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경복궁의 우리 나무 3 - 매자나무 본문

매자나무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녹음이 차츰 짙어가는 5월 중순 무렵의 깊은 산속 계곡에서, 자그마한 주걱 모양의 연초록 잎 사이로 샛노란 꽃이 송골송골 매달릴 때 비로소 우리들의 눈길을 끌게 된다.
드물게 만나는 만큼 더욱 귀하게 보인다.
노랑과 초록의 조화가 기막히게 잘 어울리는 매자나무는 가을이 깊어지면 꽃이 달린 바로 그 자리마다 팥알만한 붉은 열매를 포도송이처럼 줄줄이 매다는데, 이것이 바로 이 나무의 매력이다.
매자나무는 다 자라도 사람 키 남짓한 아담한 몸집이다.
잎갈(잎떨어지는) 넓은잎 작은키나무이고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포기를 이루어 자란다.
손가락 길이에 주걱 모양의 잎은 약간 도톰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어 귀엽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지만 짧은 가지에는 대여섯 장씩 모여 달린다.
붉은빛 단풍도 매자나무의 또 다른 매력이다.
첫인상은 깔끔하고 정제되어 있는 느낌이라 얌전하고 다소곳한 양반가의 규수가 연상된다.
그러나 함부로 꺾으려다가는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은장도가 튀어나오듯 의외의 반격을 당할 수 있다.
삼발이처럼 생긴 짧고 날카로운 가시를 잎 사이사이에 보일 듯 말 듯 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매자나무의 옛 이름은 '작은 황벽나무'란 뜻의 소벽小蘗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희柳僖(1773~1837)가 쓴 ≪물명고物名攷≫에는 "겉껍질을 벗기면 얇은 황색 껍질이 있고 쓴맛이 나며 황벽나무와 비슷하나 크기가 작다"고 하였다.
잎의 모양이나 나무의 생김새가 전혀 딴판인 이 나무가 왜 엉뚱하게 황벽나무와 비교 대상이 되었을까?
매자나무의 노란 속껍질에는 황벽나무의 속껍질과 마찬가지로 베르베린 berberine이란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은 노란빛을 띠며 줄기와 가지, 뿌리에도 다 들어 있으며 특히 뿌리에 많다고 한다.
옛날에는 매자나무의 뿌리를 노란 물을 들이는데 썼기 때문에 황염목黃染木이라고도 부른다.
중국 명나라의 이시진李時珍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1596)에는 "매자나무 줄기나 가지를 베어 가시를 다듬어 적당한 길이로 잘라 햇볕에 말린 다음 약재로 쓰는데, 열을 내리고 습한 것을 없애며 뜨거운 기운을 내리게 하고 해독한다"고 했다.
민간요법에서는 눈병에 걸렸을 때 매자나무 줄기나 가시를 삶은 물로 눈을 씻으면 좋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매자나무 잎이나 삶은 물을 안약으로 이용하며 나무 이름도 아예 '눈 나무'란 뜻으로 메기メギ(목목目木)라고 했다.

좁은 한반도를 고향으로 하는 나무는 흔치 않지만 매자나무의 학명 Berberis koreana에 코레아나 koreana란 단어가 들어 있고, 영어 이름도 Korean barberry이기 때문에 토종 우리 나무임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노란 꽃과 붉은 열매에다 자그마한 키, 가시까지 갖추고 있으니 넓은 정원의 가장자리에 생울타리나무로도 심어볼 만하다.
열매를 먹으러 찾아오는 산새를 만날 수 있는 특전은 덤이다.
그러나 주변에 보리밭이나 밀밭이 있다면 심지 않는 것이 좋다.
보리, 밀, 옥수수 따위의 벼과 식물에 녹병綠病을 일으키는 중간기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나라에서는 매자나무를 아예 심지 못하게 하고 있다.
○매자나무 종류 구분하기

매자나무 종류는 세계적으로 200여 종에 이르며 정원수로 널리 심는다.
우리나라에는 매자나무와 매발톱나무 및 당매자나무, 일본에서 들어온 일본매자나무까지 4종이 자란다.
매자나무는 줄기의 가시가 1센티미터 이하로 짧으며 잎에는 둔한 톱니가 있고 어린 가지는 갈색을 띤다.
매발톱나무는 이름 그대로 매의 발톱을 연상시킬 만큼 1~3센티미터의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3개씩 붙어 있다.
잎 가장자리의 톱니가 뾰족하며 어린 가지는 회색에 가깝다.
당매자나무는 가시가 0.5센티미터 정도로 짧고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으며 꽃은 8~15개씩 피어 밑으로 처지는 원뿔 모양 꽃차례를 만든다.
일본매자나무는 당매자나무와 비슷하나 가시가 약간 더 길고 꽃은 2~5개씩 모여 달린다.
정원수로 개발된 많은 품종이 있고 잎이 짙은 보라색인 것을 자주일본매자나무라 한다.
※출처
1. 박상진 지음, 궁궐의 우리 나무, 개정2판 2쇄 발행((주)눌와, 2017).
2. 구글 관련 자료
2026. 8. 6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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