑을 받았다.
민화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일본의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류 종열 柳 宗悅)(1889~1961)에 의해서였다.
그는 "조선 민화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음이 없으므로 무엇 앞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민화에는 놀랍고 불가사의한 화경畵境이 있다"고 했다.
민화는 그림의 격식을 무너뜨린, 창의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우리 민족의 자랑거리다.
장식용과 감상용으로 분류되어 서민에게 싸게 보급되었다.
벽사辟邪(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와 기복祈福(복을 빎), 도덕 윤리 등 다양한 뜻을 담은 작품이 성행하여 민중의 미감美感을 키워준 효자이기도 했다.
그린 이를 알 수 없는 <모란도>는 8폭 병풍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유치찬란한 폼이 친근감마저 감돈다.
마치 시골 다방에서 한물간 마담이 짙은 화장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 멋을 부린 여인이 밉지만은 않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연회를 마치고 돌아간 뒤 꽃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때다 싶어 꽃들이 활짝 웃으며 최대한 '얼짱 각도'로 포즈 pose를 취했다.
늘 기념식의 배경이기만 했던 그들이 지금은 주인공이 되었다.
앞에서는 표정 없는 괴석이 모란을 감싸 안고, 꽃들은 표정 관리에 익숙한 듯 마음껏 자신을 뽐낸다.
붉은 꽃과 흰 꽃, 희고 붉은 색이 겹친 꽃, 몽우리가 맺힌 꽃과 적당히 핀 꽃, 활짝 핀 꽃, 시드는 꽃 등 모란은 인생의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 순간'임을 역설하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민화가 미술사의 연구대상이 된 것은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다.
여기에는 그림에 작가의 이름이 없고, 대량생산되어 집 곳곳에 걸렸거나 벽지로 사용하는 등 귀하게 여기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역사의 시련이 한몫했다.
민화는 소중한 우리 겨레의 그림이다.
조상이 물려준 값진 문화유산을 탐스럽게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할 일이다.
3월은 입학 시즌 season이다.
개강 첫 수업시간에 신입생과 마주했다.
필자는 그들의 싱그러운 기운이 좋아서 한마디 했다.
"이 시간이 자신만의 인생을 찾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지름길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돌아가는 것도 민화의 <모란도>처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길임을 잊지 마세요."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니 꽃밭에서 꽃들이 환한 표정으로 필자를 반긴다.
※출처
1. 김남희 지음, '옛 그림에 기대다', 2019. 계명대학교 출판부
2. 구글 관련 자료
2025. 4. 1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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