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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영혼들

새샘 2019. 10. 11. 07:20

동류 인간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데 혈안이 된 인간들이 간혹 있다.

증오심에 불타는 그런 인간 유형의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진 시황제―사진출처 위키백과>

중국의 진 시황 秦 始皇(서기전 259~서기전 210)은 생각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단순히 성문법에 의존하지 않고, 백성들이 도둑질을 하고 싶어도 손이 말을 듣지 않게 만들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그가 사용한 무기는 다름 아닌 공포였다. 그는 잔인한 형벌을 만들고 고문 기관을 세웠다. 아이들이 부모를 감시해 황제에 불온한 생각을 품는 즉시 고발하게 만드는 형사 체계를 수립했다. 또한 분서갱유로 5백 명에서 6백 명의 학자를 참사하기도 했다. 그의 치하에서 3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헤롯―사진출처 위키백과>

로마인들에 의해 왕위에 오른 유대 왕 헤롯(헤로데) Herod(서기전 73~서기전 4)은 이스라엘 부족들의 정치권력을 박탈하고 랍비들을 파면했으며 자신의 아내와 자식 여럿을 처형했다.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헤롯은 유대 소년 수만 명을 학살해 공포 정치의 극단을 보여 주었다. 로마인들의 편에 선 그는 강탈과 음모, 도적질로 유대 백성을 탄압했다. 그는 자신이 죽으면 나라의 주요 인물들을 모두 처단해 자신의 죽음을 위대한 사건으로 만들라고 명령했다.


<칼리굴라―사진출처 위키백과>

로마 황제 칼리굴라 Caligula(12~41)는 집권 초기에는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는 성군으로 백성들의 추앙을 받았다. 하지만 혼수상태에 빠질 만큼 고열에 시달리다 깨어난 후 완전히 딴사람이 되었고, 자애롭던 그의 얼굴을 어둡게 일그러졌다. 그는 상식에 어긋나는 법을 공표하고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무조건 처단했다. 자신의 정적은 물론이고 아무나 기분에 따라 붙잡아 고문을 가하고 죽였다. 일부러 고통이 오래 계속되는 고문 방법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좋아한 고문 방식은 사타구니부터 가슴까지 척추를 따라 포를 뜨듯 살을 벗기는 것이었다. 그는 누이들과 근친상간을 벌이기도 했다. 귀족의 결혼식에 참석해 신부와의 첫날밤을 요구하고, 거절하는 신랑의 고환을 잘라 신부가 보는 앞에서 직접 먹는가 하면 신부에게 먹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그가 남긴 말들 중 다음 몇 가지는 아주 유명하다. <신들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그들처럼 잔인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인간이 똑똑해질 수 있는 방법은 증오뿐이다.> <하루라도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고독감이 밀려 온다.> 그는 결국 휘하 병사들의 칼에 찔려 죽었다. 부하들은 황제의 죽음을 불가역적으로 만들기 위해 시신을 먹어 치웠다.


<네로―사진출처 위키백과>

잔인한 폭군이었던 로마 황제 네로 Nero(37~68)는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고 그들의 처형식을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는 로마 시가지에 불을 지르게 한 뒤 불타는 집들을 보면서 시를 읊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와 고모, 이복 여동생, 두 명의 아내, 처남을 비롯한 가족을 살해하고 수천 명을 처단했다. 수시로 강간을 행하고 잔혹하게 사람을 죽였던 그가 즐겨 사용한 살해 방법으로는 독살과 참수, 십자가형, 몸에 말뚝 박기 등이 있다.


<아틸라―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opsspt&logNo=20112249318&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신의 재앙>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훈족 왕 아틸라 Attila(406~453)는 로마 제국을 멸망시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는 포로들의 사지를 찢는 등 잔인한 고문을 가하고 아들 둘을 잡아먹는 식인 행위를 했으며, 죽인 사람들의 피를 마시기도 했다. 그는 서로마 제국 여성과 결혼하려 했다가 외교적 문제로 실패하자 1만 1천 명을 잔인한 방식으로 죽여 보복했다. 침략하는 도시들을 불태워 초토화시키기로 유명했던 그가 왕좌에 머무르는 동안 수십 만 명이 죽임을 당했다.


<측천무후―사진출처 위키백과>

중국 무주武周 황제 측천무후 則天武后(624~705)는 10대 소녀 때 당 태종의 후궁이 되어 입궐했다. 절세미인이었던 그녀는 금방 황제의 총애를 얻었다. 그녀는 아버지 태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고종을 유혹해 아이를 낳은 뒤 목 졸라 죽이고 황후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황후가 폐위되자 후궁이었던 그녀가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그녀는 정사에 개입해 전쟁을 일으키고 고종을 시켜 한반도의 세 나라(신라, 백제, 고구려)에 정벌군을 파견하게 했다. 서쪽에서는 티베트, 남쪽에서는 터키를 상대로 전쟁을 지휘하는 동안 측천무후는 중국 고위관리의 절반을 참수하고 그들의 자식을 노예로 만들었다. 그녀는 남편인 고종을 독살하고 스스로 최초의 여황제가 된 뒤 당나라 황족을 모두 제하고 국호를 주周로 바꾸었다. 50년에 이르는 철권통치 기간 동안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회를 열고 고문을 자행하고 공개 처형을 실시했다. 그녀가 가장 즐겼던 고문은 코와 귀, 다리, 발 등을 절단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궁정뿐만 아니라 주나라가 정복한 동쪽과 서쪽의 접경국가들에서도 공포 정치를 행했다.


<칭기즈 칸―사진출처 위키백과>

몽골 제국칭키즈 칸 Genghis Khan(1162~1227)은 금나라를 복속시키고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여러 왕조들을 침략해 몽골 제국을 세웠다. 그는 패전한 적장들을 가마솥에 넣어 삶는가 하면 자신에게 예우를 갖추지 않는다며 사람들을 잡아 와 귀와 눈에 뜨거운 쇳물을 붓는 등 끔찍하고 잔혹한 고문을 행했다. 그는 전투 때마다 수십만 명을 인간 방패로 최전선에 세워 적진에 화살이 동나게 만들었다. 그는 휘하의 전사들이 말의 핏줄을 잘라 피를 마셔 원기를 돋우게 했다. 그의 치하에서 2천만~3천만 명이 사망했고, 이란 고원과 중부 유럽 평원에 살던 인구의 4분의 3이 줄어들었다.

<존 왕― 사진출처 http://www.englishmonarchs.co.uk/plantagenet_3.htm>

로빈 후드 전설의 발단이 된 잉글랜드존 왕 John, King(1166~1216)은 난폭하고 잔인하며 음탕한 통치자로 유명했다. 그는 대신들의 아내를 강제로 취해 12명의 혼외 자식을 낳은 뒤 여자들을 추방하거나 살해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들, 아내, 그리고 자신과 뜻을 같이했던 귀족들을 차례로 배신했고, 종국에는 조국 전체를 배신했다. 그는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조건 감옥에 가둬 굶겨 죽였다. 그가 많은 세금을 징수해 방탕하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백성들은 곤궁에 내몰렸다. 그는 이질에 걸려 사망했다.


<티무르―사진출처 WIKIPEDIA>

튀르크몽골의 전사 티무르 Timur (1336~1405) 은 중앙아시아의 도시들을 무참히 파괴하고 대량 학살을 자행해 티무르 제국을 세웠다. 정복 과정에서 그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의 숫자만 해도 1천5백만 명에서 2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사람을 서서히 질식시켜 죽이거나 창이 빽빽이 꽂혀 있는 벼랑 아래로 강제로 뛰어내리게 만드는 등 잔인한 고문을 행했다. 바그다드에 진격해 민간인 9만 명을 본보기 삼아 참수했고, 티크리트에서 7만 명, 이스파한에서 7만 명, 알레포에서 2만 명을 똑같은 방식으로 죽였다. 그는 해골을 벽돌처럼 쌓아 올린 탑을 세워 공포를 조성하기도 했다.


<폴 포트―사진출처 위키백과>

크메르 루주 지도자 캄보디아 공산주의 독재자였던 폴 포트 Pol Pot(1925~1998)의 치하에서는 캄보디아 인구의 20퍼센트에 달하는 170만 명이 죽임을 당했다. 폴 포트는 농민들을 사주해 도시인들을 죽이고 문맹들을 부추겨 지식인들을 살해하게 했다. 그는 고문의 목적이 자백을 받아 내는 것뿐 아니라 고문 대상으로 하여금 스스로 처형을 요구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믿었다. 그는 반공주의자로 간주되는 사람들은 무조건 제거했다. 폴 포트는 자신이 죽고 나면 흔적도 없이 시신을 처리하고,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행정 문서는 전부 폐기한 뒤 자신을 알았던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라고 명령했다. 자신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만인에게 잊히길 바랐던 것이다.


이 글은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죽음 2(열린책들, 2019)에서 발췌하여 옮긴 것이다.


2019. 10. 11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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