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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에 열매 맺은 구석기시대의 문명의 씨앗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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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에 열매 맺은 구석기시대의 문명의 씨앗

새샘 2023. 6. 29. 09:44
튀르키예 차탈회위크 유적 발굴 현장. 차탈회위크 유적은 구석기시대의 유산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신석기시대 문명이다.(사진 출처-나무위키 https://namu.wiki/w/%EC%B0%A8%ED%83%88%ED%9A%8C%EC%9C%84%ED%81%AC)

튀르키예Türkiye(터키 Turkey)의 대형 신전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를 만든 1만 5천 년 전의 구석기시대를 지나 빙하기가 완전히 끝나고 온화한 기후인 홀로세 Holocene(충적세沖積世 또는 현세現世: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지질 시대로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 시기)가 시작되면서 기후가 안정되었다.
구석기시대에 뿌려진 문명의 씨앗은 신석기시대의 여러 마을들에서 발현되었다.
1만 년 전을 기점으로 현재와 같은 따뜻한 날씨가 되면서 사람들은 마을을 만들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초기 농사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위험한 모험이었다.
초기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우리보다 체구도 훨씬 작았고, 영양 상태 또한 불량했다.
식량의 대부분은 일부 곡식에만 의존했고 흉년에 대처할 농사 기술도 없었다.
게다가 그전까지 각자 떠돌며 살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게 되면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그 어려움을 후기구석기시대의 그들처럼 소통과 공동체 의식으로 극복해나갔다.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Anatolia(튀르키예 반도) 고원에 만들어진 도시 차탈회위크 Çatalhöyük나 요르단의 예리코 Jericho 유적은 이런 구석기시대의 유산을 이어받은 신석기시대의 유적이다.

 
신석기시대 문명을 대표하는 차탈회위크 유적은 약 9,500년 전에 발달한 마을이다.
언덕 위에 지은 흙벽돌 집은 서로 이어져 있고 마치 토굴같이 만들어서 지붕으로 출입했다.
주거지 안에는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그림을 그렸고, 제사 공간과 조상을 묻을 무덤도 만들었다.
차탈회위크 사람들이 집 안에서 제사를 지내고 벽화를 그려 자신들의 신화를 보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차탈회위크 사람들은 집 안에 무덤을 쓰던 풍습이 있었다.
그들은 방바닥을 파다가 예전에 묻은 무덤이 발견되면 다시 파묻었다.
아마도 그 뼈들을 자신들보다 훨씬 이전에 살았던 조상의 흔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조상을 기억하고 공동체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DNA 분석을 통해 차탈회위크의 한 주거지 안에는 혈연관계는 없었고, 가족별로 각각 다른 집에서 살았다는 것도 밝혀졌다.
 
인류의 문명 발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인 말 역시 그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여태껏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서기전 4,000~3,500년 무렵에 말의 가축화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런데 2010년 사우디아라비아 Saudi Arabia에서 1만 년 전에 말을 사육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2017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아라비아의 길'에 전시된 유물 가운데 2010년에 발견된 마가르 Al-Magar 문명의 '굴레를 씌운 말'의 석상이 그것이다.
말의 입술이 마치 굴레가 물려있는 것처럼 말려 올라갔다.
서양의 많은 고고학 개론서에 서술된 바, 1만 2천 년 전 신석기시대에 여러 문화가 등장했다는 이론은 이제 자연스럽다.
 
후기구석기시대에서 빙하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류가 만들어놓은 문명의 씨앗은 이후 화려한 문명이 발달하는 시초가 되었다.

우리는 몇몇 전통적인 중심지에서만 문명이 발생했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자료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구석기시대에 문명의 움(맹아萌芽: 풀이나 나무에 새로 돋아 나오는 싹 또는 사물의 시초가 되는 것)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했고,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춤과 노래 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특출한 집단이 튀어나와서 문명을 만든 것이 아니다.

인류 문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쓸 자료들은 4대 문명의 중심지가 아닌 변방의 여러 곳에서 언제라도 나올 수 있다.

 
※출처
1. 강인욱 지음, 테라 인코그니타, (주)창비, 2021.
2. 구글 관련 자료

2023. 6. 29 새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