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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결투

새샘 2020. 12. 28. 18:10

<3자 결투(사진 출처-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hmuwon&logNo=221717218298&categoryNo=&currentPage=&sortType=&isFromSearch=true&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갑, 을, 병 세 사람이 탄알이 한 개씩 들어 있는 권총을 가지고 3자 대결을 벌인다고 하자.

병은 특급 사수라서 백발백중으로 과녁을 맞힌다.

을은 두 번에 한 번 꼴로 과녁을 맞힌다.

갑은 셋 중엣서 가장 사격 솜씨가 떨어져서 세 번에 한 번 꼴로 맞힌다.

 

이 3자 결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 갑이 가장 먼저 쏘고, 다음에는 을이, 마지막으로 병이 쏘기로 한다.

그렇다면, 갑은 자기가 살아남을 확률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허공에 대고 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갑이 을을 쏘아서 그를 죽인다면, 그 다음에는 병이 쏘게 되는데, 그는 특급 사수라서 갑을 죽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만일 갑이 을을 쏘아서 맞히지 못한다면, 을이 쏠 차례가 되면서 출발점과 다소 비슷한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만일 갑이 병을 쏜다면, 그는 병을 쓰러뜨릴 수도 있고 쓰러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갑이 아직 살아 있는 상황에서 순서에 따라 을이 쏠 차례가 되었다고 하자.

만일 앞서 갑이 병을 죽였다면, 을은 갑을 쏠 것이고 이 경우 갑이 죽을 확률은 2분의 1이다.

만일 앞서 갑이 병을 죽이지 못했다면, 상황은 다시 출발점과 비슷해진다.

 

위에서 보았다시피, 갑이 을이나 병을 쏘아 맞히려고 하면, 쏘고 난 뒤에 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만일 갑이 허공에 대고 총을 쏜다면, 다음 차례인 을은 병을 겨냥할 것이다. 병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을이 병을 맞히면 다시 결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되지만, 경쟁자가 하나 줄었다는 점이 처음과 다르다.

 

을이 병을 맞히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경쟁자가 하나 줄어든 상태에서 다시 결투를 벌여야 한다.

병은 을이 더 위험하기 때문에 을을 쏘아서 죽일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위와 같은 3자 결투의 상황에서는 허공에 대고 총을 쏘는 것이 첫 판에서 갑을 살아 남게 할 것이고,

처음의 3자 대결 구도를 변화시켜 관리하기가 더 쉬운 두 사람의 결투로 만들어 줄 것이다.

 

※출처: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

 

2020. 12. 28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