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실화實話와 설화說話 본문

글과 그림

실화實話와 설화說話

새샘 2020. 9. 30. 15:42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왕들의 역사이고 전쟁과 도시의 역사이다.

하지만 그것은 유일한 역사가 아니다.

1900년까지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은 도시 밖에서, 즉 농촌과 숲과 산과 바닷가에서 살았다.

전투들은 전체 인구의 아주 작은 부분하고만 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역사는 기록을 요구하고, 기록자는 대개 사관史官이나 지배자의 명령을 받는 사가史家였다.

그들은 왕이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만 이야기했고,

왕의 관심사인 전투와 왕가의 혼인과 왕위 계승의 문제 등에 대해서만 기록했다.

 

농촌의 역사는 거의 무시되었다.

기록자를 둘 수도 없고 직접 쓸 줄도 모르는 농부들은

자기들이 겪은 일을 구비口碑[주로 서민들 사이에서 말로 전하여 내려옴]의 형태로,

이를테면 민담이나 전설이나 노래나 격언이나 농담의 형태로 전승하였다.

 

공식적인 역사는 인류의 진화에 관한 다윈주의적 관점,

즉 유능한 자는 선택되고 무능한 자는 사라진다는 관점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주의 원주민과 아마조니아 숲의 주민들,

아메리카 인디언, 파푸아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잘못을 범한 것이다.

군사적으로 약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원시 부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그들의 설화와 사회 조직과 의술 등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미래에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우리에게 부족한 것들을 말이다.

 

※이 글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에서 옮긴 것이다.

 

2020. 9. 30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