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싱가포르
- 헝가리
- 미국 플로리다
- 알래스카 크루즈
- 노르웨이
- ㅓ
- 스웨덴
- 남인도
- 영국 스코틀랜트
- 체코
- 미국 알래스카
- 알래스카
- 폴란드
- 프랑스
- 미얀마
- 독일
- 오스트리아
- 미국 요세미티
- 미국 옐로우스톤
- 러시아
- 1ㄴ
- 일본 규슈
- 덴마크
- 울릉도
- 영국
- 중국 베이징
- 영국 스코틀랜드
- 미국 하와이
- 하와이
- 알래스카 내륙
- Today
- Total
새샘(淸泉)
고고학이 밝히는 미래 본문
"전에 없던 것도 다시 있을 것이며
이미 한 일도 다시 하게 될 것이니
세상에는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나니."
-<전도서> 1장 9절-

○우리의 과거는 매일 변한다
고고학考古學 archeology이 다른 어던 학문보다 미래를 지향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자료로 과거들을 공부하기 때문이다.
고고학이 미래를 지향하는 학문인 이유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고고학은 더욱 더 진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고고학을 마치 먼지구덩이의 유물만을 꺼내는 고물상과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유물이 예전 것이기 때문에 고고학자들도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생각은 마치 노인들을 진료하는 병원의 의사도 똑같이 늙고 기술은 낡았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과 같다.
실상은 다르다.
고고학은 첨단과학의 각축장이다.
역사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 가운데서 가장 첨단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바로 고고학이다.
문헌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역사학歷史學 historiography은 근대 이후 많은 학문적인 발전이 있었지만, 역사 사료를 해석하고 그 내용을 비판한다는 기본 개념은 지난 몇백 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
반면 고고학은 다양한 연구방법으로 하루가 다르게 얻어내는 자료의 양도 늘고 분석방법 또한 바뀐다.
30여년 전 필자가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모든 게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인류의 기원이나 네안데르탈인 Neanderthals(Homo neanderthalensis)과 현생인류(슬기사람 Homo sapiens)에 대한 내용은 1년에도 몇십 차례에 걸쳐 다른 견해들이 나온다.
필자가 유학했던 시베리아과학원이 조사한 구석기시대 유적 가운데 데니소바 동굴 Denisova Cave이 있다.
알타이 산맥 Altai mountains 입구에 있는 이 동굴 앞은 항구적으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통나무 방갈로 bungalow(처마가 깊숙하고 정면에 베란다가 있는 작은 단층 주택)와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 심포지엄 symposium(토론회)을 위한 회의장까지 마련된 작은 마을처럼 된 고고학 기지이다.
알타이 지역으로 조사를 갈 때면 반드시 이 기지에 들러 옛 친구들을 만나서 회포를 풀곤 하는데, 여기에서 발굴을 담당하는 연구원은 매년 만날 때마다 그동안의 통념을 바꾸는 새로운 발견이 나왔다며 흥분한다.
처음에는 귀를 좀 기울였지만, 주요 전공도 아닌지라 그냥 의례적인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연구원이 말했던 발견이 3센티미터가 되지 않는 자그마한 손끝의 뼈에 관한 것이었고, 그 주인공이 네안데르탈인과는 다른 새로운 인류인 '데니소바인 Denisovan'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의 여러 대중매체에도 소개되어 고고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데니소바인은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이것이 최근 10여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사람뼈가 발견되고 수많은 가설들이 발표되고 보도된다.
'인류의 기원'이라는 간단한 주제어(키워드 keyword)만 검색(구글링 googling)해보아도 얼마나 많은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열쇠'가 발견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가끔 학생들이 얼마 전 나온 발견에 대해서 진짜냐고 물어오면 나는 시니컬하게 cynically(냉소적으로) 답하곤 한다.
"흠, 내가 그 발견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사이에 또 다른 발견이 나올 것 같군요."
언젠가는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사실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인간의 과학과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발굴하고 해석하는 기술 또한 발달할 것이다.
이미 발굴이 된 유적과 유물도 새로운 기술로 재해석될 게 분명하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ironically(역설적으로) 과거는 변하지 않는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계속 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5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청동기는 사용한 적이 거의 없고, 석기시대를 살다가 갑자기 철기와 청동기를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반도에서 청동기가 실제 사용된 시점은 3000년 전이고, 논농사를 짓고 비파형동검을 사용했으며, 거대한 무덤을 만들던 사람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1만 5000년 전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돌도끼를 들고 토끼를 쫓아다니던 미개하고 원시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토기를 사용하고 신전을 만들던 사람들이었다라고 인식이 바뀌고 있다.
미국의 데이비드 로웬덜 David Lowenthal 교수는 ≪과거는 낯선 나라다≫라는 책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에 대한 이해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과거는 하나의 고정된 역사가 아니라 계속 바뀌어가는 '낯선 나라'라고 말했다.
사실 고고학이 연구하는 과거의 모습도 비슷하다.
매일 추가되는 자료로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의 모습은 바뀐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데, 그 과거는 끊임없이 다시 해석되고 바뀐다.
고고학 자료가 바뀐다는 건 결국 우리의 인식도 바뀐다는 것이다.
과거는 현재의 노력으로 되살아나고, 그렇게 되살아난 과거는 미래를 설계하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선물이 되는 셈이다.
○고고학의 미래
인간에게 영원한 것이 없듯이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사라진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를 상상해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과거로 또는 미래로 갈 수 있다면 고고학은 필요없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AI 기술이 상용화되면 고고학 같은 건 사라지지 않을까?
하지만 타임머신 time machine(초시간 여행선)이 발명되고 제아무리 AI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고고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영화에서 쓰이는 클리셰 cliché(상투어)처럼 지금 당신 앞에 타임머신이 놓여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신라 삼국통일의 현장으로 가서 어떻게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는지 알고 싶다고 생각해보자.
고대 한국어나 일본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각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전쟁의 실상을 일일이 조사하는 데에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리고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이 느끼는 통일에 대한 시각은 판이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만나고 인터뷰 interview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삼국통일은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보아도 그 느낌이 다른데 하물며 거대한 사건에 대한 해석이 단조로울 리가 없다.
즉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과거는 파편만 남은 유물로서가 아닌 전체로서 학자들에게 다가온다.
타임머신의 발명된다면 오히려 고고학이 연구할 자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한편,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고학자들은 현장에서 도면을 작업하고 유물을 정리하는 많은 일에서 해방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지만 AI가 고고학자의 모든 업무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장에서의 미묘한 땅의 상태 그리고 육안과 감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유물 발굴의 상황을 AI가 대신한다?
아무래도 무리이지 싶다.
하지만 AI 기술의 도입이 더 나은 작업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는 확실히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고고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서 현장에서의 작업이 유독 많이 이루어진다.
유물을 발굴하고 세척하고 도면과 사진을 남기는 작업이 전체 작업량의 80~90%에 달한다.
하지만 디지털 digital 기술이 도입되어서 발굴과 동시에 각 유물에 바코드 bar code가 부여된다면 자연스럽게 유물의 위치가 GPS로 표시되고, 이후 세척하고 보관되는 전 과정이 기록에 남기 때문에 유물 관리는 훨씬 쉬어질 것이다.
그리고 유물의 현황을 도면에 옮기는 실측이라는 작업도 대폭 간소화될 것이다.
이미 발굴 현장에서는 3D 스캔 scan이나 사진 실측이 상당 부분 도입되었다.
보존하기 어려운 벽화나 초원의 암각화들도 스캔해 컴퓨터 스크린 computer screen으로 더 상세하게 조사를 할 수 있고 3D 프린터 printer로 실물처럼 제작해 볼 수도 있다.
사실 요즘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필자가 공부할 때와 너무 비교되어서 배가 아플 지경이다.
과거 필자는 함척函尺(수준 측량을 할 때에 높낮이를 재는 자)을 들고 측량을 하기 위해서 몇 킬로미터씩을 예사로 걸었고, 캠프 camp로 돌아와서는 손으로 지도를 만들며 밤을 새야 했다.
유적 전체를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나무에 올라가기도 했다.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드론 drone이 대신한다.
심지어 최근 유라시아 Eurasia 초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구글어스 Google Earth(구글에서 제공하는 지도 프로그램)를 이용해서 각 유적의 상관관계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오래지 않은 동안에 몰라보게 변하여 아주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직접 땅을 파야 하는 작업을 AI가 대신하기는 어려우니 고고학자의 역할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다.
기술이 발전하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인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현대의 고고학자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부여되는 것이다.
고고학자로서의 안목과 식견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의 본연의 목적인 '과거의 유물을 통해 사람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에 더 집중해 사유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사람을 연구하는 고고학의 진정한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고고학은 인간의 흥망성쇠와 그 운명을 같이하는 학문이다.
인간이 생존을 거듭하며,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느낄 수 있는 지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고고학은 이어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그리고 이 책을 손에 쥔 독자 그리고 지금 이 세계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먼 미래에 고고학 자료가 된다.
조상의 과거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과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 정신이 있는 한 고고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아무리 현대 과학이 진화한다고 해도 흙 속에서 자기 손으로 유물 한 조각을 찾아내는 기쁨 그리고 그 순간 고고학자가 느끼는 과거와의 소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고고학은 계속된다.
※출처
1. 강인욱 지음,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흐름출판, 2019.
2. 구글 관련 자료
2025. 1. 30 새샘
'글과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을 매혹한 작지만 도도한 맹수 '고양이' (2) | 2025.02.02 |
---|---|
백신의 원리를 깨닫다 - 파스퇴르와 탄저균 백신 공개 검증 (2) | 2025.02.01 |
코핀과 스테이시의 '새로운 서양문명의 역사' – 5부 근대 초 유럽 - 15장 절대주의와 제국(1660~1789) 1: 서론 및 절대주의의 매력 (1) | 2025.01.25 |
야생 늑대, 인간의 반려동물이 되다 (1) | 2025.01.21 |
일월오봉도 (1) | 2025.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