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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2 - 장수 유전자는 있고, 노화 유전자는 없다

새샘 2021. 4. 26. 14:18

세포에 존재하는 장수유전자 서투인이 만드는 단백질 종류(출처-http://www.seehint.com/word.asp?no=13166)

 

 

장수와 활력의 근원, 서투인 sirtuin 유전자

 

과학자들은 사람 유전체에서 생존 회로를 구성하는 유전자인 '장수 유전자 longeivity gene'를 22개 이상 찾아냈다.

장수 유전자란 이름은 많은 생물체에서 평균수명과 최대수명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기 붙은 이름이다.

유전자들은 단순히 삶을 더 늘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유전자를 '활력 유전자 vitality gene'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장수 유전자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따라 혈액으로 필요한 단백질과 화학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세포 사이에 그리고 기관 사이에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일종의 몸속 감시망을 형성한다.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갈 때면 가만히 숨죽이고 있으라고 알려 주고, 상황이 나아지면 빨리 성장해 번식하라고 말해 준다.

 

현재 우리는 이런 유전자들을 알고 있으며 그중에는 어떤 일을 하는지 그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가 많다.

그러므로 과학적 발견을 통해 이런 유전자들을 탐색하여 이용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또 이들이 어떤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상상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분자들을 자연적인 방식과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용하고, 단순하거나 복잡한 기술을 이용하고, 새로운 지혜와 기존 지혜를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이런 유전자들을 파악하고,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 보고, 아예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싱클레어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장수 유전자는 '서투인(또는 시르투인) Sirtuin(SIRT)'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다.

서투인이란 이름은 효모에서 처음 발견된  SIR2[유전자 영어 표기는 대문자 이탤릭체, 단백질 영어 표기는 대문자 보통체] 유전자의 이름을 땄다.

포유류는 서투인 유전자가 SIRT1에서 SIRT7까지 7개가 있으며, 서투인 단백질은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싱클레어 교수가 연구를 시작할 당시 서투인은 과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현재 이 유전자 집단은 의학 연구와 약물 개발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세포생물의 조상으로 지구상에 최초로 출현한 원시세포를 싱클레어 박사는 '마그나 수페르스테스 Magna superstes'라 불렀는데, 이 라틴어는 '위대한 생존자 the great survivor'란 뜻이다.

마그나 수페르스테스가 가진 유전자  B의 후손인 서투인 유전자는 히스톤 hinstone[염색체에서 긴 DNA 사슬이 감기는 실패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비롯한 단백질 꼬리에 붙은 아세틸기 acetyl group를 제거하는 효소를 만든다.

이 효소의 작용으로 구조 변화가 생긴 히스톤 단백질은 DNA의 포장 상태를 바꾸면서 필요할 때 유전자를 켜거나 끈다.

 

이 중요한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 epigenetic regulatory factor[앞글인 '노화의 종말 1-노화의 9가지 징표' 가운데 세 번째 징표인 '후성유전체의 변화'를 유도]는 세포 제어 시스템의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우리의 생식과 DNA 수선을 제어하고 있다.

효모가 출현한 이래로 수십억 년 동안 진화한 끝에 이 유전자들은 지금 우리의 건강, 적응성, 생존 자체를 맡고 있다.

 

서투인은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생식 대신 DNA 수선에 치중하기 위해 몸에 '허리띠를 조이고' 당뇨병과 심장병, 알츠하이머병과 골다공증, 심지어 암까지 포함한 노화의 주요 질병들에 맞서서 몸을 지키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대사장애, 궤양대장염, 관절염, 천식 같은 질병을 악화시키는 만성 과잉염증반응을 억제한다.

또 세포 죽음을 예방하고 세포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의 활력을 높힌다.

 

생쥐 연구에서 서투인을 활성화시키면 DNA 수선이 더 잘 이루어지고, 기억력이 좋아지고, 운동 지구력이 향상되고, 얼마나 먹든 간에 살이 찌지 않도록 돕는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이런 능력들은 근거 없는 추측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네이처 Nature≫ ≪셀 Cell≪사이언스 Science≫와 같은 저명 학술지에 발표된 심사를 거친 논문들을 통해 확실하고 밝혀진 것들이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점은 서투인이 다소 단순한 프로그램을 토대로 이 모든 일을 하기 때문에 다른 많은 장수 유전자들보다 조작하기가 훨씬 더 쉽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서투인은 생명체가 가진 매우 복잡한 장치의 첫머리에 놓인 도미노 중 하나인 듯하다.

유전물질이 안 좋은 시기에 스스로를 보호함으로써 수십억 년에 걸쳐서 생명이 존속하고 번성할 수 있게 한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열쇄인 것이다.

 

장수 유전자에는 서투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 가운데 두 유전자 집단 -TOR와 AMPK-은 아주 잘 연구가 되어 있으며,

이들은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져 왔다.

 

그중 한 집단은 TOR(target of rapamycin, 라파마이신의 표적)라고 불리는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단백질들의 복합체이며, 포유류가 가진 TOR를 mTOR(mammalian TOR, 포유류 TOR)이라 부른다.

서투인과 마찬가지로 TOR도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조사한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다.

서투인처럼 mTOR 역시 영양소를 통해 활성이 절묘하게 조절된다.

그리고 mTOR도 서투인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숨을 죽이고 생존을 도모하라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

DNA 수선 같은 활성을 증진시키고, 노화한 세포가 일으키는 염증을 줄이고, 아마 가장 중요한 기능일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단백질을 분해하는 활동에 치중하라고 세포에 지시한다.

 

모든 상황이 좋을 때 TOR는 세포 성장의 주된 추진력이 된다.

가용 아미노산의 양을 감지하고 그에 반응해 단백질을 얼마나 만들지를 지정한다.

그러나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숨죽이고 있으라고 세포를 압박한다.

분열을 삼가고 기존 세포 성분들을 재활용해 에너지를 아끼고 생존을 도모하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기존 세포를 분해하여 활용하는 작용을 자가포식 autophagy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털매머드를 잡는 데 실패하고 단백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살아남아야 했을 때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mTOR가 문을 닫아건 덕분이었다.

 

두 번째 집단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 AMP-활성 단백질 인산화효소)란 이름의 효소는 에너지가 적을 때 반응하게 만드는 단백질이다.

서투인과 TOR처럼 AMPK 효소도 그 조절 방식을 꽤 많이 밝혀내었다.

 

이 세 종류의 장수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이 가진 방어 체계는 모두 생물학적 스트레스에 반응해 활성을 띤다.

물론 세포가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너무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착안할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장수 유전자들을 활성화할 수 있는 약한 종류의 스트레스 요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특정한 유형의 운동, 간헐적 단식, 저단백질 식단, 고온과 저온 노출 등이다.

이렇게 약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이나 세포가 반응해 활성을 띠는 현상을 '호르메시스 hormesis'라고 한다.

호르메시스는 전반적으로 생물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 어떤 지속적인 손상도 일으키지 않으면서 이 현상을 유도할 수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사실 단순히 좋은 차원을 넘어선다.

장수 유전자들이 활성화될 때 생기는 약간의 스트레스가 몸 방어 체계의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숨죽이고, 보존하고, 좀 더 오래 생존을 도모하라고 자극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호르메시스가 일어나도록 약한 스트레스를 받는 이것이 바로 장수의 출발점이다.

이런 접근법을 강화시키는 것이 바로 호르메시스 모방 분자 mimetics of hormetic agents다.

아무런 손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몸의 방어 체계를 켤 수 있는 약물이 현재 시장에 나와 있으며, 개발 중인 약물들도 있다.

 

 

DNA에 노화 유전자는 없다

 

2003년 4월 인간 유전체를 이루는 30억 개의 염기쌍 지도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모든 매스컴을 통해 발표되었다.

물론 일부 빠진 곳이 있었지만 완성되었다고 발표한 이유는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 대다수가 당시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유전체 지도에서 빠진 부위들은 동일한 염기쌍들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비암호화 영역 noncoding region[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부위를 말하는 암호화 영역 coding region이 아닌 부위]으로서 당시에는 유전적 암흑물질로 취급되어 무시되었다.

 

그러나 현재 비암호화 영역이 많게는 유전체의 69퍼센트까지 차지할 것라고 추정하는 과학자도 있다.

또한 일부 과학자들은 암호화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유전체 부위에서도 아직 해독되지 않은 부위가 최대 10퍼센트에 달하며,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바로 이 부위라고 추정한다.

사실 2003년 당시 완성하지 못하고 지나친 유전체 염기쌍이 수천 군데는 된다.

이는 당시 유전자를 탐색하기 위해 고안한 알고리듬이 염기쌍 300개 미만의 유전자는 무시하도록 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염기쌍이 불과 21개에 불과한 유전자도 있으며, 현재 유전체 전체에서 그런 유전자가 수백 개 발견되고 있다.

 

이런 유전자들은 우리 세포에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라고 말하며, 그 단백질들은 인간생물학과 인생 경험을 형성하는 여러 과정과 형질의 기본 구성단위다.

그래서 우리 인간 DNA 서열을 온전히 다 파악하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우리 존재의 아주 많은 부분을 제어하는 유전자들의 지도를 갖게될 날 또한 가까이 오고 있다.

 

그러나 설령 온전한 인간 유전체 지도가 완성된다고 해도 우리가 여전히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는 노화 유전자 aging gene는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노화의 증상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발견해 왔다.

그러나 1970년대에 발견되어 암에 맞선 전투에서 좋은 표적이 되어 온 종양 유전자 oncogene와는 달리, 우리는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는 지금까지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우리 유전자는 노화를 일으키도록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처

1.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노화의 종말', 부키, 2020.

2. 구글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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