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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호생관 최북 "공산무인도" 본문
사람 손은 쓸 데 없다
비 오면 꽃 피고 바람 불면 꽃 진다.
피고 짐이 비바람에 달렸다.
물은 누굴 위해 흐르는가.
낙화落花와 유수流水에 교감이 있을 턱 없지만 시인은 기여코 사연을 만든다.
떨어지는 꽃은 뜻이 있어 흐르는 물에 안기건만
흐르는 물은 무정타, 그 꽃잎 흘러보내네
조선후기를 소란스레 살다간 미치광이 화가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1712~1786?)의 적막한 그림 한 점이 있다.
이름 붙이기를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다.
아무도 없는 텅빈 모정茅亭과 꽃망울 맺힌 키 큰 나무 두 그루, 그리고 수풀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과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등성이가 그림의 전부다.
붓질은 거칠고 서툴다. 꾸밈이 없이 적막하다.
눈길을 붙잡는 것은 화면 속에 휘갈긴 한 토막의 시다.
빈 산에 사람 없어도 공산무인空山無人
물 흐르고 꽃 피네 수류화개水流花開
소동파의 글을 옮겨온 최북의 속은 깊다.
산속에 사람 흔적 눈 씻고 봐도 없다.
그래도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단다.
물과 꽃은 저들끼리 말 맞추지 않는다.
인간사에 두담두지(애착을 가지고 돌보다) 않은 채 흐르고 핀다.
꽃 피고 물 흐르는 풍경은 유정하거나 무정하지 않다.
시 짓고 그림 그리는 이 저 혼자 겨워할 따름이다.
스스로 그러해서 '자연自然'이다.
저 빈산, 무엇이 아쉬워 사람 손길을 기다리겠는가.
※이 글은 손철주 지음, 옛 그림 보면 옛 생각난다(2011, 현암사)에 실린 글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최북의 <공산무인도>에 대한 글은 2011. 3. 31에 고연희가 지은 '그림, 문학에 취하다(2011, 아트북스)'의 글을 이 블로그에 올린 바 있다.
두 글을 비교해서 읽으면 사람마다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여러가지임을 알 수 있다.
2012. 2. 18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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