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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늑대, 인간의 반려동물이 되다

새샘 2025. 1. 21. 11:02

개만큼 인간에게 양가감정兩價感情(모순감정: 어떤 대상, 사람, 생각 따위에 대하여 동시에 대조적인 감정을 지니거나, 이랬다저랬다 하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물은 없다.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반면, 한국어를 포함해 수많은 언어에서 '개'가 접두어로 붙으면 비하하는 의미나 질적으로 떨어짐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를 식용으로 하는 문화도 있었다.

 

하지만 동물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고, 1인 가구 등이 늘어남에 따라 를 반려동물이자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식용 등의 실용적 목적을 떠나 개만큼 인간과 정서적으로 긴밀히 밀착했던 동물은 보기 힘들다.

구석기시대 얼어붙은 들판을 헤매며 인간을 물어뜯고 해치던 야생 늑대가 인간의 손길에 길들여지게 되기까지 그 몇만 년의 역사를 살펴보자.

 

 

○인간, 야생 늑대를 개로 길들이다

 

야쿠츠크-인디가르에서 발견된 '도고르'라고 이름 붙인 강아지의 미라(1만 8,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출처-출처자료1)

 

2018년, 시베리아 Siberia 동토凍土(얼어붙은 땅) 지대에서 털이 보송보송하게 남아 있는 1만 8,000년 전의 강아지(또는 늑대 새끼)로 추정되는 미라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유전학자들은 이 미라가 개인지 늑대인지 밝히는 데에 실패했다.

유전자로는 개와 늑대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개는 야생 늑대를 길들인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인 정설이다.

 

야생 늑대가 개로 바뀐 과정은 전 세계 고고학자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최근에는 그 시작이 5만 년 전 이상으로까지 올라간다고 본다.

또한, 고고학자들은 인류가 야생 늑대를 개로 길들이는 과정이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개의 흔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벨기에 Belgium 고예 동굴 Goyet caves에게 발견된, 3만 6,000년 전 늑대개 흔적이다.

그런데 고예 동굴에서 발견된 늑대개의 유전자는 오늘날의 개와 달랐다.

이는 빙하기에 수많은 원시인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야생 늑대를 개로 길들였지만, 이때 길들여진 개들 대부분이 멸종했다는 뜻이다.

 

오늘날의 개는 빙하기가 끝날 무렵인 약 1만 5,000년 전, 유럽 Europe 근방에 서식하던 회색늑대 grey wolf(학명 카니스 루푸스 Canis lupus)를 길들인 것을 그 기원으로 본다.

이때부터 인류는 개와 동고동락했다.

독일 Germany 베를린 Berlin 오베르카셀 Oberkassel의 1만 4,000년 전의 무덤에서는 남녀의 사람뼈 가운데서 어린 강아지의 뼈가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강아지의 뼈를 조사해보니 이 강아지는 태어난 지 5개월 남짓 된 새끼였으며 심지어 치명적인 유전자 결함도 갖고 있었다.

강아지의 뼈에 남은 흔적으로 짐작했을 때 이 강아지는 죽기 몇 주 전까지 인간의 보살핌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1만 3,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개와 여성의 무덤(출처-출처자료1)

 

이스라엘 Israel에서 발견된 1만 3,000년 전의 무덤에서도 젊은 여성이 자신의 반려견을 한 손으로 잡은 채로 묻힌 모습이 발견되었다.

개에 대한 애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슬기사람(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의 오랜 전통이었다.

 

 

○늑대의 치명적인 유혹

 

그렇다면 여러 동물 가운데서도 왜 유독 개만이 인간 사회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게 되었을까?

최근에는 반려동물로서 고양이도 큰 인기지만,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한 역사는 6,0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고양이 애호는 도시의 발달과 더불어 비교적 최근에 생긴 전통이다.

반면, 개는 슬기사람의 등장과 더불어 우리 삶에 늘 함께했다.

같이 산 시간이 길기 때문에 특별한 대접을 받을 기회도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동물 중에서 개가 인간의 반려동물로 선택된 이유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지만, 적어도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개는 인간의 사냥감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는 늑대에서 분화했다.

늑대는 육식동물로 인류의 생존에 있어 큰 위험 요소였다.

그렇다고 해서 말이나 소처럼 많은 양의 고기를 얻을 수 있는 동물도, 양이나 염소처럼 그 털로 무언가를 지어 입을 수 있는 동물도 아니었다.

 

차선책으로 인간은 잡아도 별 쓸모가 없는 늑대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길들인 개는 커다란 장점이 있었다.

최초의 개는 인간의 사냥을 도왔다.

후각과 민첩성이 뛰어나 사냥에 유리했다.

사냥개를 데리고 다니면 사냥 효율이 (지역이나 사냥감의 종류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50퍼센트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늑대가 '사냥의 동업자'가 된 순간, 인간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개는 인간의 정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후기 구석기시대의 추운 빙하기 시절, 언제 죽을지 모를 공포와 고립감을 달래준 것은 다름 아닌 길들인 개였다.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 중 지능이 제일 높은 동물은 침팬지 chimpanzee이지만, 감정지수가 제일 높은 동물은 개다.

개가 길들여지기 전 단계인 야생 늑대는 사람처럼 서로 눈을 마주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개 역시 서로 눈을 마주치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사냥에도 도움을 주고 외로움까지 달래주었던 동물에게 인간은 곁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야말로 늑대, 아니 길들여진 개의 치명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야생 늑대는 어떻게 개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굉장히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인 1950년대, 러시아 Russia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랴에프 Dmitry Belyayev는 시베리아에서 사나운 은여우 sivler fox(붉은여우 red fox의 색 변이종)를 길들이는 실험에 착수한다.

그는 일군의 은여우 가운데서 비교적 온순한 여우들을 골라 교배를 했다.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인 20년 만에(6세대를 거친 뒤)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행동을 하고, 형태적으로 꼬리가 위로 말리는 등 오늘날의 개와 비슷한 모습을 한 여우를 키워냈다.

20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유전자 수준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다만, 길들여진 은여우의 호르몬 hormone은 야생의 은여우와 차이를 보였다.

벨라예프의 연구로 늑대의 유전자에는 이미 인간의 반려동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내재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인간을 만나면서 발현되었음이 밝혀졌다.

 

 

○저승길도 함께한 인간의 영원한 반려동물

 

3,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베이징 근처 귀족 무덤에서 발견된 목에 방울이 달린 개의 무덤(출처-출처자료1)


인간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 개는 죽어서도 인간 곁을 떠나지 않았다.

경남 사천시 늑도의 약 2,000년 전 유적에서는 공동묘지가 발굴되었는데 인간과 개가 함께 묻힌 무덤도 많았다.

뼈를 조사한 결과, 사람과 함께 묻힌 개들은 대부분 다 자란 수컷 개들이었다.

또한, 공동묘지 한쪽에서는 개들만 따로 모아 묻은 무덤이 여덟 기나 발견되었다.

짐작건대 이 공동묘지를 지키거나 제사를 올릴 때 희생된 개들을 따로 모아서 묻은 것 같다.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에서 발견된 개의 흔적도 흥미롭다.

이곳에서는 약 2,000년 전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 장소로 추정되는 저습지가 발굴되었는데 복골卜骨(점을 치는데 쓰는 뼈나 뼈로 만든 도구)을 비롯해 수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중 가마니 같은 것에 쌓여 던져진 개의 흔적도 발견되었다.

서양 중세 시기에는 마치 희생양처럼 사람이 지은 죄를 돼지에게 덮어씌우고 그 돼지를 물에 던지는 풍습이 있었다.

당시 한반도 동해안 지역에서도 개를 희생양처럼 바치는 풍습이 있었던 것 같다.

 

생텍쥐페리 Saint-Exupéry의 ≪어린 왕자≫에는 '길들임의 미학'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문장이 나온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너는 나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될 거야,"

인간은 야생 늑대를 개로 길들였고, 야생 늑대 역시 인간에게로 와 기꺼이 길들여졌다.

그 결과, 인간과 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지금도 지구상에서는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해가는 중이다.

빙하기 시절에도 야생 늑대와 여우를 비롯해 많은 생물 종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반면, 개는 지구상의 그 어떤 동물보다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살아남았다.

수만 년 동안 인간 가까이에서 종의 진화를 선도해나간 개의 전략에서 공존과 협력의 지혜를 한 수 배운다.

 

※출처 
1. 강인욱 지음, 세상 모든 것의 기원, 흐름출판, 2023.
2. 구글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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