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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소림 장석진 "추경산수도"

새샘 2023. 7. 1. 22:49

조석진, 추경산수도, 종이에 담채, 169x69cm, 개인

조선시대 도화서의 마지막 화원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晋(1853~1920)은 어해도魚蟹圖(물고기나 게 따위의 물에 사는 동물을 그린 그림)로 유명했던 임전琳田 조정규趙廷奎(1791~?)의 손자로서 임전을 이어받아 그런지 어해 그림이 좋을 뿐만 아니라 산수도 잘 그렸다.

그런데 조석진은 장승업처럼 글자를 모르는 불해문자不解文字였다.

그래서 낙관도 조석진과 함께 화원을 지냈던 심전 안중식이 대신해주었고, 대부분의 화제 역시 심전이 대필해주었다.

 

조석진은 안중식과 함께 고종과 순종의 어진御眞(임금의 그림)을 제작했고, 1918년 조선 최초의 미술단체인 서화협회를 조직하여 안중식에 이어 2대 회장을 지냈으며, 변관식을 비롯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냄으로써 한국 근대의 전통 회화를 주도하는 화가들을 배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소림과 심전은 조선 말에 우리나라의 쌍벽을 이룬 화가였다.

하지만 전형적인 선비풍의 소림과 심전은 선배인 풍운아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이 너무나도 빛났기에 후세 사람들의 이목이 오원에게만 쏠리는 바람에 비교적 빛을 못 본 화가이기도 했다.

 

조석진의 산수화는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했던 정통 중국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남종화풍에 토대를 두고 북종적인 요소를 가미한 전통산수傳統山水 화풍의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어해화는 할아버지 조정규의 화풍을 이어 받되 대상의 생동감을 높이기 위해 필치의 활력보다는 어해의 정확성에 더 심혈을 기울여 꼼꼼하고도 날카로운 필선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평가된다.

 

소림의 대표적인 산수화 <추경산수도秋景山水圖>는 전통 산수로서 상당한 역량이 돋보이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중국화보에서 영향을 받았던 남종화풍, 심전 안중식과 특히 1910년을 전후한 장승업의 북종화풍, 그리고 실경에 바탕을 둔 한국적 분위기 묘사를 들 수 있다.

반면 구태의연한 중국식 낡은 화법에만 치중하여 시대의식과 보조를 함께 하려는 작가 의식이 결여되었다는 혹평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처
1. 이용희,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 동주 이용희 전집 10'(연암서가, 2018)

2. http://parkseongsik.com/%EA%B7%BC%EB%8C%80%ED%95%9C%EA%B5%AD/

 

2023. 7. 1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