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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작가 미상 "제자도" 본문
"오월보다 아름다운 형제자매 사이의 우애"
꽃향기 가득한 오월이다.
산딸기 꽃이 숲에서 하얗게 웃고 있다.
아카시아(아까시나무) Acasia 꽃향기가 바람결에 날린다.
햇살 사이로, 우거진 초록이 더욱 싱그럽다.
바람에 취해서 동생과 등산에 나섰다.
산 입구 커피숍에서 커피를 나눠 마셨다.
충일감이 온몸에 퍼진다.
넷째 동생은 6형제자매 가운데서 필자와 가장 가깝다.
자매가 많은 우리 집에는 은연중隱然中(남이 모르는 가운데) 서열과 역할이 정해져 있다.
큰 언니처럼 동생들을 보살피는 부모 같은 존재도 있고, 중재자 역할을 하거나 예쁨을 독차지하는 존재도 있다.
때론 옥신각신할 때도 있지만 금방 풀어지는 것이 형제자매다.
성장기에는 서로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결혼하고 난 뒤에는 가정을 꾸리느라 여유가 없었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같은 아파트 단지에 모여 살기도 한다.
동생들을 생각하면, 형제자매 사이의 우애友愛(형제자매 간 또는 친구 간의 사랑이나 정분)만큼 큰 복은 없다.
그래서 오월이 되면 <제자도悌字圖>를 유심히 보곤 한다.
<제자도>는 우애를 뜻하는 문자에 상징성 강한 이미지(심상心象/心像)들을 품고 있다.
할미새가 하늘을 보고 있는가 하면, 두 마리의 어린 새는 서로 마주보고 있다.
활짝 핀 연꽃이 소담스럽다.
우애가 넘치는 그림이다.
자매 가운데 둘째인 필자는 화실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는 쪽이다.
내 일에 취해서 동생들을 살갑게 보살피지 못한다.
그런 내게 넷째 동생은 그림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필자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그 동생에게는 몸이 불편한 남편이 있다.
남편을 간호한 지 십여 년이 되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헌신한다.
그런 동생이 안쓰럽고 사랑스럽다.
천사의 마음씨를 가진 동생은 내 마음의 스승이다.
필자가 <제자도>를 으뜸으로 꼽는 이유는 바로 동생 때문이다.
인간의 도리를 형상화한 그림이 '문자도文字圖'다.
스토리 story(줄거리)가 있고, 장식적이어서 집에 걸어두고 교훈으로 삼았다.
문자도 가운데는 부모에게 하는 효도와 형제간에 우애를 내세운 <효제도孝悌圖>가 있다.
<효제도孝悌圖>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의 8자로 꾸민 8폭 병풍이다.
여덟 가지 문자는 효도, 형제와 이웃 간의 우애, 충성, 믿음, 예절, 의리, 청렴, 부끄러움의 뜻을 지니고 있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효제충신예'를 논하였고,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관중管仲은 ≪관자管子≫에서 '예의염치'를 언급하였다.
여덟 자의 문자는 유학사상의 핵심이다.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세운 조선시대에는 여덟 문자의 의미를 강조하여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와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를 책으로 만들었다.
이들 책은 백성을 교화하는데 사용하였다.
글과 그림으로 편집된 책은 일반 백성에게는 지침서가 되었고, 18~19세기에는 대중화되어 민화民畵로 나타났다.
민화의 일종인 '문자도'는 문자의 뜻을 쉽게 풀이한 그림이다.
'문자도'는 설화說話(전승되어 오는 신화, 전설, 민담 따위)나 고사古事(옛일)를 의인화하거나 상징성을 부여하여 그림이 화려하다.
물고기, 게, 새우, 제비, 연꽃, 잉어, 죽순, 봉황 등 고사에 등장하는 상징물에다가 장식적인 문양으로 화사하게 디자인하였다.
상징성과 장식성이 가미된 '문자도'는 생활미술로 확대되었다.
병풍이나 벽 그림으로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interior(실내장식) 역할도 했고, 베갯모나 가리개에 수를 놓아 장식적인 역할도 했다.
민화는 서민들의 감성과 미적 감각을 충족시켜주는 회화로 각광받았다.
<제자도>의 '제悌/弟' 자는 ≪시경詩經≫의 '척령재원형제급난脊令在原兄弟急難'에서 비롯되었으며, '척령'은 할미새라는 뜻이다.
≪시경≫의 <소아小雅> '상체常棣' 편에 우애에 관한 다음 글이 있다.
"환하게 빛 넘치는 산앵두꽃 피었네
세상사람 가운데 형제 같음 또 없네
들의 할미새 형제 어려움 급히 구하네
아무리 좋은 벗 있어도 그럴 땐 탄식만 하리
집마다 화목하여서 처자들 즐거우려면
형제의 도리 생각해보게
그게 앞선다는 것을 알게 되리"
<제자도>는 형제의 우애와 정을 할미새나 집비둘기 한 쌍으로 표현한다.
화면 아래쪽에 야트막한 언덕이 있고, 그 위로 색채가 화려한 '제悌'자가 둥실 떠 있다.
1획에는 어미 할미새가 붉은 꽃을 입에 물고 있으며, 할미새 몸 한가운데엔 붉은 꽃이 피어 있다.
청색 바탕에 주황색 선으로 표현된 문양이 강렬하다.
2획과 3획은 새끼 할미새가 먹이를 나누어 먹으려고 입을 맞대고 있는 장면이다.
4획과 5획에는 연잎과 만발한 붉은 연꽃이 7획 안의 화병에 꽂혀 있다.
색채가 화려한 진채眞彩(진하고 강하게 쓰는 채색)를 사용한 민화는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뜻밖의 상상력과 경계를 뛰어넘은 구도는 화가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해학은 물론 예술적인 조형성과 감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우애는 힘이 세다.
다급한 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사람이 형제자매다.
오늘도 동생과 함께 산에 오른다.
맑은 자연이 있어 온몸에 생기가 돌듯 동생이 있어 행복하다.
푸른 오월보다 동생이 더 아름답다.
※출처
1. 김남희 지음, '옛 그림에 기대다', 2019. 계명대학교 출판부
2. 구글 관련 자료
2025. 5. 27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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