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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다루는 기술

새샘 2020. 8. 14. 08:43

<사진 출처-https://news.mt.co.kr/mtview.php?no=2015090318154223041>

 

사람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시각적인 언어를 표현의 준거로 삼아 말하는 사람이고,

둘째는 주로 청각적인 언어를 빌려서 말하는 사람이며,

셋째는 육감적인 언어를 많이 구사하는 사람이다.

 

시각파들은 <이것 봐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보여 주고 관찰하여 색깔을 통해 묘사한다.

또, 설명을 할 때는 <명백하다>, <불분명하다>, <투명하다>라는 식으로 말하고,

<장밋빛 인생>이라든가 <불을 보듯 뻔하다>, <새파랗게 질리다>와 같은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청각파들은 <들어 봐요>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

그들은 <쇠귀에 경 읽기>나 <경종을 울리다>, <나발불다>처럼 어떤 소리를 상기시키는 표현을 사용해서 말하고,

<가락이 맞는다>라든가 <불협화음>, <귀가 솔깃하다>, <세상이 떠들썩하다> 같은 말들을 자주 쓴다.

 

육감파들은 <나는 그렇게 느껴. 너도 그렇게 느끼니?> 하는 식의 말을 아주 쉽게 한다.

그들은 느낌으로 말한다.

<지긋지긋해>, <너무 예뻐서 깨물어 주고 싶어>, <썰렁하다>, <화끈하다>, <열에 받치다>, <열이 식다> 같은 것이 그들이 애용하는 말들이다.

 

자기와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는 그 사람이 눈을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일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보라고 요구했을 때, 눈을 들어 위쪽을 보는 사람은 시각파이고,

눈길을 옆으로 돌리는 사람은 청각파이며,

자기 내부의 느낌에 호소하려는 듯 고개를 숙어 시선을 낮추는 사람은 육감파다.

 

대화의 상대방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든 각 유형의 언어적 특성을 알고 그 점을 짐작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상대를 다루기가 한결 용이해진다.

 

한편, 상대방의 언어적 특성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의 신체 부위 가운데 한 곳을 골라 그를 조종하는 맥점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자네가 이 일을 잘 해내리라고 믿네>와 같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순간에,

상대방의 아래팔을 눌러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매번 그의 아래팔을 다시 눌러 줄 때마다 그는 되풀이해서 자극을 받게 된다.

말하자면 감각의 기억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 가지 조심할 것은 그 방법을 뒤죽박죽으로 사용하면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어떤 심리 요법 의사가 자기 환자를 맞아들일 때, 

<이런. 가련한 친구 같으니. 보아하니 상태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게로군> 하고 그를 측은해 하면서 어깨를 툭툭 친다고 하자.

만일 그 의사가 환자와 헤어지는 순간에도 똑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다면,

그가 아무리 훌륭한 치료를 행했다 한들 환자는 한순간에 다시 불안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 글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에서 옮긴 것이다.

 

2020. 8. 14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