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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샘(淸泉)
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문화유산들 본문
지난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기후가 크게 변화했음을 실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장맛비라고 보기에는 극심한 호우 피해가 잇달았다.
반면, 미국은 겨울에도 굉장히 온난한 중남부 지역에 이례적인 한파가 닥치기도 했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려 해수면 상승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뉴스는 이제 놀랍지도 않을 정도다.
기후변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로 대두되었다.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국제회담에서도 기후 문제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전 지구적인 쟁점(이슈) issue다.
그런데 기후 위기가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명체의 삶만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문화유산도 기후 위기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흔히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이집트 Egypt 피라미드 pyramid나 캄보디아 Cambodia 앙코르 와트 Angkor Wat처럼 웅장한 건축물이나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떠올린다.
이들은 이미 발굴되어 보존 처리가 되었거나 지속적으로 관리 및 유지가 되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화유산들도 많다.
고고학자로서 기후 위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땅속에 묻힌 채로 훼손되고 있을 미지의 문화유산들이 늘 안타깝다.
○2,500여 년 전 미라도 온전히 보호해준 천연 냉장고
기후 위기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는 지구온난화 global warming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리는 것은 극지방의 빙하뿐만이 아니다.
러시아 Russia, 카자흐스탄 Kazakhstan, 중국, 몽골(몽고蒙古) Mongol의 국경 지대에 있는 아름다운 산악 초원 지역인 알타이 Altai의 옛 무덤들과 그곳에 안장된 미라, 황금 유물들도 조용히 사라지는 중이다.
고대 그리스 Ancient Greece의 역사가 헤로도토스 Herodotus는 2,500년 전 알타이산맥에 살던 기마민족들을 가리켜 '황금을 그리는 그리핀'이라고 불렀다.
그리핀 griffin은 사자의 몸통과 독수리의 앞발을 가진 전설 속 동물로서, 알타이 기마민족들이 머리에 새 모양의 모자를 쓰고 옷과 말에 황금 장식을 한 모습을 보고 그렇게 지칭했던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이를 우두머리의 무덤이 발견된 지역의 이름을 따서 이들 문화를 '파지릭 Pazyryk' 문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지릭 유적에서는 화려한 황금 유물과 양탄자, 인간 미라 등이 발견되었다.
파지릭 유적에서 발견된 미라는 보존 상태가 굉장히 좋은 편이었는데, 이는 미라가 발견된 무덤이 영구동결대(땅이 항상 얼어 있는 지대)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지역은 위도로 따지자면 북위 50도도 안 되는, 빙하의 북극권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심지어 여름에는 햇볕이 따가울 정도다.
그런데 이런 중위도 지역에 영구동결대가 남아 있는 까닭은 이곳이 해발 2,000~3,000미터에 달하는 고원지대이기 때문이다.
파지릭 문화권의 기마민족들은 동토층을 파서 무덤을 만들고 그 안에 시신을 담은 관과 유물을 묻었다.
그다음 커다란 돌로 덮어 태양열을 막았다.
덕분에 짧은 여름 동안 내리쬐는 햇볕을 차단할 수 있었다.
가을과 겨울에는 눈비가 무덤 안으로 유입되었다가 얼어붙게 되었다.
그래서 발굴을 하면 무덤 안에는 얼음이 꽉 차 있어서 마치 거대한 냉동고 같은 상태로 발견이 된다.
덕분에 미라, 가죽옷, 양탄자, 나무 그릇 등이 2,500여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으면서도 거의 대부분 썩거나 손상되지 않은 채 발굴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발굴된 것 가운데 특히 유명한 것은 '얼음 공주 Ice Maiden'라고 이름 붙여진 여성 미라다.
이 여성 미라는 1993년 러시아 고고학자 나탈리아 폴로스막 Natalya Polosmak(1956~)이 발견했는데, 어깨 등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이듬해에는 그녀의 남편인 바체슬라브 몰로딘 Vyacheslav Molodin(1948~)이 인근의 또 다른 무덤에서 20대 남성의 미라를 발견한다.
보존 상태가 굉장히 좋았던 이 미라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유라시아 고대 유산이다.
○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중인 유라시아 '얼음 왕국'의 유산
몰로딘 교수 연구팀은 1994년 남성 미라를 발견한 지점 바로 옆 몽골 지역에서 영구동결대 고분을 발굴했다.
발굴 전에 지구물리학적인 탐사까지 해서 무덤 속에 얼음이 있음을 확인하고 발굴에 착수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얼음이 발굴 직전에 다시 녹아버려서 무덤 안의 유물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부패를 방지해주던 얼음이 녹아버리면 무덤 속 미라, 펠트 felt(양털이나 그 밖의 짐승의 털에 습기·열·압력을 가하여 만든 천으로서 신발, 모자, 양탄자 따위를 만드는 데 쓴다), 나무로 만든 도구 등이 빠른 속도로 썩어버린다.
황금 유물도 훼손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은 주로 박 형태로 가공되어 쓰였는데, 금박을 붙였던 유물이 썩어버리면 금박 역시 구겨지거나 찢기는 등 기존의 형태를 잃게 된다.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알타이 지역 일대 땅속에 묻힌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018년 7월, 필자 역시 알타이 고원지대의 영구동결대에 있는 파지릭 바샤다르 Vashadar 고분 조사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발굴 당시 현지 날씨는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한창이었다.
해발고도가 높아 기온이 낮을 것을 대비해 점퍼 jumper 와 스웨터 sweater를 챙겼지만 전혀 필요가 없었다.
조사에 함께 참여한 러시아 학자들도 몇 년 사이에 날씨가 이렇게 더워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상 기후도 염려스러웠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을 수많은 유물들을 상상하면 고고학자로서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마저 들 정도다.
현재 알타이 지역에는 앞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몇천 개의 파지릭 고분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00년대 이후 알타이 고원지대 발굴 작업은 순탄히 이어질 수 없었다.
현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고대의 무덤을 함부로 발굴하면 조상신들이 분노하여 자신들에게 재양이 닥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땅속에서 잘 보존될 수만 있다면 무분별한 발굴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보다 오히려 매장된 상태로 두는 것이 문화재 보호 측면에서는 더 낫다.
고고학자들 사이에서도 유적은 땅속에 있을 때 가장 잘 보존된다는 말은 공공연하게 인정되는 사실이다.
아무리 보존 기술이 좋다고 해도 유물이 세상 밖에 한번 노출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본래 모습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정이 급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영구동결대 얼음이 녹아버리면서 알타이 지역 문화유산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상황처럼 현재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후나 환경오염으로 인해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역사가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문화유산은 비단 발굴이 완료된 것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깊은 땅속에 매장되어 있어 언젠가 후세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물들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말없이 사라지는 유물들이 많아질수록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밝혀줄 증거들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출처
1. 강인욱 지음, 세상 모든 것의 기원, 흐름출판, 2023.
2. 구글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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