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타고난 면역, 선천면역 1: 알고 보면 병원체도 힘들다 본문
선천면역 innate immunity(자연면역 natural immunity)은 과거에 질병에 걸린 횟수와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면역으로 크게 피부와 점막, 정상균무리, 선천면역세포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병원체가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인체 장기는 바로 피부 skin다.
피부는 인체가 외부와 접촉하는 가장 넓은 기관으로 우리는 피부를 통해 인체 내부를 보호하고, 감각을 느끼며, 체온을 조절하고, 비타민 D 같은 영양소를 합성한다.

또한 피부는 가장 중요한 면역 방어막이기도 하다.
피부 맨 바깥층을 상피上皮 epithelium라고 하며, 납작한 상피세포들이 벽돌처럼 촘촘하게 쌓여 아주 단단한 장벽을 이루고 있다.
상피 장벽은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되면서 피부에 상주하는 몇십억 마리의 세균細菌 bacteria들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우리를 지켜준다.
상피 장벽에 상처만 없다면 세균이 피부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거의 완벽하게 막을 수 있고, 피부 밖에 세균이 묻어 있더라도 간단한 세척으로 제거할 수 있다.
그래서 감염을 막는 데는 손 씻기와 피부 세척이 중요하며 씻은 뒤에는 피부 보호막이 건조해져 쉽게 손상되지 않도록 보습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코와 목에 있는 호흡기 상피 점막 epithelial mucosa 또한 우리 몸을 외부 병원체 pathogen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보호한다.
우리가 한 번 숨쉴 때마다 수많은 세균이 들어온다.
하지만 세균으로 의심되는 이물질이 점막에 닿으면 콧물 nasal discharge(또는 rhinorrhea)과 재채기 sneeze가 일어나 그들을 밖으로 내쫓는다.
호흡기 통로에서는 끈적끈적한 점막粘膜 mucosa을 분비해 침입한 세균이 더 깊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붙잡아둘 뿐 아니라, 운반띠(컨베이어 벨트 conveyor belt)처럼 인체 바깥쪽으로 이동하면서 붙잡아둔 세균들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상피 장벽 외에도 우리 몸에는 다양한 보호 수단이 있다.
눈을 통해 들어가는 병원체는 눈물에 씻겨 흘러나올 뿐 아니라 눈물 속에 들어 있는 특별한 화학 성분들에 의해 제압된다.
화학 성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페니실린 penicillin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민 Alexander Fleming이 찾아낸 용균효소(라이소자임 lysozyme)이다.
용균효소는 눈물뿐 아니라 콧물, 침, 여성의 자궁 경관에도 있으며, 세균의 세포벽을 분해해 세균을 죽인다.
눈물이나 침에 들어 있는 또 하나의 보호 성분인 락토페린 lactoferrin은 세균의 먹이인 철분을 빼앗아 영양 결핍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귓구멍으로 들어가는 세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균물질을 가지고 있는 귀지 earwax 또는 cerumen가 세균, 먼지, 세포 찌꺼기 따위를 붙잡아 그것들을 계속해서 귓구멍 밖으로 밀어내 귀를 보호한다.
귀지를 함부로 파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귀지를 자꾸 파다 보면 오히려 귀지가 더 깊숙이 박혀 저절로 나오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면봉에 의해 귓구멍이 오염돼 곰팡이 mold가 자라기도 한다.
비뇨기과 영역으로 침범하는 병원체는 소변 따위에 의해 몸 밖으로 쫓겨나고, 운 좋게 입 속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한 세균은 위에 있는 강한 산에 의해 녹아버린다.
이밖에도 인체 점막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물질들이 천연 항생제로 작용하면서 세균들을 제거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세균이 우리를 외부 병원체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주기도 한다.
'정상균무리 normal flora'라 불리는 특정 세균 무리는 인체가 외부와 만나는 거의 모든 부위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정상균무리는 우리가 태어날 때 엄마 밖으로 나오면서 물려받은 것들을 기반으로, 살아가면서 얻은 것들이 합쳐진 것이다.
정상균무리의 전체 숫자는 인간의 전체 세포 수보다 더 많을 정도이며, 그들이 가진 유전정보의 총합을 미생물체微生物體(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라고 하며, 이것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특히 정상균무리의 대부분이 위장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런 장내미생물은 우리가 직접 소화시키지 못하는 음식물을 분해함으로써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인체에 필수적인 다양한 대사산물을 만들어준다.
또한 정상균무리는 면역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우리 몸에 먼저 들어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몸에 들어오는 해로운 세균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생애 초기에 면역기관들과 협력해 면역세포를 교육시켜 좋은 균과 나쁜 균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따라서 정상균무리에 문제가 생기면 감염병에 취약해질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면역과민반응이 생길 수도 있다.

세균은 비록 단세포 생물이긴 하지만 스스로 대사를 통하여 일상 생활 및 증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이러스 virus는 캡시드 capsid라고 하는 바깥 껍질 안에 자신의 핵산 즉 유전정보만 달랑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생명체의 세포 안에서 기생해야 살아갈 수 있다.
이런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데에도 선천면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감염되면 감염된 세포에서 '인터페론 interferon'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인터페론은 주변 세포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경고 신호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인터페론은 선천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 natural killer cell의 능력을 강화해 이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좀 더 수월하게 파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설명한 선천면역 방어를 통해 수많은 병원체들이 면역세포를 만나보지도 못하고 죽거나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일부 세균은 이렇게 힘든 과정을 모두 극복하고 인체 안으로 들어와 기어이 선천면역세포들과 마주하게 된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반니, 2023)
2. 구글 관련 자료
2026. 7. 20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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