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샘(淸泉)
타고난 면역, 선천면역 3: 사망한 뒤 노벨상을 받은 유일한 학자 랠프 스타인먼 본문

캐나다 Canada 의학자 랠프 스타인먼 Ralph Marvin Steinman(1943~2011)은 후천면역세포인 림프구 lymphocyte의 면역반응을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림프구만으로는 충분한 면역반응이 시작되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풍부한 지라(비장脾臟) spleen 세포들을 조금 섞어놓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강한 면역반응이 시작되었다.
지라에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미지의 세포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스타인먼은 그 세포를 찾기 위해 페트리접시 Petri dish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나뭇가지가 삐죽삐죽 튀어나온 모양을 한 세포를 발견했다.
바로 나뭇가지 모양의 세포인 가지세포(수지상세포) dendritic cell가 면역학에 등장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메치니코프 Ilya Ilyich Mechinikov(1845~1916)가 처음으로 큰포식세포(대식세포) macrophage를 발견한 지 정확히 100년 만이었다.

스타인먼은 가지세포가 면역반응을 100배 이상 강하게 할 수 있음을 알아냈는데, 그가 밝혀낸 가지세포의 더욱 중요한 비밀은 가지세포가 미성숙 상태와 성숙 상태, 두 가지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었다.
피부와 호흡기 점막처럼 외부와 접촉하는 부위에 있는 가지세포는 미성숙 상태로 약한 면역반응을 보이지만, 림프절이나 지라에서 발견되는 가지세포는 성숙한 상태로 강한 면역반응을 이끌었다.
미성숙 가지세포는 외부에 노출되는 부위에 자리 잡고 있다가 병원체가 침입하면 곧바로 잡아먹는다.
이렇게 병원체 포식을 마친 가지세포는 성숙 상태로 변신해 림프절이나 이자(췌장膵臟) pancreas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곳에 대기하던 림프구에게 자신이 포식한 병원체의 정보를 제시함으로써 매우 강한 면역반응을 이끌어 낸다.
알고 보니 가지세포가 큰포식세포보다 더 강력한 항원제시세포 antigen presenting cell(APC)였던 것이다.
가지세포에 의해 항원 정체를 알게 된 림프구들은 본격적인 후천면역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현실이 더 영화 같을 때가 있다.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을 공략하는 방법을 찾던 스타인먼이 스스로 연구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가 이자암(췌장암)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암 진단은 그를 좌절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스타인먼은 자신의 암을 대상으로 가지세포 연구에 더욱 몰두했으며,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새로운 치료에 대한 참신한 생각(아이디어 idea)을 모아 자신의 암에 적용했다.
효과도 있었다.
처음에 1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스타인먼은 5년 가까이 열정적인 삶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2011년 9월 25일 가족들과 동료 과학자들의 애도 속에 스타인먼은 68년 동안의 삶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며칠 뒤, 그의 죽음을 미처 알지 못했던 노벨상위원회가 그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망자에게는 수여하지 않는 노벨상의 원칙을 깨뜨린 스타인먼은 사후에 노벨상을 수상한 유일한 학자가 되었다.
※출처
1. 김은중, '이토록 재밌는 면역 이야기'(반니, 2023)
2. 구글 관련 자료
2026. 7. 28 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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