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연담 김명국 "달마도" "설경산수도" "심산행려도" 본문
창강滄江 조속趙涑 다음에 등장하는 조선 중기 화가는 자는 천여天汝, 호는 연담蓮潭 또는 취옹醉翁인 김명국金明國(1600~1662년 이후)이다.
취옹은 술을 무척이나 좋아해 몹시 취해야만 명작을 그려낸다고 해서 얻은 호이며, 김명국이 그린 그림 대부분은 술에 취한 뒤 그려진 것이란 말이 있다.
이 화가는 청죽 남태응이 "김명국 앞에도 없고, 김명국 뒤에도 없는, 오직 김명국 한 사람이 있을 따름이다"라고 극찬했던 화가다.
아주 개성이 강하고 독창성이 있다고 해서 그런 평을 한 모양이다.
옛날 사람의 법도를 지키지 않고 자기 식으로 그렸다고 하며, 특히 인물과 수석을 잘 했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일종의 화단畫壇의 이단異端이라 평가되었다.
김명국의 대표작이라고 내놓을 작품은 만만치가 않다.
특히 인물은 대개 감필減筆[더 이상 줄일 수 없을 만큼 적게 사용한 최소한의 선으로 그림 그리는 기법]이다.
이 감필과 일본에 간 것과는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명국은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1636년과 1643년 두 차례 일본에 갔다.
통신사 따라갈 때 원래는 한 번 가는 것이 통례인데 두 번이가 가게 된 것은 첫 번째 방문 후 일본에서 연담을 또 한 번 오게 해달라고 청을 하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연담의 인기가 좋았던 것이다.
연담의 인기가 얼마나 있었는지는 오세창의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에도 나와 있다.
연담이 일본에 갔을 때 일본사람들이 그려 달라고 요청한 그림이 바로 감필 기법으로 그린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달마도達磨圖>와 같은 '감필불화減筆佛畵'가 아닐까 생각된다.
<달마도>는 김명국이 일본에 갔을 때 그 곳에서 그려 남겨 두고 왔던 작품 가운데 하나인데, 그것을 우리 박물관이 사들여 와 소장하고 있다.
상반신을 짙은 먹색의 간결하고도 속도감 있는 필선을 사용하여 호방하게 그렸다.
부리부리한 눈, 텁수룩한 턱수염은 선승 달마의 호탕 무애한 성격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극도로 절제된 묵선을 단숨에 그어 내린 듯한 힘찬 운필로 처리된 두건과 옷은 선禪적인 일취逸趣[뛰어나고 색다른 흥취]를 짙게 풍긴다.
일본에서 많이 나오는 김명국의 그림을 보면 감필을 구사해 종횡무진 그렸다.
그런데 국내에 있는 그림들은 개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좀 칙칙하다.
따라서 과연 어느 정도를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교적 얌전한 그림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설경산수도雪景山水圖>가 있다.
절파풍浙派風[중국 명나라 절강浙江(저장)성 출신 화가들이 주축이 화풍으로 강한 먹 사용]의 산을 그린 필법이 분방하고 활달하여 거칠고 과장된 기운이 감도는 그림으로 이 그림 외 다른 산수를 보면 좀 칙칙한 느낌이 든다.
족자 모시에 수묵으로 그린 이 그림은 강하고 거칠면서 속도감 있는 선의 움직임과 나무나 산, 바위를 표현하는 데 나타나고 있는 날카로운 각이 이 그림을 매우 강한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강하고 날카롭게 꺾여나가면서 그려진 나무 형태가 과장되어 있지만 조금도 어색하지 않으며, 거칠면서도 자연스럽다.
이는 김명국의 화풍이 지닌 독자적인 양식이 사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매우 원숙한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심산행려도深山行旅圖>는 퍽 좋은 작품으로 아마도 김명국의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그림은 김명국이 사물의 외양에 묶여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그가 사물의 형태를 능동적으로 이끌고 나가는 창조적인 힘으로 그림을 그렸음을 보여준다.
※출처
1. 이용희 지음,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허균 지음, '나는 오늘 옛 그림을 보았다'(북폴리오, 2004)
3. 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56190
4. 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58179
2021. 4. 27 새샘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들 사이의 의사소통 (0) | 2021.05.05 |
---|---|
옥수수와 나 (0) | 2021.04.30 |
노화의 종말 2 - 장수 유전자는 있고, 노화 유전자는 없다 (0) | 2021.04.26 |
발굴 기술을 섭렵할 때까지 발굴을 보류했던 광주 신창동 유적 (0) | 2021.04.18 |
창강 조속 "조작도" "고매서작도" "금궤도" (0) | 2021.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