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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남리 김두량 "긁는 개" 해설 본문

글과 그림

오주석의 남리 김두량 "긁는 개" 해설

새샘 2019. 6. 24. 22:44

개가 가려워 죽겠다는 듯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보는 이의 몸도 절로 근지러워진다!

           <김두량, 긁는개(흑구도黑狗圖), 종이에 수묵, 23×26.3㎝, 국립중앙박물관>

 

이 그림은 겨우 손바닥 두 쪽을 합한 것만 한 작은 그림이다. 이렇게 작은 종이 위에 개를 그렸는데, 자세히 보면 실낱같은 선으로 수백 번에 걸쳐 붓질을 거듭해 정밀하게 그렸다. 그러면서도 당시 중국에서 처음 배워 온 서양화법의 음영까지 응용하고 있다.

 

개가 몸이 가렵고 근질거려서 앞발을 번쩍 쳐들고 이제 막 긁기 직전인 자세를 포착해 그렸는데, 저 얼굴을 좀 보라! 얄궂은 입가의 선하며 눈의 갑갑하다는 듯한 표정이 정말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저 개의 가려워 죽겠다는 듯한 느낌이 정말 보는 이에게 그대로 전해져 몸이 근지러워진다.

 

이런 그림이 썩 잘 그린 작품이다! 화가가 의도한 내용이 감상하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그 사람 몸에까지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람도 동물의 하나이기 때문에 동물을 이렇게 잘 그리는 실력을 가졌던 화가들이 대개 초상화의 명수였다. 이 개 그림의 화가 김두량도 영조 임금의 초상화를 그렸던 당대 최고의 화가였다.

 

※이 글은 오주석 지음,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2017, 푸른역사)에 실린 글을 발췌하여 옮긴 것이다.

 

김두량金斗樑(1696~1763): 호는 남리南里. 조선 후기 화원 화가로서 도화서 별제를 지냈다. 산수·인물·풍속에 능했고, 신장神將 그림에도 뛰어났다. 전통적인 북종화법을 따르면서도 남종화법과 서양화법을 수용했다. 대표작은 <월야산수도月野山水圖>, <삽살개> 등.

 

2019. 6. 24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